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나라’ 일본에서 강백호의 흔적을 찾다! [일본통신]
입력 : 2023.0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OSEN=서정환 기자] ‘슬램덩크’는 과연 일본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차지하는 만화일까.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 원작의 농구만화 슬램덩크는 1억부가 넘게 팔린 농구만화의 성경이다. 지난 1월 4일 한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관객 1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90년대 슬램덩크를 만화책으로 봤던 ‘3040 세대’들이 극장을 찾아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기자 역시 슬램덩크를 보면서 자란 세대다. 능남의 벤치멤버 박경태처럼 농구를 보면서 ‘체크’를 하는 소년이었다. 경태 누나 박하진을 보면서 농구기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꿈을 이뤘다. 기자 역시 슬램덩크가 나오자마자 자막판과 더빙판을 2회 관람하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기자는 일본에서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도쿄출장을 계획했다. 도쿄에서 슬램덩크의 흔적을 열심히 찾았다. 이노우에가 직접 사인회를 열었다는 신주쿠의 극장을 방문했다. 일본에서도 ‘슬램덩크’의 열풍이 식지 않고 있었다. 일본에서 지난 12월 4일 개봉한 슬램덩크는 아직도 상영관을 가득 채우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월 11일 기준으로 슬램덩크의 상영수익이 80억 엔(약 771억 원)을 돌파했다.

일본사람들은 원래 인기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6개월씩 상영한다. 2022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0개 중 6개가 애니메이션이었다. 1위가 ‘원피스 필름 레드’, 2위가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였다. 나머지 흥행작 중에도 ‘킹덤2’, ‘신 울트라맨’ 등 만화를 실사화 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만화는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한국의 선입견은 일본에서 통하지 않는다.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슬램덩크’에서 강백호와 채소연이 데이트를 하면서 농구화를 사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도쿄에 있는 농구화 전문매장이 배경이다. 만화 속에서 강백호가 신는 ‘에어조던6’의 슬램덩크 한정판 버전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사인을 한 농구화가 매장에 전시돼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과 함께 발매된 한정판 피규어를 사기 위해 도쿄의 온 매장을 다 뒤졌다. 기자가 운좋게 마지막 남은 피규어 하나를 사왔다. 점원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도쿄를 다 뒤져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발매가의 10배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일본에서 슬램덩크 등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선 거대한 산업이다. ‘덕후들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가면 슬램덩크를 비롯해 원피스, 드래곤볼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을 파는 상점이 수백개가 몰려있다. 새제품은 물론이고 중고거래까지 활발하다. 유니폼, 티셔츠, 열쇠고리 등 상품의 숫자도 수천가지가 넘는다. 한국의 중년남성들이 연차를 쓰면서까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문화의 힘은 강력하다. 

슬램덩크의 또 다른 장점은 만화로 알기 쉽게 농구에 입문할 수 있는 최적의 교과서라는 점이다. 농구를 전혀 모르는 어린이나 여성도 슬램덩크를 재밌게 보다보면 어느새 농구팬이 되는 효과가 있다.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다만 슬램덩크가 너무 대작이다보니 후속 농구만화는 모두 ‘아류’로 취급되는 단점도 있다. 연재종료 27년이 지난 지금도 슬램덩크를 뛰어넘는 농구만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농구만화가 연재되고 있다. 이제 막 농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만화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도쿄에서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다양한 슬램덩크 서적도 볼 수 있었다.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북산고의 주활동무대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가마쿠라에 가면 북산고 선수들이 능남고 원정을 갈 때 탔던 전차 ‘에노덴’을 탈 수 있다. 실제 능남고의 모델이 된 가마쿠라코코마에역에 내리면 만화에 등장했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이정환이 서핑을 하고 강백호가 서태웅의 편지를 읽었던 해변가도 가볼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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