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 <56> 김보경, 2013년 그리고 박지성을 말하다
입력 : 2013.12.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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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카디프(영국)] 김성민 기자= 그토록 꿈꿔왔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일궜고,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데뷔골도 쏘아 올렸다. 아직 확고히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과 연일 문제를 일으키는 빈센트 탄 구단주의 존재가 걸리기는 하지만 김보경의 2013년은 그 여느 해보다 특별했다.

경험보다 값진 일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맨체스터시티의 야야 투레와 어깨 싸움을 펼치고, 리오 퍼디낸드(맨유)를 상대로 극적 동점골을 터뜨린 것은 허투루 얻은 것이 아니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또 모를 일이다. 이에 <스포탈코리아>는 지겹도록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던 12월 하순 카디프에서 김보경을 직접 만나 그만의 2013년을 되돌아봤다.

프리미어리그란? 챔피언십과는 하늘과 땅 차이 (김보경은 올 해 프리미어리그와 첫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그가 직접 느낀 두 리그의 차이는 생각 이상이었다.)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더 컸죠. 그런데 막상 경기를 뛰다 보니, 수준차가 상당하더라고요. 챔피언십 경기를 뛸 때는 대부분이 이기는 경기였는데, 이제는 승점 3을 따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됐죠.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선수들끼리의 수준 차가 아닐까 해요. 매끄러운 볼 터치, 경기를 보는 눈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기량은 상상 이상 이었죠. 하늘과 땅 차이라 해야 할까요.

크레이그 벨라미란? 무서운 동네 형 같은 존재(벨라미는 영국 대표 악동이다. 음주를 즐기다 파파라치에 수차례 걸렸고, 자신을 무시하는 팬을 폭행해 출장 정지를 당한 적도 있다. 김보경 또한 벨라미의 반경에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

동료들과 꽤 친한 편이죠. 편하게 지내다 보니 자기네들 휴가 때 한국에 놀러갈 계획이라고 한국 명소 좀 소개시켜달라고 난리에요.(웃음) 근데 벨라미 형(?)과는 약간 거리가 있죠. 경력 차이도 꽤 나고, 워낙 터프한 성격이라 동료들과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니에요. 가깝게 지내야 하지만 무서운 동네 형 같은 존재라고 할까. 그렇다고 아직 맞지는 않았어요. 험악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말이죠.(웃음)

홍명보 감독이란? 업그레이드 된 카리스마의 소유자(2012년 김보경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그런 홍명보 감독이 이제는 2013년 대표팀의 수장으로서 김보경과 함께한다.)

감독님이 2012 런던 올림픽을 맡으셨을 때와 2013년 대표팀을 지휘하실 때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어요. 성품과 성향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대표팀 감독이 되시고 나서는 조금 더 카리스마 있게 팀을 끌고 가시는 게 느껴져요. 소통을 중시하면서도, 룰을 강조하는 감독님의 모습에서 조금 더 강해지신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약간의 변화도 느껴져요.

웨일즈 여자란? 어휴, 관심도 없어요 (김보경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웠다. 단언컨대, 한번도 미오의 웨일즈 여성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보경도 마찬가지일까)

(기)성용이를 보면 배우자 혹은 여자 친구의 존재가 중요함을 느껴요. 성용이도 한혜진씨의 내조 아닌 내조를 받아 힘든 시간을 딛고 다시 우뚝 섰잖아요. 그런데 아직은 연애할 생각은 없어요. 아직 완벽히 리그에서 뿌리 낸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어요. 웨일즈 여자요? 어휴. 외국인 여자는 더 관심이 없어요.

빈센트 탄 구단주란? 동네 아저씨 같은 패셔니스타 (특유의 배 바지 패션으로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카디프의 핵으로 떠올랐다. 물론 좋지 않은 측면에서.)

선수 입장에서 구단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리 이상적이지는 않죠. 근데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질문하신 것처럼 이유가 어쨌든 언론과 주위의 주목을 받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팀도 홍보가 되고요 물론 그 장.단은 있겠지만. 전 좋은데요.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이랄까.

야야 투레란? 전봇대 같은 남자 (김보경이 꼽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 야야 투레를 농락하던 김보경의 모습을 팬들은 잊을 수 없다.)

사실 그날은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도 야야 투레 선수는 정말 넘기 힘든 존재였죠. 몸도 거대한데, 유연하고, 축구 IQ도 좋고.. 그냥 전봇대 같은 느낌이었어요. 상대가 상대다보니 오히려 부담은 없었어요. 제가 그 선수에게 밀린다 해도 이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네요.

