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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의의 유로홀릭] 우리가 알던 그 스페인 맞나요?

기사입력 : 2012.06.28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사진=ⓒMarc Atkins/BPI/스포탈코리아
사진=ⓒMarc Atkins/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월드컵에 버금가는 열기와 인기를 자랑하는 유로2012가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이 멋진 축구쇼를 안방에서만 즐겨야 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은 갈증을 느낀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저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거지? 축구인 김대의가 관전도우미를 자처했다. 각급 대표팀을 거치고 성남, 수원에서 K리거로 활약하다 싱가포르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그는 '유로홀릭'을 통해 독특한 시선과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편집자 주>

경기: 포르투갈 0(2-4)0 스페인 (유로2012 준결승전)
득점: -

모든 이의 관심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스페인이 만났다. 당연히 ‘포르투갈 대 스페인’이어야 할 경기가 슈퍼스타 1명과 스페인의 11명의 맞대결처럼 되다니 흥미롭다. 또 다른 관심사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포르투갈 미드필드 라인이 어떻게 나오느냐다. 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팀이다. 호날두와 나니만 잘 막아주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수비형 미드필드까지 득점을 터트린다.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골치 좀 아플 것 같다. 오늘 가장 의아한 점은 네그레도의 선발 출전이다. 이 깜짝 카드에서 희비가 엇갈릴 듯하다.

오호라! 포르투갈의 초반 기세가 좋다
전반 초반부터 포르투갈이 물러서지 않고 열심히 올라온다. 지금까지 스페인과 붙었던 다른 팀들과는 달리 포르투갈의 공격전환이 굉장히 빠르다. 하프라인부터의 압박도 강하다. 자신감 넘쳐 보이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전반 12분 호날두의 역습에 의한 빠른 기습 돌파가 나왔다. 역시 포르투갈은 저런 역습을 노려야 한다. 호날두가 워낙 빠르게 흔들어주고 있어서 스페인의 탄탄한 수비도 약간 흔들리는 듯 보인다. 전방 압박으로 스페인의 실수를 유발하는 포르투갈의 작전이다.

‘깜짝’ 카드라서 기대를 했건만 네그레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스페인의 문전 플레이가 타 경기에 비해 무뎌진 느낌이다. 전반 28분 네그레도가 내준 볼이 차비를 거쳐 이니에스타까지 잘 연결되었다. 아쉽게도 이니에스타의 슛은 골대 외각으로 빗나갔다. 제대로 슛을 하지 못하게 만든 포르투갈 수비수 두 명의 공로다. 포르투갈의 압박에 스페인이 우왕좌왕 한다.

내가 알던 그 스페인이 아닌걸…
전반전만 놓고 본다면 오늘의 스페인은 내가 극찬하던 팀이 아닌 것 같다. 패스, 볼 키핑 모두 안 좋다. 특히 네그레도의 활약이 너무 미비하다. 차라리 기존 선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토레스는 뒷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다. 파브레가스는 패스와 볼 소유 능력이 뛰어나다. 오늘처럼 포르투갈이 들고 나온 전술이 훨씬 유효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페인의 경기력은 떨어진다. 반대로 포르투갈은 좋아지고 있다. 스페인을 맞이해 압도 당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스페인과 비슷한 전방 압박을 통해 중원 패스 차단이 잘 먹힌다. 스페인으로서는 포르투갈의 뒷공간을 노리면 어떨까? 후반전 스페인의 선수 교체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포르투갈이 후반전에도 지치지 않고 전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만약 그렇다면 이 경기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내 말이 맞지? 후반 교체 꺼내든 스페인
후반전에도 역시나 포르투갈이 밀리지 않고 붙어 다닌다. 스페인은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저럴 때야말로 상대의 뒷공간을 노려야 할 텐데, 돌아 들어가는 선수가 지금 없다. 스페인의 패스 능력은 인정하지만, 정말 저러다가 포르투갈의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후반 9분 드디어 스페인 벤치에서 선수를 교체했다. 예상대로 네그레도를 빼고 파브레가스가 들어갔다. 파브레가스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어본다. 물론 좋은 경기 운영을 보이는 포르투갈도 결실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스페인은 곧 실바를 빼고 헤수스 나바스를 투입했다.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좀 더 빠른 선수를 투입해 측면을 노린다는 심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 팀 모두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이 저하된 탓이다. 포르투갈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역습에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 승산이 있다. 상대팀 스페인은 서서히 지쳐가는 포르투갈의 뒷공간과 좌우 측면을 공략해야 한다. 포르투갈 너무 잘 하고 있는 덕분에 승부 예측이 쉽지 않다.

