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42> 구자철, “여전히 날 지켜보는 클럽 많다”
입력 : 2012.05.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아우크스부르크(독일)] 구자철을 만나던 아우크스부르크의 날씨는 지금의 한국과는 다른 의미의 ‘봄의 실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명 도처에 파릇한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여전히 바람은 매서웠고, 사람들은 두툼한 외투를 벗어 던질 준비를 채 하지 못한 듯 했다.

‘스포탈코리아’는 국내에서 독일 분데스리가를 독점 생중계하고 있는 축구전문채널 ‘스포츠원(www.sports1.kr)과 함께 구자철을 찾아 떠났다. 앞서 소개됐던 FC 쾰른의 정대세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훈련 스케줄 변경 탓에 황량한 벌판에서 비바람과 싸워야 했다.

구자철이 생활하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1부에 진입한 탓인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 홈 구장인 SGL 아레나 역시 지난 해 부터 연을 맺은 곳이고, 훈련장 역시 새로웠다. 흠이 있다면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인데, 팀의 훈련 시간이 되자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훈련을 지켜봤다. 한 여성팬은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향해 "구자철이 남았으면 좋겠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6개월 간의 임대 생활을 곧 접는 구자철은 올 시즌을 끝으로 아우쿠스부르크를 떠나 원 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에 일단 복귀한다. 성공적이었다. 거취는 시즌이 종료된 후에 고민한다고 한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긴 시간이 남았기에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우쿠스부르크에게 구자철은 ‘봄’이었다.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독일에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뵙게 되어 좋네요.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네, 몇 주 후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고요. 팀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팀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독일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평소 축구 외에 특별히 하는 것이 있나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조금 더 잠을 자요. 그리고 점심을 먹고 훈련에 참가한 후 집에 돌아와요. 저녁 밥을 먹고 시간이 되면 한국 TV를 조금 보거나 축구를 봐요. 가끔 경기나 훈련이 없으면 쇼핑도 가요.

김치찌개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좋아해요. 김치찌개 정말 좋아요! 처음엔 파스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잘 먹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는 연어를 많이 먹어요. 훈제도 해 먹고, 회로도 먹어요.

지금까지의 행복을 점수로 계산하면 몇 점이나 될까요?
사실 점수로 계산하면 아직도 턱 없이 부족해요. 50점도 못 줄 것 같아요. 제가 이뤄야 할 것이 더 많고, 보여주지 못한 플레이가 너무 많아요. 아직 경기장 안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기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봐요. 독일에서 더 많은 결과를 얻고, 더 큰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기뻐하고 싶어요. 그 때는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0점으로 다시 돌아가야겠죠.

최근에 ‘빌트’지와의 인터뷰가 소개되었어요. 현지 언론에도 종종 노출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러 면에서 독일에 ‘안착’했다고 봐도 될까요?
독일 문화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어요.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부분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힘든 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사람을 만나거나, 상점 등에 가는 생활적인 부분에서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여유를 찾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독일어로 의사소통도 잘 하는 것 같아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상대방이 빠르게 이야기하면 헷갈려요.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대충은 알겠는데,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해요. 아직 언어 부분에서는 너무 큰 어려움이 있어요.
유럽파 선수들과 통화를 자주 해요. 가끔 기성용 선수에게 전화를 하면 기성용 선수가 저한테 독일어를 한다고 ‘Guten Tag!(구텐 탁-낮 인사)’이라고 인사를 해요. 이건 낮 인사거든요(웃음). 그래서 제가 “왜 밤인데 낮 인사를 하냐"고 하면 "아는 독일어가 그거 밖에 없어"라고 해요.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에게 언어를 과제로 제시하는데, 사실 단순히 말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생활 환경, 문화를 극복하는 것 역시 언어 만큼 어렵지 않나요?
맞아요. 이제 그런 부분은 다 극복했어요. 제 어깨를 보세요. 으쓱하잖아요(웃음). 이제는 언어가 가장 힘들어요. 말이 통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미리 생겨요. 처음 독일에 왔을 당시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야 했어요.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을 때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 라면을 먹을 때는 항상 소리를 내며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주위 사람들이 자제를 시키더라구요. 음식을 먹을 때 조차도 긴장감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내 행동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의식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 100%를 쏟을 수 없었어요.
훈련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훈련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훈련을 할 때 과연 내가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어요. 저는 축구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선수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은 괜찮아요.

