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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의의 유로홀릭] 우크라이나, 너무 빨리 포기했다

기사입력 : 2012.06.16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스포탈코리아] 월드컵에 버금가는 열기와 인기를 자랑하는 유로2012가 막을 올렸다. 이 멋진 축구쇼를 안방에서만 즐겨야 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은 갈증을 느낀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저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거지? 축구인 김대의가 관전도우미를 자처했다. 각급 대표팀을 거치고 성남, 수원에서 K리거로 활약하다 싱가포르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그는 '유로홀릭'을 통해 독특한 시선과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경기: 우크라이나 0-2 프랑스
득점: 메네스(53'), 카바예(56' 이상 프랑스)

개최국의 이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와 아트사커의 프랑스가 맞붙는다. 나는 당연히 프랑스의 승리를 점쳐본다. 역대 전적을 살펴 보면 우크라이나는 프랑스를 이겨본 적이 없다. 대회 본선에도 처음 참가했다. 우크라이나의 '믿을맨'은 한때 문전에서 따라올 자 없었다던 안드리 셉첸코다. 셉첸코가 1차전에서처럼 해결만 해준다면 우크라이나가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프랑스는 1차전에서 잉글랜드와 비겼다. 승점을 1점 밖에 확보하지 못했으니 오늘 경기에 사활을 걸고 있을 터였다.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승리를 챙겨야 한다. 양 측면 공격수인 나스리와 리베리의 활약 여부에 승부가 걸려있다고 본다.

전반- 흥미로운 중원 다툼
경기 전부터 폭우가 내리더니, 4분 만에 중단됐다. 비보다 천둥번개가 동반되어서인 것 같은데 경기를 하다 중단한 것은 내가 28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종종 폭우로 경기가 지연될 조짐일 때, 선수들끼리는 라커룸에서 '이왕 온 김에 하고 가자'라는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당일에 맞춰 컨디션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55분 후에 경기가 재개됐다. 잠깐 식었던 열기 탓인지 프랑스가 두어 번 좋은 슈팅 기회를 잡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두 팀 모두 이렇다할 내용이 없었다. 전반 16분 메네스의 쇄도는 인상적이었다.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중앙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상황이나 사이드에서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좋았다. 양팀 모두 선수들이 중앙에 밀집되어 있다보니 뺏기지 않으려는 공방전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중원에서 빠르게 사이드로 패스를 전개해야 하는데, 중앙에서만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잘리면 역습을 허용하고 실점으로 연결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반 25분 나스리의 개인 돌파에 이은 스루패스를 메네스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런 걸 해결해줘야 계속 공을 주고싶어지는데. 28분에는 우크라이나의 백패스 실책을 놓치지 않고 리베리가 빠른 발을 이용해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메네스의 로빙슛은 이번에도 뜨고 말았다. 말루다를 대신해 나온 메네스가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리베리의 빠른 돌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말 위협적이다. 리베리는 볼을 뺏은 뒤 드리블로 이어가거나 동료들에게 볼을 연결하면서 기회를 만들고 있다. 덩달아 우크라이나 골키퍼 피야토프의 선방도 빛났다. 여러 차례 슈팅을 막아냈다. 특히 전반 38분 나스리의 프리킥에 이은 벤제마의 강력한 헤딩슛을 선방한 것이 인상적이다.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려운 볼이 헤딩슛이라고 한다. 벤제마의 슛을 막아낸 것은 우크라이나가 1골을 넣은 것과 다름 없는 사기충전이다.

후반- 프랑스의 연속골, 벤제마 2도움
전반전을 득점 없이 균형을 유지한 채 끝낸 두 팀 모두 후반 시작과 함께 강한 득점 의지를 보였다. 프랑스가 거센 공격으로 한 차례 몰아치자 우크라니아가 셉첸코를 필두로 반격에 나섰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것이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첫 골이 나왔다. 후반 8분 리베리와 벤제마를 거친 패스가 결국 메네스의 골로 연결됐다. 왼쪽에서 시작된 역습이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리베리, 벤제마, 메네스 순으로 공이 옮겨갔다. 마지막 순간 메네스가 왼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되면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말루다 대신 투입한 메네스가 해결해줬으니까. 확실히 대표팀 감독 정도 되려면 일을 낼 것 같은 선수를 읽어내는 능력도 남달라야 한다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다.

첫 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프랑스가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11분 이번에는 카바예가 골을 터트렷다. 벤제마가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대각선 패스를 보냈고, 이를 카바예가 반대쪽 골문을 향한 왼발슛으로 연결하며 연속골에 성공했다. 벤제마는 순식간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들에게 많이 밀어주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실점 후 수비수들 간 간격이 벌어지면서 전반같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상대 선수에 대한 집중력도 많이 약해졌다. 와중에 리베리의 움직임은 정말 예사롭지 않다. 잉글랜드전에서는 본 모습이 아니었던거지? 리베리의 마크맨은 리베리가 얼른 자리를 이동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리베리를 따라다니는 동안 다리에 쥐가 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저렇게 좌우로 흔들어주면 수비들이 혼란을 겪게 되고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는 경기 운영에 여유를 보이며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 후반 19분에는 카바예가 때린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슈팅에 골키퍼는 구경만 하고 서 있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도 몇 번의 공격 기회가 있었지만 슈팅까지 연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홈팀 선수들이 침체되어있을 때 팬들이 북이나 혼을 이용해 사기를 북돋아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대회 개최국인데, 어느 팀이 홈팀인지를 망각하게 만드는 경기다. 심리적으로 빨리 회복되려면 골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가 루즈해진다. 우크라이나가 너무 빨리 경기를 포기한 것 같다. 단순히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2-0으로 프랑스가 승리를 챙겼다.

종합해보면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 선제골과 연속골이 나오면서 팽팽했던 경기력에 확연한 차이가 생겼다. 무기력해진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전 열세의 징크스를 깨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개인적으로 징크스를 가진 팀을 만나면 조금 위축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빨리 경기를 포기했던 걸까. 대회 첫 참가라는 생경함에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징크스가 평생 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한 번은 깨지기 마련이다. 자신감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프랑스는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대로다. 좌우 측면의 빠른 돌파와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의 수비를 헤집어놓았고, 결국 골문을 열었다. 오늘 나의 MOM은 2어시스트의 벤제마도 아니고, 골을 넣은 선수도 아닌, 아닌 리베리다. 좌우로 이동하면서 본인의 장점인 스피드를 이용해 여러차례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상대 수비를 넉다운 시켰다. 대체 주력이 어떻게 되는거야?


글. 김대의(전 수원삼성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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