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팔 빠지도록 던져야죠'' 쉽지 않았던 3번째 태극마크, KIA 이의리는 투혼을 약속했다
입력 : 2023.06.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김동윤 기자]
2023 WBC 대표팀 당시 이의리.
2023 WBC 대표팀 당시 이의리.
6볼넷-5볼넷-5볼넷-3볼넷-3볼넷-4볼넷.

2년 전 KIA 타이거즈에 36년 만에 신인왕 타이틀을 안겨준 국가대표 좌완 이의리(21)에게 2023년 4월은 유난히도 힘들었다.

등판일마다 몸컨디션은 괜찮았지만, 마음이 문제였다. 제구가 잘 안 풀린다 싶은 날이면 그날은 5이닝을 소화하기도 버거웠다. 그때마다 들은 말이 "네 공은 제구만 되면 못 친다"는 응원이었다. KIA 형들뿐 아니라 타 팀의 친한 형들까지 수도 없이 의기소침한 이의리에게 응원 차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잠시 힘도 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니 차츰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잃어갔다.

이의리는 올해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최고 시속 155㎞ 강속구를 던져 화제가 됐다. 생각이 많아지니 우리나라 좌완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타이틀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5월 초 어느 날, 이의리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을 많이 의식하게 됐다. 한 번 세게 던지면 내게 '스피드 자랑'이나 한다고 했다. 막상 제구를 잡으려 구속을 조절하면 '이의리가 쫄았다'는 말이 들렸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부진이 길어지자 당연해 보였던 이의리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해서도 차츰 회의적인 여론이 생겨났다. 제구 안 되는 155㎞의 공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한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답답한 마음에 이의리는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홈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와 뛰고 또 뛰었다. 쉴 때는 그라운드에 누워 하늘을 봤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마운드에 홀로 올라가 섀도 피칭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이의리.
이의리.

한 경기, 한 경기가 벅차던 그 당시 21세의 선수에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9월 개최) 대표팀은 그저 남의 일이었다. 이때 이의리는 언젠가 선배 고영표(32·KT 위즈)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그는 "(고)영표 형은 내게 욕망을 가지라고 했다. 욕심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할 때 '욕심부린다'는 말을 쓰는 것이라 했다. 그 말을 생각했을 때 내가 지금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 못 간다면 그건 내 잘못"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복잡한 마음에도 이의리는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졌다. 던지다 보니 좋은 기억도 차츰 늘어갔다. 5월 19일 광주 키움전에서는 사사구를 3개밖에 내주지 않으면서 7이닝 1실점 9탈삼진 올해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했고, 5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 볼넷(1개) 경기를 했다. 5월 30일 광주 KT전에서는 우타 거포 앤서니 알포드를 상대로 몸쪽 과감하게 시속 150㎞ 속구를 꽂아 넣는 크로스파이어 투구를 보여주는 등 4회까지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이의리의 직구 피안타율은 0.176. 조금씩 해답을 찾아나가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류중일(60) 대표팀 감독은 지난 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에 전격 발탁했다.

그렇게 3번째 태극마크를 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신과 싸움을 이겨낸 끝에 얻어낸 결과였고 그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욕심을 현실로 만들어 낸 KIA의 젊은 에이스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투혼을 약속했다. 이의리는 "가서 팔 빠지도록 던져야죠. 나를 포함해 모든 대표팀 선수가 해야될 일은 그거 하나밖에 없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KIA 이의리(오른쪽)와 최지민./사진=김동윤 기자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KIA 이의리(오른쪽)와 최지민./사진=김동윤 기자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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