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찾은 김학범 ''대표 선수도 아닌 내가 어떻게 대표팀 감독을?''
입력 : 2018.09.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강릉] 홍의택 기자=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눈코 뜰 새 없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에도 광폭 행보 중이다.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마련한 각급 대표팀 사령탑 상견례 자리. 김 감독은 파울루 벤투 성인 대표팀 감독, 정정용 U-19 대표팀 감독, 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위원장 등과 만나 한국 축구 미래를 논했다.

21일에는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모교 강릉중앙고(구 강릉농공고)를 찾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학교 측은 이미 정문 앞 "제51회 김학범 감독님이 자랑스럽습니다"란 현수막을 걸며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

김 감독은 강릉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축구 선수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명지대 졸업 뒤 잠시 은행원의 길도 걸었다. 하지만 다시 축구계로 방향을 돌렸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공부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성남 일화 사령탑 시절 2006 K리그에서 수원 삼성을 꺾고 날개를 달았다.

이후 강원FC 감독직을 맡아 강릉과 연을 이어온 김 감독. 성남FC, 광주FC를 거쳐 U-23 대표팀 수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병역 혜택으로 손흥민 포함 한국 축구 미래에 크나큰 선물을 안겼다는 찬사가 따랐다. 공로를 인정받아 2020 도쿄 올림픽 감독까지도 맡기로 한 상태다.




이날 모교 후배를 만난 김 감독은 "길게 하면 졸 것 같아 할 말만 짧게 하고 끝내겠다"라면서 "학창시절 강릉에 와 처음으로 축구를 열심히 한 것 같다. 고등학교만 이곳에서 나왔어도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라고 웃었다.

"저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던 김 감독은 "강릉서 서울 올라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프로 선수로, 대표 선수로 뛰지도 못했다. 그게 늘 핸디캡이었다"라고 털어놨다. "2000년대 중후반 국가대표팀 감독이 될 기회도 있었지만, 결국 백그라운드가 없어 안 됐다"라면서 "대표 선수 출신도 아닌 제가 어떻게 대표팀 감독까지 했느냐. 앞만 보고 뛰어넘는 방법밖에는 없더라.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자세로 살아남았다"라고 역설했다.

학생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본인이 갖고 있는 특징을 잘 살려라'라는 것. 세상이 평가하는 기준이 아닌, 스스로 대화하며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나이를 먹어서도 해낼 수 있다"라면서 본인의 경험을 끌어왔다.

"제가 은행 일을 했었다. 자녀 학자금도 다 나오는 평생 직장이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말을 바꿔 탔다"라던 김 감독은 축구에 대한 미련을 고백했다. 이어 "집사람과 상의했더니 '당신 하고 싶은 것 하세요'라고 하더라. 내가 밤새우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했다. 축구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은행 일은 아니었다"라면서 "이런 선택이라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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