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44. 사찰의 관람료 면제에 관한 소견
입력 : 2023.06.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전시윤 기자]
불국사 /사진제공=pixabay
불국사 /사진제공=pixabay

2023년 5월 4일,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시행되던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대부분( 70개 사찰 중 65개) 폐지된 것이다.

이번 폐지로 발생하는 사찰의 입장료 수입 감소분을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니 폐지라는 용어가 정확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나머지 5개 사찰은 시o도지정문화재 보유 사찰로 국가지원 대상에서 빠져 관람료를 계속 징수한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소유자가 관리해야 한다. 문화재 보호법(법) 제33조가 규정하고 있는 소유자관리의 원칙이다. 국가지정문화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법 제48조가 규정하고 있는 공개의 의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법 제49조가 규정한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의 관람료 징수 권한이다.

지금 각각의 사찰이 보존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사찰의 소유물이다. 사찰이 관리하고, 사찰이 공개하고, 사찰이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국가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5개 사찰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합법적이고 공정하며
자유로운 권한의 실행으로 선택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번 문화재 관람료 폐지로 그 수입의 감소 부분을 국가로부터 지원 받게 된 65개 사찰의 경우는 어떤 법적 근거와 논리가 적용된 것일까? 법 제49조 제4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제1항에 따른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한 관람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내용에 근거하여 법 시행령 제30조는 소유자가 동 비용을 지원받으려는 경우에, 최근 3년간의 관람객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 그 밖에 문화재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지원 금액 산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 등을 첨부한 지원신청서를 매년 3월31일까지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앞으로의 일들이 많이 걱정된다. 법으로 규정한 문화재의 소유와 관리, 그리고 그 관리비용의 마련에 대한 기본원칙은 대단히 명쾌하다. 소유자가 자신의 의지로 관리하고 공개하고 관람료 징수를 통해서 비용을 마련하게 되어 있다. 이 명쾌한 규정에 비해 새로 마련된 관람료 감면 및 지원 규정은 시작부터 이미 다양한 형태의 모호성을 내재하고 있다.

물론 현행의 관람료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문화재 보존 및 관리와 공개에 소요되는 사찰측의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충당해 주려는 목적이라고 본다면 이해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제도가 관람을 원하지도 않는 문화재에 대해 관람료를 내야 하는 시민들의 불만, 문화재 관람객과 일반 등산객 등을 구분하는 일 등에 대한 사찰측의 어려운 입장, 문제를 해결해 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언론의 질책 등에 떠밀려 치밀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마련된 것이라면,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문제점들을 걱정하는 것도 지나친 일은 아닐 것이다.

관람료 징수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규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합리적인 지원 금액의 산정을 위해 사찰측이 제시할 수 있는 관람객 수 증빙자료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사찰 측이 제시한 자료에 타당한 입증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가 투입해야하는 노력(비용)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남대문 /사진제공=pixabay
남대문 /사진제공=pixabay

2008년 2월 10일 밤에서 그 다음날 새벽에 걸쳐, 숭례문은 전에도 이곳에 침입해 방화를 시도했던 전력을 가진 범인이 저지른 또 한 번의 방화로 상부 목재부분이 대부분 불에 타버리는 피해를 입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설 연휴를 즐기던 국민들은 이 엄청난 참화에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다.

2013년 10월의 일이다. 5년여에 걸친 대공사를 마무리 하고 그 해 5월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성대한 복원행사를 통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던 숭례문은 '단청 박락 등 부실 복원 공사' 라는 죄명으로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또 한 번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부실 복원의 원인과 과정을 두고 온갖 이야기들이 난무하면서 문화재청장이 경질되고 업무관련 교수가 자살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등 사태는 상당기간 수습이 불가능한 정도로까지 계속하여 확산되었다.

2023년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감면제도가 신설되고 실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문득 2013년의 숭례문 부실 복원 사태가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숭례문 화재 후 필요한 대책은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안전대책의 강화와 그 당시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최적의 복원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였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가 보다. 문화재 보호에 실패한 정부의 모습보다는 종전보다 기술적으로 더욱 완벽하고 전통성과 예술성이 한층 더 향상된 숭례문을 일으켜 세운 멋진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가 보다. 결과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며 나선 꼴이 되고 말았다. 전통적인 기술과 재료의 재현에서 실패했다.

문화재의 완벽한 보호와 관리는 대단히 어렵다. 온갖 기술을 아무리 총 동원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훼손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러한 훼손을 가능한 늦춰주고 새로운 방안과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내 고귀한 우리의 문화재가 가능한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명하다. 소유와 관리의 주체가 자신들의 소유물인 문화재를 최대한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존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스스로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한 제도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고,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한마디로 기존의 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것들을 잘 지키면 되는 것이다.

-박영대 행정사법인 CST 공동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정척척박사] 44. 사찰의 관람료 면제에 관한 소견



전시윤 기자 vli7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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