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정성일 '''연진이 남편' 하도영 役, 넘고 싶은 마음 없어요'' [인터뷰 종합] 
입력 : 2023.03.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연휘선 기자] "저는 똑같은데 주변이 달라졌어요". 배우 정성일이 '더 글로리' 이후 변화를 밝혔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파괴당한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들에게 치밀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현재 한국 넷플릭스에서 '오늘의 TOP 10' 1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호평 또한 동시에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성일은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남편 하도영 역으로 등장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정성일을 만나봤다. 

"길을 가다가도 '연진이 남편이다', '하도영이다'라고 불린다"라며 웃은 정성일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연극 '뷰티풀 선데이'와 뮤지컬 '인터뷰'로 대학로의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 '대학로의 프린스'라고 불리기도 한 그는 "제 입으로 '프린스'라고 말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럴 나이도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다. 오히려 그는 "어떻게 그렇게 지어지긴 했는데 지금 대학로에 젊고, 잘생기고, 멋지고, 연기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적어도 제가 '프린스'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의 반응에 대해 "아내가 집에서 가끔 장난으로 '하도영 씨'라고 부른다"라며 "다행히 (아내가) 좋아해주기만 한다. 같이 기뻐해주고 있다"라고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극 중 하도영의 감정이 한번에 무너지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살면서 비슷하게 무너지는 느낌을 몇 번을 받은 적 있다. 인생이 무너지듯 바닥에 있을 때도 있었다"라며 "그래서 하도영의 상황이 저를 크게 흔들 만큼 데미지를 주지는 않았다. 물론 힘들고, 어렵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긴 했다"라고 털어놨다. 

정성일은 실제 자신과 하도영을 비교하며 "저도 하도영처럼 어떨 때는 아닌 것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차가운 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할 때는 싸늘하게 말할 때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실제 성격도 하도영 같은 부분이 있다. 무겁고 어둡고"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제 본질이 그렇다 보니 제가 살아가기가 힘들어서 유쾌하고 힘들게 바꾸다 보니 두 가지를 갖게 됐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할 때는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고, 혼자 있거나 제 시간을 가질 때는 조금 하도영 같은 면이 있다.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어둡다 보니까 그게 싫어서 더 밝고 유쾌하게 웃는 것 같다.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이제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라며 의외의 밝은 면이 있음을 강조했다. 

'더 글로리' 뿐만 아니라 앞서 출연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비밀의 숲2' 등에서 주로 결핍이 있는 여성들의 곁을 지키는 역할을 맡아온 바. 정성일은 "작가 분들이 보시기에도 제가 조금 차갑고, 냉하고, 그런 이미지들인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자꾸 그런 역할을 찾아주시는 것 같아서 사실은 고민도 많이 했다"라며 "너무 나오는 것마다 다 정장을 입고 반듯한 머리라서 한동안은 이제 그만 정장을 입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그 또한 저를 필요로 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면 그 안에서 변화를 줘서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해 "코미디 전문 배우"라고 자처한 그는 "코미디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다. 저는 코미디야 말로 진짜 정극이라고 생가한다. 무대에서 내가 웃기려고 하고 재미나 애드리브를 하면 관객들은 다 안다. 거짓말이라는 걸. 그 상황에서 정말 진실되게 웃겨야 진짜 코미디가 되는 거다. 그래서 코미디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얼마나 진실되게 해야 보시는 분들이 받아들이는 구나'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정성일에게 '더 글로리' 이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일까. 정성일은 "일이 많아졌다"라며 웃었다. 그는 "제 공연 표 나가는 속도는 '더 글로리' 전에도 많이 못 팔진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제는 그런 생각 한다. 무대를 좋아서 하는 건데 너무 젊은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이제 대학로 나가라는 이야기인가 보다'라고. 그래도 제가 공연을 해서 여러 분들이 공연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더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밝혔다. 

실제 정성일이 출연하는 '뷰티풀 선데이', '인터뷰' 등은 현재 다 매진이거나 표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너무 떳떳하다"라며 감사함을 드러냈고, "많이들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공연도 너무 재미있고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많은 분들이 공연, 연극, 뮤지컬이 됐든 다시 보러 와주시는 게 뿌듯하고 감사하다"라고 했다. 

차기작에 대해 그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다. 너무 감사하게도 많이 찾아주시는데, 소속사 사무실 식구들이랑 마음이 잘 맞아서 신중하게 천천히 명확한 작품으로 하자고 했다.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래서 정말 천천히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읽기에도 재미있는 작품이 좋다. 메시지가 명확하고, 좋은 의도의 메시지이고, 명확한 목적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성일은 "하도영을 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제가 가진 다른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주인공, 조연, 잠깐 나오는 것이더라도 그런 건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사실 '더 글로리' 이후에 저는 변한 게 없다. 그런데 주변이 변했다. 일적인 부분, 주위 환경,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들 관심 가져주시니 기분은 좋다. 가족들도 뿌듯해 하니까. 저는 그냥 살던 대로 살고 있다. 제가 연예인 병에 걸릴 나이도 아니고. 건방 떨 것도 없다. 그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니"라며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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