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는 옷 입은 김현수…PO 좌절에 ‘일점사’ 뭇매
입력 : 2019.10.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세 기자=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만 스물이던 김현수는 9회 말 1사 만루에서 투수 앞 병살타를 치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11년이 지났고, 김현수는 기시감을 지우지 못했다.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가 4-2로 경기를 뒤집은 2회 말 1사 만루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현수는 안우진이 던진 2구 속구를 건드렸다. 타구는 1루수 박병호 앞으로 굴렀다. 3루 주자 정주현이 홈에서, 김현수는 1루에서 아웃 됐다.

김현수는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으나, 기회를 잘 못 살렸다. 돌아온 건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키움보다 3개 더 많은 13안타를 치고도 무너진 타선 모두의 책임이나, 화살 세례는 김현수를 향했다. 주장인 데다 4번 타순에 배치돼 있으니 과녁도 유독 컸다.

이번 대회에서 김현수는 5경기 타율 0.190(21타수 4안타)에 그쳤다. 앞서 9월 타율 0.159(63타수 10안타)로 아쉬웠는데, 시즌 말미부터 겪던 타격 침체가 가을까지 따라왔다.



1루 수비가 타격 손실을 일으켰다는 시각이 생겼다. 편차가 있지마는 지난해 성적을 보면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1루 출장 시 타율 0.344(221타수 76안타), 11홈런 55타점 출루율 0.378, 장타율 0.584로 잘 쳤다. 단순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분위기였다. 류중일 LG 감독도 “본인은 ‘(수비 탓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편차가 유독 컸다. 1루수로 나설 때는 타율 0.210(100타수 21안타), 1홈런 11타점으로 저조했다. 출루율(0.277)과 장타율(0.270)도 매우 낮다. 좌익수로 나설 때와 크게 달랐다(0.339/0.409/0.493).

부진은 가을에도 계속됐고, 현장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류 감독도 “굳이 따지자면 1루 수비 부담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현수가 1루수로 나선 건 타격 극대화를 노린 LG의 불가항력적 선택이다. 올 시즌 1루 미트를 가장 많이 낀 김용의는 방망이가 식었고, 거포 1루수를 기대한 토미 조셉은 팀을 떠났다. 페게로가 “1루 수비 연습을 했다”고 했으나, 본래 외야 자리가 익숙한 터라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러면서 외야에 포진한 주축 타자 이형종, 이천웅, 채은성과 함께 시너지를 노렸는데, 공격력이 한데 모이지 못했다.

10일 경기가 끝나고 류 감독은 “내년에 1루 자리를 어찌할지 결정된 건 없으나, 보강할 계획”이라며 “현수는 아직 젊고 팀을 대표하는 선수다.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 가을에 약한 이미지를 버리도록 잘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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