K리그 생활과 비교하면 가장 큰 변화,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저도 유럽에서 생활하며 이곳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만나던 선수와는 다른 이미지들이 제 머리 속에 들어왔어요. 이곳에서 제가 만약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한국 축구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성 선배님이 한국 축구를 위해 큰 일을 했잖아요.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K리그에서 10년 동안 머문 선수 보다는 유럽에서 10년을 머문 선수가 분명 세계 축구의 흐름을 더욱 빠르게 따라갈 수는 있을 거예요.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와서 도전을 했으면 좋겠어요. 안타까운 점은 현재 해외파 선수들의 사정이 좋지 않아요. 팬 여러분들의 걱정과 우려가 많은 것 역시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상황만을 보고 다른 선수들이 두려움을 가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팬들이 정말 많은 사랑을 주고 있잖아요. 독일 현지에서도 관심이 대단하더라고요.
좋아요. 하지만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어요. 분명 더 큰 꿈을 가지고 있고요,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 만큼 과정도 많겠죠.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도 과정이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제가 삶에 대한 행복을 찾아왔어요. 앞으로도 좋은 순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겠죠.
사실 경기 후 집에 갔을 때 허탈감, 외로움, 쓸쓸함 같은 것들이 밀려와요. 그럴 때 마다 섭섭함도 느껴요. 볼프스부르크에 있던 시절에는 좋지 않게 보던 분들도 지금은 좋게 봐 주시는 것이 감사한 부분이지만, 저에게는 섭섭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고요. 어쨌거나 제가 가야 할 길이죠.

아우크스부르크 생활 초기에 현지 마트에서 사인회를 했었죠? 당시 사진이 한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한국이랑 같은 분위기였어요.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에도 마트에서 사인회를 종종 했어요. 지금도 제주 선수들이 종종 하고 있을 걸요? 사인회 아니더라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분들이 경기 끝나고 오면 잘 했다고 한 마디 씩 해줘요.

인터뷰에 앞서 팀 훈련 장면을 지켜봤는데, 아우쿠스부르크의 동료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쿠’가 아니라 ‘자철’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부르는 선수들 마다 다 마음대로예요. 어떤 선수는 ‘자철’이라고 하는데, 어떤 친구는 ‘야철’ 이러고, ‘야촐’이라고 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다들 사이가 좋아서 가끔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풀백인 마티아스의 집에 가서 축구 게임을 해요. 한국과 독일로 각자 팀 설정을 해서 게임을 하는데, 주로 한국이 졌어요.(웃음) 가끔 밥도 같이 먹고 그래요.

호소가이와 항상 붙어 있는 모습이었어요. 영어로 대화를 하나요?
3개 국어를 다 써요.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를 써요. 경기를 앞두고 호텔에 투숙하는데 항상 같은 방을 써요. 대화할 시간도 많고, 문화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편해요. 또 일본에 한류가 대단하잖아요. 제가 한국 음악 프로그램을 볼 때면 이어폰을 쓰지 않고,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같이 들어요. 공유할 부분이 많은 친구예요. 아시아 선수가 두 명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볼프스부르크 시절에는 하세베 마코토가 있었고, 이곳에는 호소가이가 있어서 좋아요. 서로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멀리서 보니 두 선수의 머리 색도 같고, 스타일도 비슷하더라고요.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머리 스타일을 바꿀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볼프스부르크시절부터 지금까지 길렀어요. 처음엔 엄청 짧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면 어릴 때 해 보고 싶었던 스타일로 바꿀거예요. 나이를 더 먹으면 어울리지 않을 베이비 펌 같은걸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염색도 하고 싶어요. 이곳에서도 흰 색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어려웠어요. 미용실에서 뭐라고 말은 하는데 알아듣지 못했어요. 한국에 가면 꼭 바꾸고 싶어요.

호소가이도 친하지만 득점을 하면 항상 싼코와 세레머니를 하더라구요.
아우크스부르크 경기를 지켜보는 분들은 상당히 궁금해 할 질문인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서 두번째 골을 넣을 때 싼코가 저한테 "너 오늘 골 넣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는데 정말 골을 넣은 거예요. 처음엔 흘려들었는데, 골을 넣고 보니 싼코가 달려와서 "내가 너 오늘 골 넣는다고 그랬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싼코와 함께 기쁨을 나누었어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 안팎에서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다 좋아요.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 중에는 자기 주장이 강한 선수들이 많지 않아요. 볼프스부르크에는 그런 선수들이 다소 있었는데, 이곳은 조금 더 가족적인 분위기에요.

