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슨 마차도와 이별은 옳은 결정이었나
입력 : 2023.02.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백종인 객원기자]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니까 2021시즌 막판이다. 난데없는 불이 붙었다. 발화점은 사직이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바꿔야 한다’ VS ‘괜한 소리 마라’. 자이언츠의 유격수 자리를 지키던 딕슨 마차도의 얘기다.

사실 교체론은 뜻밖이었다. 워낙 팬들의 지지가 큰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의 이유는 분명했다. 라인업에 대한 우려였다. 외야에 빈자리가 생겼다. 손아섭과 민병헌이 빠지면서 생긴 공백이다. 공격력을 보강해야 됐다. 마침 타자 마차도는 영 첫 해 같지 않았다. 점점 똑딱이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반면 반대론은 여전히 강력했다. 사직이 언제 저런 유격수를 가져봤냐는 주장이다. 1점 못 내는 것만 생각하지 말아라, 1점 막아주는 것도 똑같다. 그런 셈법이었다. 게다가 결정적인 이유도 있다. 대안이 있냐는 반문이다. 당장 대신할 자원이 없다는 현실이다.

팽팽한 겨루기는 한 달 넘게 계속됐다. 결국 어려운 결정이 내려졌다. 그 해 11월 말이다. 오피셜이 떴다. 재계약은 무산됐다. 한때 귀화 의사까지 밝혔던 사직 마씨는 쓸쓸히 떠나야 했다. “2년 동안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하다.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 동료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인연이 그리울 것이다.” (딕슨 마차도 SNS)

OSEN DB

다 지난 일이다. 굳이 되돌아봐야 뭐 하겠나. 괜히 속만 시끄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다. 모른 척한다고 없는 일 되는 것 아니다. 과거는 거울이다. 현재와 미래를 비춘다. 살피고, 들여다봐야 한다. 잘 된 것은 이어 나가야 한다. 잘못은 반성하고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취지다.

일단 마차도와 결별에 대한 반발은 컸다. 그러나 두어 달 뒤 반전이 생긴다. 라이온즈와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학주를 얻게 된 것이다. 한때 천재로 불리던 내야수다. 큰 기대는 아니지만, 대체자로는 괜찮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616이닝을 맡겼지만 기준치 이하였다. 박승욱(419.2이닝)도 다르지 않다. 전임자와의 격차가 너무 컸다. 모두 영점 이하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 그쳤다(이학주 -0.18, 박승욱 -0.03). 내야의 중심이 약해지며 전력이 흔들렸다. 지난 시즌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다. 자이언츠의 오래된 염원이다. 괜찮은 유격수를 갖는 것 말이다. 뭐, 이종범, 박진만은 아니라도 좋다. 그저 평균치 이상이면 감지덕지다. 그런 기다림이 몇 십년이다. 그래서 더 그에 대한 애착이 컸는 지 모른다. 이제껏 40년간의 WAR이다. 공교롭게도 마차도의 2년간이 맨 위에 있다. 그 비슷한 수치가 정구선, 한영준, 정학수다. 3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탯티즈 캡처

물론 의욕적인 보강 작업이 있었다. 거액을 들여 노진혁을 영입했다. “그 자리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믿음직한 멘트를 남겼다. 이학주도 절치부심이다. 연봉 일부를 옵션 형태로 선택했다. 괜찮은 외국인 타자도 합류했다. 시행착오 끝에 잭 렉스를 영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며칠 전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젊은 유격수의 은퇴 발표다. 배성근은 인상 깊은 얘기를 남겼다.

“롯데의 유격수는 꿈이자 자부심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19년간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왔던 것 같다. 그런 저의 마음과는 달리 결과는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았고 힘든 2022시즌을 보냈다. 투수 전향이라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으나 유격수가 아니고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배성근 SNS)

20대 후반의 창창한 나이다. 게다가 달달한 신혼이다. 그럼에도 역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사직 구장, 그 곳의 오래된 아픔이 전해진다.

배성근 인스타그램 캡처

딕슨 마차도와의 이별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역사는 흐르는 강물과 같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 시즌에는 또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모른다. 흔히들 사직의 유격수 자리를 무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곳에도 꽃이 필 날이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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