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홈런 2위, KT 저득점의 비밀
입력 : 2018.1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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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018년 3월 24일 시즌 개막전, 3회 초 강백호가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최고의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 풀카운트에 몰린 강백호는 헥터의 147km 직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밀어쳤다. 타구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좌익수 최형우는 추격을 포기했다. 이 홈런은 2018년 시즌 첫 번째 축포이자, 고졸 신인이 최초로 개막전 첫 타석에서 쏘아 올린 홈런이었다.

3월 31일 수원 두산전, KT는 8회 말에 3안타와 1볼넷을 묶어 만루를 만들었다. 만루찬스에서 로하스가 최대성의 높은 한가운데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3호 홈런을 그랜드 슬램으로 장식한 로하스. 그리고 또다시 만루 찬스가 이해창 앞에 놓였다. 최대성의 147km 한가운데 직구는 다시 한 번 담장 밖으로 향했다. KBO리그 최초의 한 이닝 한 투수 상대 만루홈런 두 번이란 대기록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10월 13일 시즌 최종전, 8회 초 선두타자로 들어선 로하스는 이용찬의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역전 솔로 홈런을 쳤다. 하지만 로하스가 만든 소중한 한 점을 KT 불펜진은 지켜내지 못했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다시 한 번 10회 선두타자로 들어선 로하스가 이번엔 박신지의 직구를 공략하며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10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홍성용이 이 1점을 소중히 지켜내며 KT는 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2018년 KT의 키워드는 홈런이었다. SK에 밀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KT는 올시즌 2위이자 역대 7위에 해당하는 206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지 4년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KT의 타선은 홈런은 많이 치지만 상대에게 위협적인 타선은 아니었다. 206개라는 팀 홈런이 무색하게 KT의 wRC+(조정 득점 창조력)은 94.2로 역대 200홈런을 넘긴 팀 중 최악이었다. 왜 KT의 공격력은 홈런 수에 비해 형편없었을까?


홈런의 팀 KT, 그 아름다운 기록들

탄생부터 KT는 홈런과 인연이 깊었다. 처음으로 1군에 뛰어든 2015년에 신생팀 최다홈런(129홈런)과 최초 20홈런 타자 3명을 배출하며 홈런의 팀이란 이미지를 만들었다. 조범현 초대 감독 시절 위즈파크의 바람길을 조사한 결과 18시 이후 홈플레이트에서 좌익수 뒤쪽으로 기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KT는 이를 토대로 당겨치는 우타자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타구 비거리 향상을 통해 작은 구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박경수가 첫 장타자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었다. 드넓은 잠실을 벗어난 박경수는 과거보다 더 많이 공을 당겨치고 띄우며 20홈런 클래스의 타자로 거듭났다. 이후 2016년에 FA로 유한준이 합류하고 2017년 트레이드로 윤석민을 데려왔다. 2018년 황재균 영입과 슈퍼루키 강백호의 입단으로 KT는 마침내 대홈런시대를 열게 되었다.



<표1> 연도별 KT 홈런 기록


*괄호 안 순위는 해당년도별 리그 순위

KT의 홈런 폭증은 적절한 선수들의 수집에 더불어 벌크업의 대명사 이지풍 코치의 합류, 뜬공 타격 이론의 적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지풍 코치의 세심한 관리로 선수들은 공을 더 강하고 더 높게 띄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KT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5명의 20홈런 타자와 8명의 두 자릿수 홈런 타자를 보유할 수 있었다(20홈런 타자 KIA와 타이, 두 자릿수 홈런 타자 두산, SK, 롯데와 타이). 역대 팀 홈런 7위, 역대 팀 홈런 비율 9위, 역대 팀 순장타율 14위의 기록은 덤이었다.


홈런밖에 없는 KT

20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냈지만 KT는 리그 8위에 해당하는 757득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는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팀 중 가장 낮다.



<표2> 연도별 KT 타격 성적


*InP% = 인플레이 타구 비율

KT의 타선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 2015년 이래로 KBO리그 평균 타율은 0.280을 상회하고 있지만 KT는 언제나 그 이하를 기록한다. 3할 타자가 30명이 넘어가는 3할 과잉의 시대에서도 유한준과 로하스를 제외하면 마땅한 3할 타자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잘 갖다 대질 못하니 인플레이 타구 자체가 적다. <표2>에서 볼 수 있듯 KT는 언제나 많은 삼진을 당하고 낮은 BABIP을 기록했다. 그나마 올해는 홈런이 많아 인플레이 타구가 적을 수밖에 없고 삼진 역시 세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낮은 타율과 많은 삼진, 적은 인플레이 타구는 득점에 악영향을 끼쳤다.



<표3> 연도별 KT 주루 성적


KT 득점력의 진짜 문제는 누상에서 나타난다. 타자가 어렵사리 출루한다 하더라도 누상에서 횡사하기 일쑤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는 70% 이상의 성공률이 아니면 절대로 도루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KT의 도루 성공률은 70%는커녕 리그 꼴찌 수준이다. 2018년 KT가 기록한 58.4%의 도루 성공률은 2015년 이후 모든 팀중 3번째로 낮다.

현재 유례없는 타고투저가 지속되며 도루의 가치는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60%가 되지 않는 도루 성공률은 팀의 득점력을 형편없이 갉아먹었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도루 성공률이 가장 높은 선수가 66.7%의 황재균이며 그마저도 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도(RAA 도루)는 -0.5로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 로하스, 황재균, 오태곤 세 선수가 도루자로 까먹은 아웃 카운트만 총 28개로 한 경기를 날려버린 수치다. 팀에서 가장 빠른 심우준조차 11도루 11도루자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심우준 통산 도루 성공률 72.9%).



43홈런 그리고 13개의 도루자와 5개의 주루사. 로하스는 KT 타선의 축소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사진=kt wiz 제공)


도루뿐만이 아니라 주루사 역시 잦았다. 매년 주루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KT는 올해 팀 최다인 63개의 주루사를 기록했다. 비율로 환산해봐도 리그 최다 1위이며 KT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주루사 비율 5.91%). 타율도 낮고 타구의 인플레이 가능성이 낮아 출루가 힘든 타선에 걸핏하면 죽는 주자들이 모였으니 KT의 저득점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마치며

2016년 7월 26일 KT는 KBO 사상 최초로 주루 포기 아웃을 당했다. 당시 김영환이 낫아웃으로 어렵사리 출루에 성공했지만 아웃으로 착각해 덕아웃으로 귀환했다. 심판진은 이를 주루 의지를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며 아웃을 선언한 사건이다.

양준혁은 과거 자신의 타구가 안타가 아닌 에러로 기록되자 기록원실에 난입하고 벌금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프로 선수는 안타 하나에 목숨을 건다.”란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기까지 했다. 아웃 카운트도 아닌 안타와 에러 사이에서도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다. 물론 실수와 착각으로 벌어진 주루 포기 아웃일테지만 세이프와 아웃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는지 생각하면 웃어 넘길 수 없는 일이다.

득점은 간단하게 출루X장타의 도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KT의 장타력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내년에도 홈런 군단의 위용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이젠 새어나가는 아웃카운트를 줄여 출루의 효율을 높일 때다. 쓸쓸한 혼밥런은 지겹다. 내년에는 홈플레이트에서 홈런타자를 기다리는 주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야구공작소
김경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예림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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