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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김선 감독 밝힌 피싱 범죄의 세계…''피해자 잘못 아냐''(종합)[인터뷰]

기사입력 : 2021.09.29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OSEN=김보라 기자] 김선, 김곡 감독의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족이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나선 범죄 액션 영화다. 현재 진행형 범죄이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두려움과 경계심을 느끼게 한다. 두 감독이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2016)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들이 현실을 반영한 ‘보이스’ 세상에서 펼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형제 감독이 배우 및 스태프와 협업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물었다.

김선 감독은 2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게 꽤 오래 전 일이다. 언제간 한번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것은 재작년쯤이었다”라고 영화의 시작을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곡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선, 김곡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 ‘보이스’(제공배급 CJ ENM, 제작 수필름)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해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 프로(김무열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이달 15일 개봉한 이후 단 하루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어제(27일)까지 13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감독은 “너무 너무 감사하다. 코로나 시국에 극장으로 와주시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코로나 때문에 아쉽긴 한데,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의미 있고 재미있는 영화로 남길 바란다”고 1위 소감을 전했다.

‘보이스’는 피싱 전화 한 통으로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 등 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건설현장 작업반장인 전직 형사 서준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 원을 되찾기 위해 중국 선양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김 감독은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들이 꽤 있었지만 일부 에피소드로만 쓰였었다. 저희는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어서 (피싱 집단의) 풍경과 사악한 기운을 주인공을 통해 관객이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시나리오를 써보자 싶었다”고 아이디어의 출발 지점을 알렸다.

이어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해부해보면, 층위도 굉장히 넓고 조직화돼 있어서 한 개의 집단으로만 볼 수 없다. 굉장히 넓고 얇게, 군데군데 일상에 침투해 있기 때문에 한 단계 한 단계 보여주긴 무리였다. 하지만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 했다”며 “무엇보다 보이스피싱의 해부도를 그려서 관객들이 경각심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보이스피싱을 조심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김선, 김곡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알아보니 배우, 스태프 등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피싱 조직에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의외로 보이스피싱에 당하신 분들이 많더라. 그들의 친지들도 당했다는 사연을 들었다. 그들에게 들어보면 피해자들은 자책을 많이 한다.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거짓말에 누가 속냐?’고 하시는데 막상 당해본 사람들은 그 순간 큰 공포를 느끼고 (돈을 보내거나)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기 때문에 믿는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실체를 안 뒤 ‘내가 왜 그랬지?’라고 자책하신다. 당하신 피해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피해자의 가족이자 동료인 서준이 보이스피싱의 본거지로 뛰어들어 파헤치는 과정은 두려움과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한다.

“저희 영화에서는 콜센터가 메인이었고 변작소, 환치기 장소를 곳곳에 배치하면서 서준이 그것을 따라가게 했다. 경찰 팀장 이규호(김희원 분)가 그것들을 되짚으면서 관객들에게 보이스피싱의 해부도를 한번 더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안에서 보여드린 콜센터, 변작소는 모두 (실존하는 장소로) 팩트다. 최대한 현실 고증을 하기 위해 금감원과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다만 콜센터의 규모는 저희가 상상력을 보탰다. 알고 있는 콜센터의 규모보다 살짝 크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보이스’는 베일에 싸여 있던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들어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롭다.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저희가 알고 있는 내용으로만 썼다. 이후 금감원, 형사, 사이버수사국 직원들을 만나 좀 더 디테일하고 정교하게 담았다. 그렇게 점점 시나리오가 버전업 됐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가서도 꽤 오랜 시간 취재를 했다. (금감원, 형사들과) 긴밀하게 연락했고 궁금한 게 생기면 전화를 드려서 여쭤봤다”고 제작 과정을 전했다. 

지능범죄수사대와의 사전 인터뷰, 자료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 보이스피싱 조직도, 체계화된 인출 과정 등의 디테일한 정보를 영화 속에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준은 아내(원진아 분)의 모든 것을 앗아간 김현수 변호사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는 않는다. 김선 감독은 “변요한이 영화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모험심이 있다 싶더라”며 “좋은 영화라면 달려들고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같이 하고 싶었다”고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김선 감독에 따르면 변요한은 범죄자들과의 몸싸움,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을 타고오르는 거친 추격신까지 영화에 나온 액션 분량의 99%를 직접 소화했다.

서준과 대척점에 선 곽 프로는 배우 김무열이 소화했다. 돈을 향한 깊은 욕망부터 집착, 광기에 빠진 악랄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표현했다. 전형성을 벗어난 새로운 악역의 탄생을 알린 것.

이날 김 감독은 “곽 프로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인화한 인물이다. 무자비함, 말발, 정보력, 표정 등으로 보이스피싱을 형상화했다. 연구를 많이 했는데 김무열이 캐스팅 되고 나서 같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성격은 어떤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이 장면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저 장면에서는 저런 얘기를 하는 등 장면마다 대사의 밸런스를 조절했다. 곽 프로가 중반부에 등장하는데, 김무열이 (등장하기 전인 데도) 계속 저와 소통하며 대사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그의 열정을 전했다.

김선 감독은 이번 작품도 형제인 김곡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시작부터 단편 ‘이 사람을 보라’(2001)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방독피’(2013),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등의 작품을 함께 연출해왔기에 이번에도 이견이 없었다고. 

김선 감독은 형인 김곡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저희는 둘이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살아온 인생이기 때문에. 그렇다 보니 현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된다. 같이 해도 무리가 없다. 이번에는 제가 배우들과 많이 소통했고 김곡 감독은 미술, 촬영 등 제작진과 소통을 많이 했다”고 공동 연출 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결말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가 빠른 전개이다 보니 효율적인 측면에서 빠르게 해야 했다.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은 서준과 곽 프로가 1대 1로 만나는 장면이었다. 곽 프로가 그때 어떤 대사를 해야할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대면한 서준의 감정을 고민했다.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고민했고 그의 분노를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할지 같이 얘기 나눴다. 제가 변요한에게 ‘여기선 눈물을 흘리지 말자’고 얘기했었다. 그게 분노를 누른 피해자의 절박함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변요한의) 감정이 북받치다 보니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더라. 그 장면 연기가 좋아서 안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두 감독은 보이스피싱이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이니 만큼 현실적인 액션을 고안하고자 했다. 서준이 경찰 출신이긴 하지만, 범죄 영화의 화려한 액션은 지양한 것이다. 

“만화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풀어내 리얼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맨주먹 싸움, 일명 ‘개싸움’인 진흙탕 싸움을 원했다. 그런 콘셉트가 변요한이 맡은 서준과 어울린다고 봤다. 무술감독님이 안무를 잘 짜주셨다”며 “사실 일부 어려운 장면은 스턴트 배우가 했어도 되는데, 변요한이 서준 캐릭터에 몰입해 하나라도 더 직접 하고 싶어 하더라. 그런 것들이 초반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했다. 영화를 마치고 보니 대역을 쓴 장면이 몇 커트 없었다. 손에 꼽힐 정도다. 변요한이 99%의 액션을 소화해서 연출자인 저도 너무 놀랐다. 그만큼 변요한이 서준 캐릭터를 사랑했고 피해자들의 울분을 대변한 거 같다. 분노를 잘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거 같다”고 변요한의 연기 열정을 다시금 언급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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