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대상경주 2연승' 임기원 기수, '늦깎이 → 대기만성' 아이콘으로 
입력 : 2023.06.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OSEN=강필주 기자] 지난달 14일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SBS스포츠 스프린트‘ 대상경주에서 경주마 라온더파이터와 임기원 기수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경마 아나운서는 ‘이 순간 세상에가 가장 행복한 임기원 기수입니다’라며 이례적으로 격양된 멘트를 선보였다.

임기원 기수는 이미 같은 날 열린 ‘뚝섬배’ 대상경주를 우승한 직후였다. 하루에 두 번 대상경주가 열리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연이어 석권한 기수는 한국경마 역사상 임기원 기수뿐이다.

34살에 기수로 데뷔해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임기원 기수의 올해 폼이 예사롭지 않다. 하루 2회 대상경주 연승에 이어 개인 통산 400승까지 한달음에 돌파한 임 기수의 올해 승률은 무려 20.7%다. 폼이 오를 대로 오른 임기원 기수가 행복한 오늘을 맞이하기까지 유독 좌절과 기다림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임기원 기수는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학창시절 프로축구선수를 꿈꿨지만 실력이 아닌 체격이 발목을 잡았다. 중학생 시절 160cm대에서 성장이 멈추며 또래들과 체격 차이가 벌어졌고 대학진학에도 제동이 걸려 프로선수의 꿈은 멀어져갔다. 이때 고교 은사님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건넨 것이 기수후보생 모집 포스터였다.

임 기수는 “경마는커녕 말도 한번 본적이 없었지만 박태종 기수가 그려진 포스터 하나만 보고 시험에 응했다. 시험 당시 처음 경주마를 봤는데 눈이 공룡처럼 커서 압도되는 기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임 기수는 그렇게 1999년 문세영 기수, 최범현 기수, 이신영 조교사 등과 함께 기수후보생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임 기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끝내 후보생 졸업을 마치지 못해 기수의 꿈마저 접어야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기수 후보생 경력을 살려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임 기수는 말을 타고 성장시키는 즐거움을 알아가며 조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관리사 생활 9년차에 접어든 2011년, 기수후보생이 아닌 기능능력을 갖춘 외부인도 수습기수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조교사 전 단계인 조교보 자격시험을 앞두었던 임 기수는 시험 준비를 멈추고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돌연 수습기수 시험에 임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토록 열망하던 기수후보생 동기 기수들과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기대에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마필관리사 출신 기수라는 꼬리표와 경마장의 텃세로 임 기수는 자격을 따고서도 경주로에 데뷔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인내해야만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데뷔한 늦깎이 신입 임기원 기수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듯 무서운 성적을 과시했다. 임 기수는 데뷔 8개월 만에 34승을 거뒀다. 월 승률은 무려 15%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괴물 신인이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더 빨리 따라잡고 싶었던 그의 조바심은 이내 사고로 이어졌다. 낙마사고로 쇠골이 골절된 그는 지난 8개월간의 활동기간보다 더 오랜 회복기간을 가져야했다. 비록 부상은 임 기수의 질주에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데뷔 당해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며 재도약의 꿈을 이어갔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꾸준히 11%이상의 승률을 거두며 성장한 임기원 기수에게 10년간의 마필관리사 경험은 특장점이 되었다. 오랜 조교관리 경험으로 말 다루는데 도가 튼 임 기수에겐 특히 성질 나쁜 악벽마를 부탁하는 마주와 조교사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임 기수는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청담도끼’를 만났다.

대상경주 9회 우승, 수득상금 30억, 깨지지 않는 2000m 최고기록의 주인공 ‘청담도끼’는 경주마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 능력보다는 고쳐지지 않는 악벽으로 유명했다. 악벽마 전담 기수로 이름을 날리던 임 기수는 성질 나쁜 ‘청담도끼’를 담당하며 조교와 경주에 임했고 2018년에만 함께 4개의 대상경주를 석권하며 생애 최초로 연도 최우수 기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늦깎이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톱클래스 기수로 거듭난 임기원 기수에게 지난해 9월 다시 한 번 부상의 위기가 찾아왔다. 낙마로 인한 늑골과 척추 골절이었다. 임 기수는 “부상기간 동안 잠시 쉼표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했다”며 “이제 성적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꾸준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지난 심정을 토로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2월 경주로에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임기원 기수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본인과 말의 컨디션을 고려해 출전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이다. 출전 횟수는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승률은 본인의 최고점을 달리고 있다. 5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뚝섬배’와 ‘SBS스포츠 스프린트’ 대상경주를 연이어 석권했을 당시에도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이었다.

그는 “인기마를 타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을 뿐, 특별히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김귀배, 박태종 선배들처럼 꾸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팬들에게 오래토록 신뢰받는 기수로 남는 것이 기수로서 유일한 목표이다”라고 겸손한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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