맨유전 데뷔 골, 그리고 퍼디난드란? 꿈만 같았던 1분 (김보경은 맨유와의 리그 경기에서 극적 동점골로 데뷔 골을 쏘아 올렸다. 그것도 백전노장 리오 퍼디난드를 상대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골을 넣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넣었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나요.(웃음) 원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리바운딩 볼을 노리는데, 그날 따라 앞으로 잘라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 이외에는. 당시 제 근처에 있었던 퍼디난드도 체력이 방전됐는지 방해 동작도 별로 없었더라고요. 암튼 꿈만 같았던 1분 같아요.



이번 시즌 예상 우승팀이란? 맨체스터시티 (시즌은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EPL의 상위권은 여전히 혼전 상황이다. 이번 시즌만큼 우승 경쟁이 치열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맨체스터시티가 되지 않을까요. 리그는 장기적 레이스인데,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유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맨체스터시티는 백업 선수들도 뛰어난 선수가 많다 보니, 주축 선수가 부상당한다 해도, 팀 운영에 크게 차질이 없잖아요. 이래저래 변수가 많은 점을 생각하면 맨체스터시티가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죠.

코리안리거란? 든든한 동반자 (해가 빨리 지는 영국의 12월은 평소보다 빨리 찾아오는 외로움에 타지 생활이 더 힘들 수 있다.)

이래저래 큰 도움을 주죠.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서로 연락하며 위안을 삼죠. 얼마 전에는 석영이를 잠깐 만나 이야기도 나눴고요. 카디프가 좀 심심한 도시라 가끔 만나서 시간 보내면 재충전도 되고 정말 좋아요.

유재석이란? 영광스러운 닮은꼴 (김보경은 유재석 닮은꼴로 유명하다. 특히 골 세리모니를 할 때는 판박이 모습이다. 시쳇말로 유느님이 된 느낌은 어떨지.)

솔직히 닮은 것 같아요. 올해 (박) 지성이 형의 자선 경기에 참가하느라 런닝맨 팀들이랑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재석씨를 뵈었죠. 유재석씨가 먼저 다가와 서로 닮지 않았냐면서 능청을 떠시더라고요(웃음). 저에게는 영광이죠. 사실 유재석씨 멋있잖아요(웃음).

측면? 중앙? 포지션이란? 그때그때 달라요 (김보경은 소속팀에서 중앙. 측면 공격수를 모두 소화하고 있다. 한 우물 만 잘 파도 힘든 영국 무대에서 이것이 해가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맥 케이 감독님과는 항상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죠. 감독님께서 어느 자리가 편한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기도 하셨고요. 근데 사실 포지션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당시의 경기력이죠. 몸 상태가 좋으면 중앙에서 뛰든 측면에서 뛰든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요. 우선은 포지션에 대한 집착보다는 빨리 몸 상태를 100%로 끌어 올리는 거죠.

제 2의 박지성이란?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존재 ( 언제부터인가 김보경에게 제 2의 박지성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박) 지성이 형이랑 비교하는 데 좋아 하지 않을 선수가 어디 있겠어요.(웃음) 한국 축구 역사에서 한 획을 그으신 분인데, 영광이죠. 그리고 그런 호평을 받은 김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하지만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존재인 것 같기도 해요. 저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지금은 (박) 지성이 형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으니까 몰라도 은퇴하시면 그 때 쯤에는 ‘제 2의 박지성’이 아닌 진짜 김보경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2014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최상의 H조란? 최상 아닌 최상의 조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한국은 비교적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H조에 편성됐다. 일각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조라고 하지만, 정말 최선일까?)

홍명보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신 후부터 나서 경기력이 크게 좋지 않았어요. 몸 상태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감각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서도, 월드컵은 또 다른 거잖아요. 훌륭한 선수임에도 월드컵 무대를 못 밟는 선수들이 허다하니까요. 그만큼 월드컵의 문은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저 또한 무척 흥분되고, 설레요. 지금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려 월드컵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팬들 또한 대표팀에 거는 기대치가 높아져있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예전에는 16강에 올라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업적이었는데 이제 16강 진출을 필수 과제가 된 듯해요. 그것이 괜히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국가대표라면 반드시 안고 가야 할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 이번 조 추첨 결과를 보고 약간은 안도했죠. 아무래도 브라질, 스페인 같은 팀들과 붙는 것 보다는 수월할 테니까요.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니 하나같이 다 어려운 상대더라고요. 벨기에, 러시아는 모두 조별 예선에서 1위로 통과한 검증된 강팀이잖아요. 알제리를 최약체라고 뽑기도 하는데, 청소년,올림픽 대표팀 시절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제일 껄끄러웠던 것이 아프리카 팀이었어요. 절대 안도할 수 없는 조라는 얘기죠. 최상일 줄 알았는데 딱히 최상도 아닌 것 같아요. 긴장 단단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3년 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을 2014년 브라질에서 날려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은 김보경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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