루후카이 감독은 전술 변화가 많은 것 같아요. 팀 전술도 많이 바꾸지만 본인의 포지션 역시 가끔 이동하는데요?
처음에 왔을 때에는 측면을 많이 소화했어요. 당시 감독님이 제가 측면 보다 중앙을 더욱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측면에서의 역할을 원하셨어요. 측면에 선수가 부족해서 그랬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중앙으로 돌아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니까 감독님이 수비 가담에 대한 부분, 공격에 대한 부분을 따로 조절을 해 주셨어요.

결국 루후카이 감독이 측면에 대한 생각을 가졌지만, 중앙에서의 활약을 보고 다시 판단을 한 것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측면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단편적으로 초반에 비해 제가 교체되어 경기에서 나서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어요. 스코어가 우세한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는 상황이면 저를 교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측면 자원을 한 명 빼고 저를 측면으로 넣어요. 그래서 제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체력적인 발전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유용한 선수가 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과정은 좋았어요. 측면 포지션이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더욱 잘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오면서, 멘토로 역할을 해 주신 분은 누가 있을까요?
질문이 강해요! 한 분을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마음 속에는 감사한 분들이 다 있어요.

본인은 후배들에게 어떤 멘토가 되어주고 싶나요?
저는 누구를 배움을 주는 사람 보다는 끝까지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 좋은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 물론 제가 만약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물론 더 좋은 것을 가르쳐야 되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배우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래도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걷겠죠?
그렇겠죠.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도자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요. 지도자로 성공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는 같이 경기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군가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편안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축구를 더 즐길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일을 해 보고 싶어요. 감독이 편안하게 대해주고, 경기장에서 잘 뛸 수 있도록 자신감을 채워주고, 도와주는 감독님과 일을 할 때는 저도 너무 행복해요. 제가 그런 감독이 되고 싶어요.

최강희 감독이 유럽에서 직접 활약상을 지켜봤어요. 국가대표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은데요?
국가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은 정말 커요. 어느 순간부터 대표팀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도 달라졌어요. 이제는 정말 저의 팀 같아요. 그래서인지 국가대표팀을 생각하면 현재까지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준비를 잘 하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도 대표팀 경기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제가 준비를 잘 못해서 실수도 했어요. 올해는 준비를 잘 해서 경기에 나서고 싶어요.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역할 역시 특별할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목표가 청소년 대표였어요. (박)주영이 형이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멋져서 그런 꿈을 가졌어요. 이후에 제가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 출전해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얻었어요. 당시에 4강에 오르지 못하고 8강에 떨어졌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런던 올림픽에서는 그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는 목표를 당시에 설정했어요. 그래서 런던 올림픽이 저에게 너무 특별해요.

당장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 목표 역시 특별하겠네요?
런던 올림픽에서 정말 제 자신을 모두 버리고 싶어요. 저는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잘 해서 스타가 되겠다, 골을 넣겠다’는 생각은 절대 없어요. 아시안 게임에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했는데 동메달을 따서 굉장히 아쉬웠어요. 하지만 저는 축구를 하면서 동메달을 땄던 그 날 보다 행복한 날이 없었어요.
당시에 금메달을 목표로 아시안게임 3개월 전 부터 혼자 훈련을 했어요.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받았던 압박감, 스트레스, 부담감, 걱정, 두려움 등이 3달 동안 매일 똑같이 이어졌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그 생각이었어요. ‘오늘은 어떻게 몸을 만들어야 될까’ 그리고 자기 전에는 내일을 위해 또 일찍 자고. 그렇게 석 달간 해서 얻은 결과가 동메달이었어요. 그 순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스트레스 걱정 압박감 등이 모두 눈물로 표출된 것 같아요.
그렇게 심하게 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너무 힘들면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당시처럼)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최선을 다 해서 준비를 하고 싶어요. 정말 내 자신을 버려도 좋아요. 팀이 좋은 성적을 얻어서 그 기쁨을 같이 만끽하고 싶어요. 그게 전부예요.

