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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20년 쌓으니 여유가 흐른다 [안윤지의 돋보기]

기사입력 : 2023.02.03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타뉴스 안윤지 기자]
/사진제공=아워즈
/사진제공=아워즈
으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싫어하고 지루함의 연속이며 '하고 싶은 일'은 재밌지만 못하는 편에 속한다. 이 두 가지가 같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신은 인간에게 모든 걸 주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택하게 된다. 간혹 재능, 결과 등 부차적인 요소와 상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열정과 열망 그리고 신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픽하이가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했다. 빠르고 자극적인 비트가 주류인 국내 음악 시장, 특히 힙한 안에선 '드릴'이란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그들 역시 오랫동안 힙합을 해온 그룹으로써,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앨범을 내려나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신보는 달랐다. 새 앨범 '스트로베리'는 에픽하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 느껴진다. 데뷔 20년을 맞은 만큼, 힘을 잔뜩 줄 법도 한데 어딘가 풀어져 있고 빈틈이 보인다. 그들의 편안함은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 하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발매 이유를 알 것 같다. 음악의 빈틈은 리스너가 몰입할 시간을 주고 잠깐의 공백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는 20년을 쌓아온 에픽하이의 여유라고 말할 수 있다.

'스트로베리'는 동명의 인트로곡으로 시작된다. 1분 28초간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주변 소음으로 가득한 로파이(Lo-fi) 음악은 백색 소음을 연상케 한다. 이때 갑작스럽게 들리는 '안녕하세요'란 말과 함께 '온 마이 웨이'(On My Way), '캐치'(Catch), '다운 배드 프리스타일'(Down Bad Freestlye), '갓스 라떼'(God's Latte)가 진행된다. 수록곡의 흐름이나 분위기는 여태 에픽하이가 해온 방식처럼 쉽고 대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돋보이는 음악은 4번 트랙 '다운 배드 프리스타일'이다.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에픽하이 /사진제공=아워즈
'다운 배드 프리스타일'은 약 1분가량 정도 되는 음악에 타블로의 랩이 들어간, 짧은 곡이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다 '다운 배드 프리스타일'이 진행되는 순간, 앨범의 분위기가 바뀐다. 마치 금방 제작된 듯한 곡 분위기는 에픽하이의 날 것을 보여주며 과거를 떠오르게끔 한다. 에픽하이는 앨범마다 강한 비트에 랩을 수록했다. 과거 '레슨'(Lesson) 시리즈, '피해망상' 시리즈, '에잇 바이 에잇'(eight by eught) 등부터 대표곡 '본 헤이터'(Born Hater), '페이스 아이디'(Face ID) 등이 있다. 또 정규 6집 앨범 'e'에 수록된 '수프림 100'(Supreme 100)은 타블로의 100마디 랩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운 배드 프리스타일'은 이런 과거들을 회상하게 한다. 쉽게 만들어낸 듯싶지만, 재치 있는 가사와 탄탄한 랩은 감탄을 자아낸다.

타블로는 최근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우린 신선한 걸 생각했을 때 딸기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동시에 딸기를 부수면, 그건 피처럼 보인다. 딸기는 말 그대로 보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타블로는 연예계 최악의 루머인 '타진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그는 '딸기'처럼 방패막이 없이 온갖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 정상을 걷는 에픽하이는 호불호 없이 모두 좋아하는 '딸기'와 같다.

모든 일은 쉬워 보일 때 가장 어렵다. 단적인 예시로, 미사여구가 많은 글은 꾸밈만 많을 뿐 정확한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 음악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거울수록 듣기 어려워진다. 멜로디는 좋지만, 의도를 모르니 손이 잘 안 가는 것이다.

에픽하이의 말은 사실 꽤 무겁다. 그간 걸어온 길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시적인 가사로 주목받은 만큼 중요한 얘기를 털어놓아야 할 의무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에픽하이의 음악이 매번 음원 차트 상단에 머무는 이유는 바로 특유의 가벼움이다. 듣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하게끔 만드는 화법이 감탄스럽다. 이게 바로 에픽하이가 언더그라운드와 인디에서 메이저로 올라와 대중음악의 길을 걷는 이유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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