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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23>] 아듀, 프로 1호 독수리 날개 접다

기사입력 : 2013.04.03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1985년 6월17일 여의도 63빌딩 54층.

최순영대한축구협회장은 방금 다녀 간 88대표팀 박종환 감독, 월드컵대표팀 김정남 감독이 앉았던 소파를 쳐다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1년전인 1984년 6월 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 준결승에서 할렐루야가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인기 절정의 88팀에 무차별 반칙 세례를 퍼부은 끝에 승리를 낚았다는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할렐루야 구단주이기도 한 최순영 회장은 1년전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한 나머지 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 결승에서 격돌케 될 월드컵대표팀 김정남 감독과 88대표팀 박종환 감독을 불러 ‘파인 플레이‘를 거듭 당부한 뒤끝이었다.

최순영 회장은 그 때 창간을 닷새 앞둔 스포츠서울 축구 취재팀의 필자의 방문을 받았다.

축구계 현안과 슈퍼리그 운영계획을 설명하던 최순영 회장은 “프로 1호 할렐루야 팀을 매각할 예정이며 현재 2~3개 기업에서 인수를 희망하고 있어 인계인수에 따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할렐루야라는 명칭으로 아마추어 잔류 희망자와 임마뉴엘 선수들로 팀을 구성, 축구를 통한 선교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할렐루야 매각’ 사실을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즈음 밝혔다.

최순영 회장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선교 목적으로 창단된 할렐루야로선 팀 성격상 다른 팀과 보조를 맞추기 어렵고 그렇게 될 경우 프로축구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정확한 인수 금액과 조건은 자산을 평가한 뒤 결정되겠으나 추정 인수 금액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계약금, 그밖의 구단 기본 자산을 합쳐 15억~20억 원쯤 될 것이다.”

인수금액까지 밝힌 최순영 회장의 얼굴은 ‘매각’사실을 처음 밝힐 때와는 달리 매우 홀가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할렐루야는 그동안 프로축구 선두주자로서 축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도 크게 인정받았으나 프로축구가 본격화되면서 팀 성격상 오히려 프로축구 활성화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순영 회장은 이같은 명분을 매각의 이유로 내세웠으나 매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세련된 경기와 깨끗한 매너로 찬사를 받던 창단 초와는 달리 1984년 대통령컵국제축구대회 이후 ‘가장 거칠고 승부를 위해서는 어떠한 반칙도 불사한다’는 오명을 씻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인들의 항의 전화는 1년이 지났는데도 그치지 않았으며 종교를 내세운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할렐루야 매각’ 사실이 활자를 통해 알려진 것은 스포츠서울이 창간된 이튿날인 1985년 6월23일이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항의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할렐루야팀을 판다니, 그 것은 하나님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최순영 회장은 우려했던 축구인들은 의외로 조용한데 비해 격렬한 교인들의 항의에 당황했고 매각계획을 ‘아마추어 전환’으로 바꿔야 했다.

1985년 9월21일 인천 공설운동장. 하늘마저 할렐루야의 프로 고별전을 아는 듯 잔뜩 흐려있었다.

GK조규태, DF 황정연 김진옥(최홍식) 홍성호 문영서, MF 감현복 변일우 김태환, FW 박상인 이강석(이용수) 오석재가 고별전 멤버였다. 전반을 1-0으로 앞서다 후반 내리 3골을 내주며 3-2로 역전패 했다.

1980년 12월20일 프로축구 1호로 출범, 국내 축구에 새기원을 연 할렐루야는 슈퍼리그 3년간 19승 24무 22패 77득점 85실점을 기록한 채 프로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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