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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IE RIVALRY] <3> 김병지의 ‘최고가 되는 법’ & TOP SECRET

기사입력 : 2012.12.07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 김병지의 축구인생을 요약하면 편견을 깨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기계공에서 프로 축구선수가 되는 과정도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골키퍼라는 포지션을 무대 중앙으로 올려놓고, 20년이 넘도록 프로 선수로 장수하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던 기록을 하나씩 달성해가는 과정은 차라리 집요할 정도였고, 마침내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보란 듯 새로운 목표점을 제시하며 다시 달려나가는 식이었다. 이미 뛰는 경기마다 K리그 최다 출전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내 사상 최초의 600경기 출전 대기록 작성을 예약해둔 상태다. 앞서 세운 200경기 클린시트 작성은 최소한 10년 내 다시 쓰여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다음 목표는 신의손이 갖고 있는 최고령(44세) 현역 선수 기록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근해가며 달리는 원동력은 “스토리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다. “이제는 김병지가 몇 경기를 더 뛸 수 있는지, 어떤 기록을 세우는지를 궁금해한다. 프로선수의 가치는 철저하게 후불제 아닌가. 올해 잘 해서 올해 좋은 대우를 받거나 내년에 잘 할거라고 기대하고 올해 받는 게 아니라, 올해 잘하면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셈법이 적용된다. 나는 아직 자신이 있다. (축구인생)마무리 단계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병지의 트레이드 마크는 필드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었다. 90년대는 이기타, 캄포스, 칠라베르트 등 독특한 개성과 공격적인 성향으로 어필하던 골키퍼들이 등장한 때였다. 김병지도 그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킥과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했다. “내 시야에서 30미터 뒤에 상대 수비가 한 명 있고, 40미터 지점에 우리 선수들이 있으면 그 사이에 생기는 10미터는 부담스러운 공간이다. 그 지점에 볼을 떨어뜨리면 우리 볼이 될 가능성은 50%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지점에 거의 정확하게 떨어뜨려줬다. 또, 예전에는 볼이 오면 대부분 킥을 해서 최대한 멀리 보내는 식이었는데, 나는 그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상대가 크로스를 올리는 상황에서 내가 볼을 잡으면, 바로 우리팀 선수들에게 주는 게 아니라 단 1초라도 앞으로 몰고 나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우리 진영에 몰려 있기 때문에, 내가 1초만 앞으로 나가도 벌써 4~5명의 상대를 제치는 상황이 되는 거다. 그때 우리 팀 미드필더에게 볼을 연결해주면 바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속공이 되고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장면이 1년에 2~3번은 먹히기 마련인데, 이렇게 골을 먹어서 이긴다면 승점으로는 자그마치 6~9점을 챙기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프로 선수로서의 철저한 자기 관리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끊임없이 신기록을 만들어가며 20년이 넘도록 경쟁력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90년대 중반 외국인 골키퍼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나는 유일하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국내 골키퍼였다. 사리체프(신의손)가 잘해서 외국인 골키퍼들이 늘어난 것처럼, 내가 잘해야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가 늘어날거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었다.”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몸관리를 하는 것 외에 부상이라는 변수에도 주의하고, 경고나 퇴장도 조심해야 했다. 골키퍼가 볼을 소유하는 시간에 대한 제한이 있으니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혹시나 파울을 범하면 상황을 유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빨리 주심에게 제스쳐를 취하면서 경고나 퇴장을 피하는 식이다. 어떤 때는 몸살이나 설사, 장염으로 컨디션이 엉망일 때도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기도 한다. 공이 오면 일단 잡고 던져준 다음 하프라인을 넘어간 이후 주저앉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럴 때라도, 감독이 나를 믿어준다는 거다. 평소에 선수가 보여주는 생활 태도와 의지, 믿음 같은 것들이 뒷받침되어 있다면 ‘병지 네가 뛸 수 있다면 뛰어라. 안된다고 하면 안 내보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평소에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하고 철저하게 몸을 관리했기 때문에 ‘아픈 김병지’라도 믿음을 줄 수 있었던 거다.”




김병지의 TOP SECRET: 워밍업 32분, 마법의 시간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보다 경기장에 일찍 나와 훈련을 시작한다. 잔디의 길이와 그라운드 컨디션을 점검하고 캐칭 동작과 기초 훈련을 끝내면 대략 32분쯤 된다. 필드 플레이어들과 상대 선수들이 나와 몸을 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때 나는 사이드로 살짝 빠져 상대편 훈련을 유심히 지켜본다. 특히 슈팅이나 프리킥 훈련을 하는 상대 공격수들의 동작과 그들이 사용하는 발을 반드시 기억해 놓는다. 볼을 잘 차는 선수들은 양발을 다 잘 쓰지만, 대개 그날 주로 사용하는 발이 실제 경기에서 무기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프리킥의 경우 마지막 가는 방향이 그날 경기 중에 그대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또 키커가 볼을 밀어주는지, 바로 감아차는지도 체크한다. 역시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렇게 막아낸 슈팅과 프리킥이 꽤 된다.”

글. 배진경 기자
사진. 이연수 기자
일러스트. 김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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