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지도, 강원의 맛] 10. 도토리묵밥
입력 : 2024.05.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스타뉴스가 맛 칼럼 '음식지도 강원의 맛'을 김민희 요리연구가와 함께 진행한다. 김민희 연구가는 아리부엌양조 대표이자 정선맛연구회 회장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스타뉴스가 맛 칼럼 '음식지도 강원의 맛'을 김민희 요리연구가와 함께 진행한다. 김민희 연구가는 아리부엌양조 대표이자 정선맛연구회 회장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인생의 소울 푸드, 도토리묵밥'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새벽 5~6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묵을 파는 아주머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기상나팔처럼 울리던 소리. "메밀, 도꾸리, 두부 사이소~ 두부~".

도토리를 도꾸리라고 부른 걸 보면 아마도 경기북부나 북한이 아주머니의 고향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궁금해 하던 어린 나에게 엄마는 "묵 파는 아줌마 아들이 아파서 이제 장사 안 하신다"고 알려주셨다. 나중에 듣게 됐지만 아주머니의 아들은 당시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주머니는 충격 때문에 오랫동안 누워 계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 돌이켜보면 삶의'새드 엔딩'이 참 많았던 시대를 우리 모두가 살아왔다. 어디 사연 없는 음식이 있으랴마는 도토리묵밥을 소개한다는 게 추억팔이가 돼버렸다.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오늘의 레시피는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도토리묵밥이다. 채 썬 도토리묵에 냉면 육수를 붓고 밥과 함께 곁들여내는 간단한 음식이다. 강원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흉년에 구황음식으로 도토리를 묵으로 쑤워 먹었는데 허기를 더 채우기 위해 밥을 말아 먹었던 것이 그 유래가 됐다. 과거에는 빈곤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별미음식으로 인식될 만큼 도토리묵밥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일반적으로 참나무과의 열매를 도토리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도토리묵의 재료는 주로 떡갈나무 열매를 가리킨다. 도토리라는 이름은 원래 '멧돼지가 먹는 밤'이라는 뜻이다. 멧돼지의 주식인데 다람쥐도 워낙 도토리를 좋아해서 둘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사람까지 경쟁자로 뛰어들었으니 멧돼지가 간간이 민가에 침입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도토리는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많아 그냥 먹지 못하고 가루로 만들어 묵을 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탄닌 성분을 걷어내지 않고 먹으면 소화불량에 변비를 유발하니 조심해야 한다.

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는 "도토리묵밥은 시원한 냉면 육수를 부어 먹으면 여름철 갈증해소 음식으로, 사골육수에 따뜻하게 말아먹으면 겨울철 보온 음식으로 두루 활용되는 소울 푸드"라고 추천했다.
◈ 도토리묵밥 레시피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재료>
도토리묵 1팩(350g), 냉면육수 1팩(320ml), 오이 1/3개, 김가루 약간, 배추김치 2줄기(참기름과 설탕으로 밑간), 식초 반술, 밥 1공기

<만들기>
1. 도토리묵을 길죽한 형태로 먹기 좋게 썰어준다.

2. 오이는 채를 썰고, 김치는 참기름 1/2, 설탕 큰 술 1/2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3. 시판용 냉면육수 한 봉지와 식초 1 큰 술, 설탕 1 큰 술을 넣고 잘 섞어 육수를 만든다.

4. 적당한 양의 밥을 담은 그릇(사발)에 도토리묵과 오이, 양념한 김치를 넣고 육수를 조금씩 나눠 붓는다.

5. 조미김을 잘게 잘라 올려주면 도토리묵밥 완성!
[음식지도, 강원의 맛] 10. 도토리묵밥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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