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34. AI시대, 그래도 글쓰기이다
입력 : 2024.05.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사진제공=pixabay


올해처럼 야구 선수들이 혀를 삐죽 내밀며 낭패당한 것 같은 표정 짓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이유는 올해부터 프로야구 경기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기계가 하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맡는 ABS 시스템(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2024년 경기부터 도입되었다. 카메라로 공 궤적을 추적해 판정을 내린 뒤 인간 심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때에 운동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각 선수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서 실시간으로 위치의 값을 전송하면 컴퓨터가 볼·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선수들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삼성팀의 김지찬 선수는 키가 유난히 작은 데 '그의 스트라이크 존을 ABS 시스템이 제대로 파악해서 판단을 내려줄까,'에 대해 나는 걱정한다. 볼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5월이 되니까 선수들도 좀 익숙해진 것 같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AI의 챗봇 시스템이 우리의 머리를 대신해 글을 써줄 수도 있다.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의 핵심어들을 챗봇에 입력시키면 그에 합당한 글들을 쏟아낸다. 이렇게 나온 글들을 보고 나도 당황했다. 어찌 보면 나보다 더 군더더기 없이 아웃풋 했을 때도 많으니 말이다. 또 더러는 입력이 부실해서인지 엉뚱한 방향으로 써진 글들을 본 적도 많다.

요즘 학교나 회사에서 리포트나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할 때도 이렇게 AI를 이용해서 써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골라내고 이 문제를 극복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도 많다. 2년 전, 교회에서는 성경을 통독하는데 목사님이 읽는 것을 매일 일정한 분량을 녹음해서 SNS로 보내주었다. 원고의 어느 정도 분량의 목소리를 입력시켜 놓으면 원고의 전체 분량을 기계적으로 녹음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잘 모르는 교인들이 '목사님, 읽어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인사를 해서 "제가 읽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일일이 변명하기가 민망하다고 하는 소리도 들었다. 이런 것도 인간이 다 기계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가 움직여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또 기계를 다룰 수 있도록 우리를 훈련해야 한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을 그렇게 썼다면 아무 감동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야구도 기계적인 계산으로 볼을 던지고 치고 달리고 받는 것으로만 된다면 야구를 볼 흥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은 본인들이 엄청나게 훈련을 했음에도 그 훈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기의 변수들과 만나게 된다.

그 변수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가슴을 졸이며 또 열광하는 것이지 않을까? 순간순간마다 개입되는 인간의 판단과 컨디션과 감정과 선수와 선수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달라지는 것을 짜릿하게 보게 된다. 공을 잘 때리기 위해서는 끝없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고, 그러한 경험들이 완전히 체화될 수 있어야만 한다. 김지찬 선수는 공도 잘 때리지만 그 작은 키로 굉장히 잘 달리기 때문에 내야수들이 긴장하고 덤벼들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그는 내야수 방심할 수가 없이 도루를 해댄다.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천재적인 야구 실력에 모두들 그 선수를 좋아한다.

/사진제공=pixabay
/사진제공=pixabay

글을 잘 쓰는 것도 야구 경기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챗봇이 정확하게 내용을 내놓는다 해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기는 쉽지 않다. 사람 마음의 변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이 공식대로만 되지 않음은 글쓰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인들의, 한국어의 서정적인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김소월의 시에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마음을 드러내는 이런 부분에서의 공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별의 시라고들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자고 한다면 '고이 보내주겠다. 그때는 눈물 아니 흘리우리다'라고 지금은 사랑하고 있는데 만일 나보기가 싫어서 간다고 한다면 하는 가정법을 사용한 시이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를 하나 더 예로 들어본다.

"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김소월 산유화)"에서 처럼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의 그 거리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AI는 '저만치'라고는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산에 피는 꽃은 1m 또는 2미터 간격으로 떨어져서 핀다'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말한다면 쓸쓸한, 외로운 마음이 느껴질 수 있을까? 사람의 글에는 데이터의 조합만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온도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저만치'의 거리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저만치 피어있는 꽃'이 자기인 것처럼 공감을 한다.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고 하는 시에서도 '내 마음이 어떠하다'라고 똑부러지게 말하고 있지 않다.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의 수수밭" 이 시에서도 그 느낌을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어제도 갔었던 수수밭을 오늘도 지나간다. 머위잎 다섯 장을 따서 앞뜰로 나선다. 아침만큼 빛나는 것이 여기에 또 있다.' 라고 썼다면, 심란하고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을까? 이 '마음의 수수밭'에서는 수수수… 소리를 내며 손을 대면 비어질 것 같은 수수 잎사귀가 느껴지고, '또 지나간다'는 말에서 해결되지 않은 마음이, 그리고 '머위잎 몇장 더 얹어'라는 표현에서 넓적한 머위잎, 그리고 한 장이나 두 장이 아닌 몇 장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그리고 '얹어'라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말로써 만으로도 충분히 무어라 다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이 전달되어 온다.

밝음으로 느껴질 수 있는 '앞뜰'이 아니라 '뒤란'이라는 말만으로도 어두움이, 그리고 '저녁만큼 저문 것'으로 표현되는 그늘, 어두움이 '또 있다'는 말들은 우울이 겹쳐지고 또 겹쳐져 있다. 과연 AI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AI도 학습 연습을 많이 시킬수록 추론 실력이 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과연 AI가 인간의 아픔을,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인간의 영감을 담을 수 있을까?
이렇게만 보아도 인간은 신비로운 존재이고 인간은 애매모호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테이터를 입력시키는 대로 표현(output)이 되는 AI처럼 인간은 그대로 아웃풋시키지 못한다. 오늘 있었던 일을 오늘 저녁 반 이상 잊어버리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인간의 머리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되더라'하면서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것을 연결시키며, 상상력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인간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잘 읽어내야 하는지, 어떻게 잘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잘 써야 하는지,

어떻게 잘 말해야 하는지를 훈련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기계가 아무리 잘 개발되어서 다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아도 인간의 이 미묘하고 애매모호한 감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이런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기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훈련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AI에 엄청난 데이터를 입력시켜도 잘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니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인류가 살아가는 한 늘 따라다닐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끝까지 인간을 따라다닐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 저녁도 변수가 많은 야구 경기에 빠져들고 있다. (서승옥)

- 서승옥행정사법인 CST 부설 ICST의 전문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행정척척박사] 2-34. AI시대, 그래도 글쓰기이다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