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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의의 유로홀릭] 박수받을 만한 패자, 크로아티아

기사입력 : 2012.06.19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스포탈코리아] 월드컵에 버금가는 열기와 인기를 자랑하는 유로2012가 막을 올렸다. 이 멋진 축구쇼를 안방에서만 즐겨야 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은 갈증을 느낀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저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거지? 축구인 김대의가 관전도우미를 자처했다. 각급 대표팀을 거치고 성남, 수원에서 K리거로 활약하다 싱가포르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그는 '유로홀릭'을 통해 독특한 시선과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경기: 크로아티아 0-1 스페인
득점: 헤수스 나바스(87' 스페인)

오늘도 변함없이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 1위 스페인부터 2위 크로아티아, 3위 이탈리아까지 엎치락뒤치락이다. 세 팀 모두 8강 진출 희망과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내가 택한 경기는 크로아티아-스페인전이다.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이 무난하게 8강에 진출하지 않을까. 크로아티아도 이제는 유럽의 강호라고 불릴만하지만, 하필이면 8강행 길목에서 스페인을 만난 게 불운이다. 스페인의 화려한 미드필드진을 철저히 봉쇄하지 않으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스페인이 또 어떤 플레이로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도 내심 기대된다.

어쨌든 두 팀 모두 승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분위기를 타고 있는 스페인 토레스와 3골을 기록하고 있는 크로아티아 만주키치의 결정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크로아티아, 맞춤전술 '효과 만점'

초반부터 적극적인 크로아티아 수비들이다. 스페인의 전진 패스를 두세 명이 에워싸면서 차단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수비수를 하면서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인다면 크로아티아에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활발한 움직임을 90분 내내 유지할 수 있어야 승산이 있다. 조별리그릍 통틀어 스페인답지 않은 패스미스가 나오는 것은 처음 본다. 크로아티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이다. 촘촘한 수비 간격을 유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패스가 쉽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작전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개인기량이 뛰어난 스페인 선수들의 흐름을 끊기 위한 움직임은 좋지만 위험지역에서의 파울은 조심해야 한다.

전반 22분과 23분에 연달아 토레스-라모스의 중거리슛이 나왔다. 크로아티아도 24분에 프라니치의 왼발로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두 팀 모두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씩 주고받았다. 27분에는 스페인 문전으로 드리블 돌파하던 만주키치에 라모스가 깊은 태클을 시도하면서 충돌했다. 위험한 플레이였다. 한편으로 수비 입장에서는 저렇게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오늘은 공격보다 양팀 수비수들이 바빠보인다. 빠른 공격전환과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전반 37분 이탈리아의 선취골 소식을 들었을까. 크로아티아가 조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크로아티아의 움직임이 좋았다. 스페인의 경기 내용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크로아티아에 막혀 패스 미스가 많았던 것또한 사실이다.

선수 시절 저런 전술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전반 초반에는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하다가 10분쯤 지난 후에는 하프라인 밑에서 기다리면서 공 가는 쪽으로 두세 명이 에워싸 실수를 유발시키는 식이었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90분 내내 전방 압박을 할 수는 없다. 상대 팀 공을 뺏으려고 달려들기보다 기다리면서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다. 보기에는 재미없을지 모르지만 스페인처럼 패싱게임을 하는 팀을 상대하기에는 딱 맞아떨어지는 전술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치고받다가 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전반전 크로아티아의 경기 운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크로아티아 총공세 vs 카시야스 선방

후반전이 기대되는 이유는 크로아티아가 변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C조의 또다른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아일랜드에 앞서고 있으니, 크로아티아는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반전처럼 스페인을 막는데만 집중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반전을 연 후에도 크로아티아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선수들이 바짝 붙어있으니 스페인 특유의 '자로 잰 듯한' 패스도 나올 틈이 없다.

후반 10분이 지나면서 크로아티아의 공격이 거세졌다. 동시에 카시야스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모두 무위로 돌린 데 이어 라키티치의 과감한 헤딩슛까지 막아냈다. 크로아티아가 흐름을 타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골을 넣을 경우 스페인도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모드리치, 만주키치, 페리시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스페인 골문을 위협하고 있다. 카시야스의 선방과 조율이 아니었다면 아찔했을 뻔한 상황도 나왔다. 골키퍼의 결정적인 선방은 동료 수비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스페인은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흐트러지고 있다. 패스와 기술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무렵, 기어이 골이 나왔다. 파브레가스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보낸 절묘한 패스와 이니에스타의 연결이 빛을 발하며 헤수스 나바스의 골을 도왔다. 공격의 시발점이 된 파브레가스와 마침표를 찍은 나바스 모두 후반에 투입됐으니 오늘도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한 셈이다. 반면 승점 1점이 필요했던 크로아티아는 마지막 코너킥 기회에서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모든 것을 걸었지만 끝내 만회골을 얻지 못했다. 8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던 크로아티아의 꿈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박수받을 만한 패자, 크로아티아

그동안 스페인의 경기력에 감탄했다면 오늘은 크로아티아의 대응법에서 배운 게 많았다. 내용면에서는 스페인의 장점을 묶어놓은 크로아티아의 승리였다고도 할수 있다. 한편으로는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같이 8강에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다시 맞붙는다면 크로아티아가 같은 전술을 들고 나올지, 스페인은 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내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팀 모두 공격보다 수비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좋은 수비가 좋은 공격을 끌어내고, 좋은 공격이 또 좋은 수비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오늘 내가 택한 MOM은 결승골을 넣은 스페인의 나바스 보다는 크로아티아의 모드리치다.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차비와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모드리치가 아니었다면 마지막까지 크로아티에게 희망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 막판에 지쳐보이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제는 팀에서 꼭 한 번 우승하길!


글. 김대의(전 수원삼성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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