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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LIE RIVALRY] <4> 이운재와 김병지의 원격대담 - 골키퍼를 말하다

기사입력 : 2012.12.07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 자신들의 성공 방식에 각각의 지론을 설파하던 이들은 몇몇 주제에 놀라울 정도로 의견의 합일을 보았다. <스포탈코리아>가 공통적으로 던진 화두에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Q. “골키퍼들에게도 발기술을 요구하고 필드 플레이어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대가 됐다. 골키퍼가 발을 잘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김병지 “점유율이 훨씬 높아지고 또 다른 공격 옵션이 생긴다. 전술적으로 중요한 키워드다.”
이운재 “골키퍼인 동시에 수비수의 일원으로 뛸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도 필드 위에서 맨투맨이 붙지 않는 유일한 선수로.”

골키퍼는 축구 경기에서 손을 쓸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백패스를 손으로 잡지 못하는 규정이 생긴 이후,는 손을 쓰는 것만큼이나 발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혹은 FC 바르셀로나의 경우 경기 중 골키퍼들의 볼 터치가 100회 이상 기록될 정도다. 김병지는 “전술 운영이 골키퍼에서부터 시작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킥 대신 패스를 활용하면서 볼 점유율과 공격 횟수가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훨씬 다양하고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많이 얻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골키퍼가 단순히 막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공격 점유율을 확보하는 시발점이다. 상대 크로스를 차단하고 볼을 잡아 1선으로 바로 연결(킥)하는 것보다 미드필드에서 나가는 선수들에게 볼을 연결할 경우 훨씬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온다. 골키퍼의 패스가 미드필드를 거쳐 공격 진영에 전달되면서 5초 만에 골이 나기도 한다. 1년에 이런 장면이 두세 번만 나와도 지금 K리그 순위로 따지면 1, 2위 주인공이 뒤바뀌어 있는 거다.”

이운재도 흥미로운 설명을 보탰다. “골키퍼가 발 기술이 없다면 수비수가 그저 걷어내기에 급할 뿐이다. 백패스를 했다가 괜히 불안한 볼 처리로 실점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골키퍼 한 명 때문에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볼을 찰 줄 아는 골키퍼라면, 수비에서 볼을 돌리다 압박이 들어올 때 믿고 넘길 수 있지 않겠나. 중요한 건 필드 위 선수 11명 중에 유일하게 맨투맨이 안 붙는 선수가 골키퍼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훨씬 안정적으로 다양한 볼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발 기술은 어떤 수준일까. 최소한 의도한 방향과 위치로 정확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김병지와 이운재 모두 성장기에 필드 플레이어로 뛰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지는 빠른 발까지 갖고 있다. 이운재는 양발을 모두 잘 쓴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Q. “골키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을텐데?”
김병지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분석하고 수비수들과 함께 약속된 플레이를 하면 된다”
이운재 “좋은 골키퍼는 선방을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수비 리딩을 잘 하는 선수다”

김병지와 이운재 모두 방어율이 높은 골키퍼들이다. 무실점 기록은 골키퍼의 몫으로 남지만, 실상 90분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결과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수비진에서의 커팅이나 커버 플레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병지는 9월 1일 울산과의 FA컵 준결승전을 예로 들었다. “상대 공격수의 패턴을 미리 파악하고 함께 대비했다. 요주의 공격수가 김신욱이었는데, 김신욱은 가슴 트래핑을 하면 리턴이 되지만 헤딩을 하면 볼이 거의 뒷방향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김신욱이 거의 모든 헤딩을 다 따내고도 효과적인 공격을 못한 건, 우리 수비수들이 철저하게 협업했기 때문이다. 뒤쪽으로 떨어지는 볼에 대해 4명의 수비수들이 제 각각 위치에서 예견을 하니까 리바운드볼을 다 잡아냈다. 나도 그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었고.”

이운재는 2002년에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들었던 메시지를 언급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골키퍼들을 세워놓고 “밖에서는 내가 감독이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너희들이 감독이다. 뒤에서 보면서 경기를 지휘하고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지도 그렇지만, 이운재 역시 콜 플레이가 좋은 골키퍼다. 이운재는 “좋은 골키퍼는 슈팅을 잘 막는 선수가 아니라 골을 먹을 자리에 우리 선수를 미리 갖다놓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볼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안 오게 하면 되는 거다. 미리미리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주고 슈팅 찬스를 완벽하게 내주지만 않아도 실점 확률을 확 떨어뜨릴 수 있다. 내가 우리 수비 동료들을 잘 이용해야 하고, 수비수들도 내 주문을 신뢰해야 팀의 실점율이 떨어진다.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한 관계다.”



Q. “전술적인 흐름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골키퍼가 주목을 받게 될까?”
김병지 “기본 덕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체격적으로 우위를 보이면서 좀더 민첩한 운동 신경을 보이는 선수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운재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하는, 좋은 선수들이 육성될 것이다”

김병지와 이운재가 축구를 시작하고 성장하던 시기에는 체계화된 골키퍼 교육 과정이 없었다. 골키퍼의 역할을 단순히 ‘막는 것’으로만 이해하던 시절이니 자원하는 선수들도 흔치 않았을 뿐더러, 선수를 전문적으로 육성할 만한 지도자도 전무했다. 김병지의 경우 조병득, 최인영 같은 이전 세대 선배들의 움직임을 보고 익혔고, 이운재의 경우 오랜 시간을 통해 경험이 누적되면서 자가발전하는 식이었다. “그때만 해도 골키퍼는 기피 포지션이었다. 운동을 제일 못하는 친구들이나 필드 선수로는 경쟁에서 밀리는 선수들이 골문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병지와 이운재를 필두로 골키퍼라는 포지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김병지는 골키퍼라는 포지션을 양지로 끌어낸 일등공신이고, 이운재는 골키퍼의 역할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여준 선수였다.

시대가 달라졌다. 해외 축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인터넷을 통해 경기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고, 외국인 골키퍼 코치를 영입해 다양한 방식의 훈련 방식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억지로 골키퍼 장갑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골키퍼를 자원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김병지와 이운재가 걸어온 걸음걸음도 진보의 과정이었지만,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보여줄 세계에 대한 기대감은 그 이상이다.

일단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격조건이 좋아졌다. 큰 키와 긴 팔다리는 타고난 복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되는 만큼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훨씬 빨리 체득할 수 있다. 김병지는 “잘 하는 클럽에 있는 선수들이 잘 하는 선수들로 공식화되는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능력있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좋은 클럽의 스카우트망에 걸리고, 좋은 구성원들과 함께 뛰는 골키퍼의 방어율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 밖에 없으니 계속해서 주목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운재 역시 “피지컬과 환경이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면서 “코칭 시스템도 좋아져서 곧 우리를 뛰어넘는 좋은 골키퍼들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체조건이 좋은 골키퍼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고, 골키퍼의 고전적인 덕목인 민첩성과 판단력, 위치 선정, 통솔력 등이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이 계속 영역을 확장해 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 동량들을 키워내는 것이 앞으로 두 선수에게 주어질 사명이란 것 역시,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글. 배진경 기자
사진.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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