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22. LCC 투 포인트 노선전략 & K-LCC의 변형
입력 : 2023.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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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이 취하는 전통적인 노선전략은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이다.

이는 통상 2~4개의 허브공항을 두고, 수많은 도시를 다시 허브공항 별로 잇는 네트워크 구축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LCC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이다.

이는 LCC 항공노선의 핵심전략으로 도시와 도시를 직접 연결하며 환승 없이 공항과 공항이 연결된다. 단거리 운항으로 많은 항공노선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신공항이나 설비가 뛰어난 공항이나 시내에서 가깝다는 장점 등을 보유한 이른바 주요공항(Primary Airport)이 아닌 구공항이나 설비가 다소 떨어지는 공항이나 도심 외곽의 2차공항(Secondary Airport)을 이용한다는 특성이 있다.

기존항공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항은 신규 LCC에게 공항 카운터 제공에 비협조적이고, 무엇보다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확보가 용이하지 않았던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단거리 운항 및 포인트 투 포인트 노선전략을 구사한 대표적인 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거리 운항 및 포인트 투 포인트 만으로 여객운송 기준 세계 3위권에 오를 만큼 성과를 냈다. 주력기종인 B737의 항속거리나 수용력을 최대로 활용한 노선전략은 일정 수준의 집객을 확보할 수 있는 중단거리 노선을 개설해 이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수법이다.

1971년 6월18일 취항이후 미국 대륙 횡단노선을 개설한 2002년 9월 이전까지 무려 30여년을 '2시간 이내를 운항하는 단거리 항공사'라는 운영 철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오면서 국내선 여객수송객수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제선은 2011년 에어트랜을 인수하면서 에어트랜이 가지고 있던 일부 근거리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K-LCC들은 환승 없이 지역과 지역의 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는 모두 그대로 도입하였지만 일부 항공사들이 단거리 운항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장거리 운항의 스타트는 진에어가 끊었다. 2008년 4월5일 운항을 개시한지 불과 7년 만인 2015년 12월19일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하며 K-LCC의 장거리 운항시대를 처음 열었다. 미국 하와이주의 주도(州都) 호놀룰루 취항은 393석 규모의 중대형 기종인 B777-200ER 항공기가 투입됐다.

기내식으로 하와이 전통덮밥류인 로코모코 등의 따뜻한 식사를 포함 총 2차례의 식사를 제공하고, 48석은 일반석보다 앞뒤 간격이 약 6인치 넓은 '지니플러스 시트'로 운영하는 등 LCC 모델을 벗어나 FSC 방식을 제공했다. 하지만 진에어의 호놀룰루 노선은 불과 1년여 만에 비수기에는 중단되면서 K-LCC의 장거리 운항은 시기상조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진에어는 두번째 장거리 노선으로 인천~케언스 노선에 취항하기도 했다. 케언스는 호주 퀸즐랜드주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케언스 직항노선은 국적항공사 중 유일한 단독운항이었으며, 2016년 12월14일부터 2017년 3월4일까지 주2회 스케줄로 운항했다. 노선 리스크가 컸던 만큼 영업은 전적으로 여행사에 의존했다. LCC 특성인 직접판매 방식이 아닌 여행사를 통한 간접판매 상품으로 운영했다.

때문에 당시 K-LCC 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다. 저비용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LCC사업 특성상 장거리 노선 운항에 따른 운영비용이 부담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LCC는 단일기종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아무래도 대형기 운용은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노선에 대한 필요성은 K-LCC업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던 지라 진에어의 장거리 노선 취항을 예의주시했다. 진에어의 경우에는 항공기 도입과 영업, 정비 등 대한항공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독립형 K-LCC는 경제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장거리 노선은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지원아래 장거리 노선을 치고 나가자 티웨이항공이 반응을 했다. 티웨이항공은 2020년 12월21일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A330-300 기종 3대를 도입하기 위한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A330-300은 티웨이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기존 B737-800보다 6000㎞ 이상 항속거리가 늘어난 최대 1만175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그리고 2022년 2월24일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A330-300 1호기 도입행사를 개최했다. 이 기종에는 비즈니스클래스 12석, 이코노미클래스 335석 등 총 347석의 좌석이 설치됐다. 이후 2대를 더 들여와 현재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첫 장거리 노선으로 인천~시드니에 2022년 12월23일 취항했다. LCC의 장거리 노선 운항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듯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운항에 성공한 LCC가 되겠다"고 말한다. 장거리 노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크로아티아 노선을 우선 검토하고 로마, 이스탄불, 하와이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K-LCC업계에는 아예 처음부터 미주노선 취항을 목표로 하는 에어프레미아까지 생겼다. LCC 비즈니스 모델은 단거리 운항인데, 장거리 노선을 주사업으로 하는 LCC가 출범했으니 K-LCC의 변형은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인지 에어프레미아는 LCC가 아닌 FSC와 LCC의 장점을 합친 HSC라고 한다. HSC는 Hybrid Service Carrier의 약자인데, 뒤집어 보면 FSC이기도 하고 LCC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다시 한번 뒤집어 보면, 가격은 저렴하면서 FSC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FSC가 아니기도 하고 LCC가 아니기도 하다. 때문에 이 회사는 이른 시기에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할 성싶다.

에어프레미아는 2021년 4월2일 이른바 '드림라이너'라 불리는 B787-9 기종을 도입, 2022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2023년 5월22일 인천~뉴욕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뉴욕 취항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이번에는 LCC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라서 Primary 공항인 존 F. 케네디(JFK)공항이 아닌 뉴욕 옆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Secondary 공항인 뉴어크 리버티공항(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뉴욕의 3대 공항 가운데 JFK공항은 가장 크고 트래픽이 많은 대신 착륙료가 비싼 메인공항이고, 라과디아공항은 국제선이 안 뜨는 국내선 전용이며, 뉴어크 리버티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LCC가 모두 뜨며 승객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공항이용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일부 K-LCC의 장거리 노선 진출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거리·단일 기종으로 효율 극대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LCC 비즈니스 모델에서 장거리 노선은 맞지 않다는 논리가 있다. 장거리를 위한 대형기 도입은 코로나19 같은 시기가 다시 찾아오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사진제공=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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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는 2015년 12월19일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K-LCC의 장거리 노선 시대를 처음 열었다. 이날 진에어는 '중·대형 항공기-장거리 노선' 형태까지 확대된 것이며, 진에어 설립 이후 약 7년 만이자 국내 LCC가 탄생한 이후 약 10년만의 성과라고 밝혔다. (사진=진에어)

/사진제공=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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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은 2022년 12월23일 인천공항에서 인천~시드니 노선 신규 취항을 기념한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티웨이항공)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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