이강인, ‘발렌시아 탈출’이 답… 손흥민이 좋은 본보기
입력 : 2021.04.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희웅 인턴기자= 축구선수는 뛰어야 한다. 유망한 선수도 뛰지 못하면 재능을 꽃피울 수 없다.

최근 이강인(발렌시아)의 이적설이 숱하다. 소속팀 발렌시아와 기류가 심상찮다. 결별 조짐이 보인다. 발렌시아는 여러 차례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이강인은 거절했다.

출전 시간 부족이 원인이다. 2018/2019시즌 발렌시아 1군에 데뷔한 이강인은 지금껏 제대로 출전 시간을 보장받은 적이 없다.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7경기를 뛰었는데, 무려 14경기가 교체였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변치 않았다. 20경에 나섰는데, 교체 출전이 8회다. 뛴 시간은 1,004분이다. 지난 시즌(445분)과 비교했을 땐 출전 시간이 늘었지만, 현재 발렌시아가 30경기를 치른 걸 고려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더불어 선발 출전 때도 첫 교체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잦았다.

최근엔 현지를 뜨겁게 달군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13일 열린 레반테전,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팀이 0-1로 뒤진 후반 19분, 이강인을 빼고 마누 바예호를 투입했다. 벤치로 돌아간 이강인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감싸 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스페인 다수 매체가 앞다퉈 이 장면을 다뤘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량이 떨어져서 못 뛰는 게 아니다. 이강인은 경기 출전 때마다 위협적인 몸놀림을 선보였다. 탈압박, 날카로운 패싱력 등 본인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도 빌드업이 원활치 않을 땐 공수 연결고리 역까지 수행했다.

그라시아 감독이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를 지향한다지만, 이강인을 외면하는 건 분명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이강인은 투박한 발렌시아에 새로움을 더해주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라시아 감독은 이런 이강인을 발렌시아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던 때에도 중용치 않았다. 선발 권한을 가진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면, 선수는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이강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이가 대표팀 선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18살의 나이로 함부르크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손흥민도 첫 시즌부터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은 건 아니다. 리그 13경기(729분)에 나서 3골을 넣었다. 그다음 시즌엔 27경기 5골, 2012/2013시즌엔 33경기에 나서 12골을 낚아챘다.

차츰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레버쿠젠, 토트넘 홋스퍼를 거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적 시에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가는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먼저 실력이 따라준 것도 있지만, 분명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함께하며 꾸준히 뛰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흥민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강인도 충분한 재능을 지녔음을 인정받았고 증명해왔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그 예다. 당시 18살의 이강인은 2살 많은 형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준우승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 등용문의 상징인 골든볼까지 거머쥐었다.

유럽에서도 이강인의 재능은 알아준다.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강인은 유럽 다수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프랑스 리그앙 복수 팀이 이강인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이강인으로서도 오는 여름 이적시장이 발렌시아 탈출의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계약이 2022년 6월에 만료되는 만큼, 발렌시아로서도 이젠 이강인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는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팀을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어릴 적부터 키워준 구단이지만, 이강인은 할 도리를 다했다. 단 한 번도 출전 관련해서 불만을 표한 적이 없다. 이젠 발렌시아와의 로맨스를 끝낼 때가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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