연장전 갑니까?
후반 31분이 지날 때까지 토레스를 넣지 않는다는 것은 스페인의 연장전 대비책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포르투갈도 선수를 바꿔줘야 할 텐데. 호날두 옆을 도와줄 선수가 필요하다. 나니는 고립된 장면이 눈에 띈다. 다른 선수는 아예 보이질 않는다. 드디어 포르투갈도 선수를 바꿨다.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알메이다를 대신해 넬송 올리베이라가 들어갔다.

스페인에서는 차비를 빼고 페드로를 넣었다. 아직까지 나의 연륜 부족인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의중을 도대체 모르겠다. 양쪽을 흔들면서 이니에스타를 중앙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노림수로 보이는데, 문제는 오늘 이니에스타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는 점이다. 후반 들어서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지금 스페인에 필요한 선수는 흔들어주기보다 결정지어줄 해결사가 아닐까? 후반 44분 포르투갈의 완벽한 역습 기회에서 호날두의 슛이 높이 뜨고 말았다. 호날두가 때리기 쉽도록 그 전 패스가 좀 더 앞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연장전이다.

스페인은 결승에 올라도 체력이 걱정
스페인은 스트라이커 선발 기용에 실패하면서 득점에 실패한 탓에 연장전까지 끌려왔다. 만약 이 경기에서 이겨서 결승전에 오른다고 해도 체력 면에서 큰 손상을 입을 것 같다. 지금도 스페인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

반면 포르투갈은 여기서 끝난다 해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경기 전 국가 제창 때부터 비장하더니 경기 내내 포르투갈은 전투적으로 스페인을 괴롭혔다. 그 정도만으로도 스페인을 상대로 대단한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해도 좋을 법하다. 만약 포르투갈이 승리한다면 이날의 ‘맨 오브 더 매치’는 단연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호날두가 본인의 장기인 프리킥 찬스를 아주 좋은 위치에서 세 번이나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은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탄탄한 팀이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프리킥 기회를 살려야 한다.

열심히 뛴 그대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연장전에서는 양팀이 역습 맞불작전으로 득점에 애를 썼다. 더 많이 움직이는 스페인이 포르투갈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연장 13분 알바의 돌파가 만든 이니에스타의 완벽한 슛을 포르투갈 수문장 파트리시우가 결정적 선방으로 막아냈다.

연장 후반이 되자 포르투갈의 벤투 감독은 메이렐레스를 내리고 바렐라를 투입했다. 이른바 ‘승부수’인 셈이다. 사실 이렇게 힘들 때 축구 선수들은 아무 생각 없이 정신력으로 버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팀 공격수가 어떻게든 골을 터트려주길 바랄 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너무 힘드니까! 오로지 이겨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그냥’ 뛴다. 결국 승부차기다. 두 팀 모두 너무나 잘 싸웠다. 최선을 다했으니 행운을 기다려 보자.

호날두는 승부차기 선생님?
호날두가 파트리시우의 머리를 감싸고 뭔가 말해주는 장면이 보인다. 아마도 라 리가 소속 선수들의 선호 방향을 알려주는 듯하다. 축구 선수들은 대개 좋아하는 킥 방향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첫 번째 키커 사비 알론소를 잃을 것 없는 골키퍼 파트리시우가 막아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무티뉴도 카시아스의 다이빙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두 번째 키커 이에니스타와 페페가 모두 성공시켰다. 세 번째로 나선 피케와 나니도 침착하게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라모스는 파넨카를 성공시켜 한 골 앞서가기 시작했다. 나니에게 세 번째 키커 순서를 양보했던 포르투갈의 수비수 브루누 알베스가 통한의 실축을 범하고 말았다. 스페인의 마지막 키커 파브레가스의 페널티킥이 왼쪽 골대를 맞고 들어가면서 스페인이 혈투의 승자가 되었다. 포르투갈은 너무나 잘 싸우고도 마지막 골대 불운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누가 제발 좀 물어봐 주오
전술적으로 잘 준비한 감독과 너무나 잘 따라준 포르투갈의 모든 선수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스페인 부럽지 않은 좋은 팀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오늘은 호날두가 아니라 포르투갈로 강적 스페인과 싸웠다. 더불어 제발 누구라도 델 보스케 감독에게 네그레도의 선발 기용 이유를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스페인의 패착은 네그레도의 선발 출전이었다. 왜 예선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를 굳이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써야 했는지 말이다.

’철벽’ 카시야스야말로 오늘의 ‘맨 오브 더 매치’
오늘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승부차기를 잡아낸 스페인의 수문장 카시야스로 정했다. 동료의 실축으로 기선제압을 당한 채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방어에 성공한 그 놀라운 침착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큰 경기에서는 경험이 의욕을 앞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카시야스의 활약이었다. 카시야스여, 당신의 고귀한 경험이 오늘 스페인을 구해냈소!

글. 김대의(전 수원삼성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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