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만렙] 한국 쇼트트랙의 원천 기술
입력 : 2019.11.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원천 기술.
그동안 스포츠에서 한국이 이런 단어를 쓰는 것은 꽤나 어색해 보였다. 인기 많은 대표 스포츠인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대부분의 종목이 서양에서 시작돼 발전한 것을 한국이 뒤늦게 들여와서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종목에서는 웬만한 고급 기술을 한국에서 개발했다. 바로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은 빙상 경기 중에서도 그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한다.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가 1981년에 열렸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들어간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부터다. 쇼트트랙 역시 시작은 유럽과 북미에서 먼저였다. 그러나 그 기술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킨 던 한국이다.

한국은 서양에 비해 체격 조건이 열세에 있기 때문에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피드 스케이팅보다 쇼트트랙 쪽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고,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1세대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는 김기훈, 전이경 등 걸출한 선수들이 초창기부터 한국에서 나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술은 ‘호리병 주법’ ‘날 들이밀기’ ‘개구리 장갑’ 등이 있다. 초창기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데 김기훈 등이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혹독한 훈련으로 만든 강인한 체력과 세밀한 기술까지 양 날개를 모두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었다.

호리병 주법은 트랙을 질주할 때 트랙 모양 대로 똑바로 타는 게 아니라 직선코스 도중 안쪽을 파고 들었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호리병 모양을 그리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코스 공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체력과 기술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상대팀들을 질려 버리게 했던 전략이 이를 토대로 나왔다.
과거 김동성이나 이정수는 폭발력과 지구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레이스 중반 아예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바퀴를 더 치고 나갔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사실상 1위가 굳어진 상황에서 한국의 동료들이 2, 3위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다른 나라 선수들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했다. 한국이 '무적'이 된 이유다.

여자 선수도 비슷하다. 심석희가 마치 부스터를 단 듯 레이스 막바지에 경쟁자를 순식간에 제쳐 버리거나 한국 선수들이 몸싸움을 피해서 한참 멀리 아웃코스로 돌면서 경쟁자들을 추월해 버리는 장면은 따라갈 수 없는 실력 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8 평창올림픽 여자 계주 예선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실수로 넘어지고도 경쟁팀을 다 제쳐버리고 1위로 골인하는 장면은 감탄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제는 너도나도 다 따라하는 기본 전략이 되어 버린 날 들이밀기 역시 0.01초라도 빨리 골인하기 위해 피땀어린 노력을 한 끝에 만들어낸 전략이다.
또한 개구리 손가락처럼 손끝에 마찰을 줄여주는 에폭시 수지를 붙인 개구리 장갑도 지금은 전세계 쇼트트랙 선수들의 필수품이 됐다. 모두 한국에서 개발해 세계가 따라하는 기술이다.

사진=뉴시스

*‘국대만렙’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성공 스토리를 담은 연재물입니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