가벼운 질문을 해 볼게요. '스포츠원' 게시판에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도 많이 접수가 되었는데요, 이상형은 무엇인가요?
이상형이요? 하하. 사실 키도 조금 컸으면 좋겠어요. 많이 커도 상관 없어요. 물론 작아도 상관 없어요. 작아도 마음에 드는 분들도 많지요. 그런데 사실 애매해요. 외면 보다 내면을 많이 봐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만났던 분들도 내면이?
하하. 그럼 도대체 몇 명을 만난거예요! 저, 축구한다고 많이 바빠요!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 안돼요.

운동선수의 경우 결혼을 하고 안정감을 갖는 분들이 많잖아요?
사실 결혼은 언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빨리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늦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 독일에서 타지 생활을 하며 정착한 틀을 굳이 깰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지금 독일 분데스리가에 오지 않았다면 어디에 있었을까요?
스위스에 있겠죠! ('스포탈코리아':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 입단 전 스위스 영보이스에서 입단 제의를 받은 바 있다)

지금도 연락이 오는 클럽들이 많나요? 꼭 입단 제의가 아니더라도 안부 등을 물으며 꾸준히 관리를 시도하는 팀이 있나요?
많죠~ 많아요.

어느 팀들이 안부를 물어왔나요?
그건 제가 여기서 이야기를 안하죠!

최종적으로 꿈꾸는 곳은 어디인가요?
중학교 2학년 때 한 선배랑 "바르셀로나에서 만나자"라고 약속했어요. 항상 그 생각을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곳에서 반드시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팀 역시 바르셀로나예요.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첼시에 가고 싶어요. 맨유는 너무 강해 보이고, 리버풀을 꿈꿨는데, 요즘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아, 첼시 스폰서가 한국 회사 잖아요. 혹시 한국 선수 한 명 필요하지 않을까요?(웃음)



만약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나요?
빨리 한국에 가서 한국 말을 하고 싶어요. 여행도 가고 싶은데, 일단 제주도를 한 번 가야죠. 제주 유나이티드에 한 번 들러야지요. 개그콘서트도 한 번 나가고 싶어요. 개그콘서트 출연자 형들과 잘 알아요. 출연을 시켜 주겠죠?

이번엔 스포츠원(www.sports1.kr)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질문인데요,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색깔에 비유한다면 어떤 색일까요?
저는 연한 색을 좋아해요. 하늘색 같은 거요. 오늘 하늘색 옷을 입었네요(웃음). 저는 딱딱한 것 보다는 부드러운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물 흐르듯 부드러운 플레이가 좋아요. 너무 강하거나, 공격만 하는 축구 보다는 공격과 수비를 고루 할 수 있는 축구가 좋아요. 슈팅을 하는 기술 역시 때로는 강하지만, 간혹 감아 차거나, 다르게 찰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갖추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색 역시 하늘색이구요. 그래서 하늘 색에 비유하면 아주 좋을 거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는 더 000 하고싶다’ 공란을 채워 주세요.
나는 더 젊어지고 싶다. 20대가 정말 빨리 가요. 이렇게 살다가는 금방 30대가 되어 은퇴하겠어요. 제가 지금 몇 살이죠? 제가 몇 살인지도 모르고 살아요. 제가 18세에 프로에 데뷔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써 5년이 지났어요. 저는 축구선수고,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기에 (지금의 나이에) 자제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술도 시즌 중에는 전혀 먹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요. 저도 가끔은 하루 종일 잠도 자고 놀고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활을 하다 보니 제 20대가 너무 빨리 갈 것 같아요.
저는 한국 나이로 스물 넷 인데, 나이트 클럽도 거의 가 보지 못했어요.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막이 터질 정도로 크게 음악을 들으면 풀릴 때가 있거든요. 시즌 중에 해 보지 못한 것들을 휴가 때 해 보고 싶어요. 친구들과 술도 마셔보고 싶은데, 그런 시간이 너무 없어요. 더 자유롭고 싶어요. 진짜로.



국내 팬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일 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어오며 지금의 자리에 앉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겠습니다. 프로선수라면 책임감이 항상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한국에 계신 팬 여러분들이 많은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자신 역시 최선을 다 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 환하게 웃으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및 사진 = 김동환 기자

* 구자철의 진솔한 독일 현지 인터뷰 내용과 진솔한 생활 모습은 오는 5월 4일 저녁 10시 스포츠전문채널 스포츠원(www.sports1.kr)을 통해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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