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개인전 銀’ 정재헌 대구 중구청 감독, “세계 최강 韓 양궁, 선수들 노력과 협회 지원 덕”
입력 : 2023.06.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이인환 기자] "한국 양궁에 대한 애정과 격려 필요하다".

정재헌 대구 중구청 양궁팀 감독은 5일 OSEN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양궁에 대한 강한 애정과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세계 최강’ 한국 양궁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남자 개인전 은메달을 비롯해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는 지도자로 양궁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자신이 1994년부터 선수로 활약했던 중구청 양궁팀에서 2015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2020년 12월 양궁 국가대표팀 남자 코치로 합류해서 도쿄 올림픽서 한국 양궁의 선전에 기여했다.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과 아시아 선수권을 마치고 중구청 양궁팀 감독으로 복귀한 정 감독은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 지옥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의지와 양궁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풀이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상 생활에서 재미가 없다 보니 먹는 걸로 기분을 풀곤 했다. 나도 선수들한테 매일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기분을 풀어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여기에 본무대인 도쿄는 역대급 무더위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도쿄 올림픽 당시 도쿄는 무덥고 습한 최악의 환경이었다”라면서 “그런 환경에 맞춰 한국서 연습하고 선수들이 1년여 넘는 기간 동안 집중했다. 여기에 다른 나라와 달리 양궁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실제로 양궁 대표팀 코치로 정 감독은 남자 대표팀의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과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당시 비하인드 에피소드로 정 감독은 “예선전이 끝나면 틈틈이 선수들이 쉴 시간이 있다. 대부분 다른 나라 선수들은 책상에 눕거나 의자에 앉아 쉬어야 했다”라면서 “근데 우리는 협회서 선수들을 위한 특별 제작 접이식 침대를 제공해서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었다. 들고 다닌 것은 나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세계 최강을 꿈꾸지만 메달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도쿄 올림픽 당시 남자 양궁팀의 단체전 여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4강전 일본과 승부는 혈전이었다. 세트스코어 4-4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슛오프마저 동점인 상황에서, 결국 김제덕이 과녁 중앙에 더 가깝게 쏜 덕분에 힘겹게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솔직히 토너먼트에서 항상 가장 떨리는 것은 4강이라고 생각한다. 결승에서는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4강서는 지면 메달도 못 딸 수 있다”라면서 “당시 일본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붙어서 나도 숨죽이면서 지켜봤다. 모든 선수들이 잘했기에 그 혈전을 이겨내고 결승까지 가서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양궁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2016 리우 올림픽은 전관왕(남녀 개인전-단체전)을 달성한데 이어 2020 도쿄 올림픽도 새롭게 추가된 남녀 혼합 단체전을 포함한 5개 종목 중 4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코치로 대표팀의 위대한 도전을 함께 한 소감에 대해 정 감독은 “사실 양궁인으로 참 자랑스러웠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6개의 금메달 중에서 4개가 양궁이었다. 내심 다른 종목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라면서 “한국 양궁의 강함은 선수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 가족은 양궁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부인 임희진씨도 양궁 선수 출신인 정 감독은 장남 정승욱 군(15)도 양궁 선수의 길을 택했다. 특히 정승욱 군은 최근 울산서 열린 제 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자신의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해서 양궁인 2세로 이름을 알렸다.

아들에 대해 정 감독은 “사실 대회 전에 성적이 안 좋아서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예선전은 못해도 유독 토너먼트만 올라가면 잘해지더라”면서 “아내와 장모님이 아들이 금메달을 따면 휴대폰을 사준다고 약속했다. 이제 그걸 지켜줘야 된다”라고 말했다.

양궁인 선배로 정 감독은 아들에게 엄격했다. 그는 “사실 아들의 첫 개인전 우승도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크게 내색은 못했다. 아들이 우승한 다음 날에 이제 단체전에 집중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라면서 “대회 전에 아들한테 나는 너 나이 때 더 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더 노력하고 더 집중해야 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단 아버지로는 달랐다. 정 감독은 “말은 못 했지만 아들이 나와 자기 엄마처럼 양궁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사실 양궁인 2세라는 것은 잘 없었다”라면서 “아들이 대회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선배들이 나에게 막 축하의 말을 건네고 하더라. 평소 대구서 지내 서울서 아는 아들과 자주 보지 못하지만 자주 전화를 걸고 있다. 앞으로도 꼭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바르게 커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벌써 2024 파리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직전 마지막으로 서유럽에서 열렸던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했던 그는 후배들에게 “아무래도 여름 유럽의 날씨는 굉장히 무덥고 건조하다. 피부가 바짝 말라서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선수들도 유럽의 기후에 대해서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날씨가 경기 당일 집중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미리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정 감독의 일생은 양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한국 양궁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올림픽 본선보다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국 양궁 선수들은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훈련에만 몰두한다”라면서 “앞으로 한국 양궁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과 애정을 주시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기 전 정 감독은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부인 임희진 여사. 서울 초등학교서 양궁 코치로 일하고 있는 그는 정 감독이 대구 중구청 감독과 국가 대표팀 코치를 오가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아들 정승욱 군을 키우고 있다.

정 감독은 "인터뷰 내내 계속 꼭 말해야 하고 싶었다. 내가 감독과 코치로 뛰면서 한 집에 있지 못할 때가 많은데도 그럴때마다 항상 아내가 나를 지원해주고 도와줬다. 아내가 아들을 혼자 키울 때도 많아 힘들었을건데 항상 날 먼저 생각해준다"라면서 "이 인터뷰를 통해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 집이 있을 수 있었다"라고 멋쩍은 미소를 보이면서 아내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mcadoo@osen.co.kr

[사진] 정재헌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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