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의 눈] 이기주의와 무능이 낳은 ‘K리그 종합실망세트’
입력 : 2012.01.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기대했던 변화는 없었다. K리그는 여전히 관성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었다.

16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정기이사회는 ‘K리그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종합실망세트’를 내놓았다. 예고했던 ‘12+4 승강제’ 대신에 ‘14+2 승강제’를 선택했다. 1부 리그를 ‘프리미어 K리그(가칭)’이라 명했지만, 이사회 결정 사항에는 프리미어리그의 그림자는 없었다. 사실상 말뿐인 승강제가 돼 버렸다. 언론과 팬들은 “이게 무슨 승강제인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연맹에 대한 신뢰는 다시 무너졌다. 기존 방안에 대한 6개의 시도민구단들의 반발에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완벽하게 무릎 꿇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K리그의 운명을 좌우할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에도 연맹의 확고함과 능숙함은 없었다. 미래를 위해 물줄기를 바꿔놓기보다는 아주 조금 유량을 줄이는 것에 그쳤다.

지도에 그려진 암초조차 피하지 못한 셈이다. 시도민구단들의 반발은 예정된 순서였다. 이들과 협력하고, 대화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임무인데 지난해 1월 열린 이사회에서 승강제를 결의한 1년 동안 얻은 결과가 없다. 지난 7월에 시도민구단들이 “연맹의 졸속 행정에 분개한다”라며 집단 반발한 이후에도 6개월이 더 흘렀다. 결국에는 허망하게 손을 들었다.

시도민구단들의 이기주의는 종합실망세트의 나머지 반을 채운다. 집단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며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들은 1년 전 약속을 스스로 깨뜨렸다는 점이다. 2011년 1월 이사회에서 승강제에 합의해놓고, 1년 후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 자신을 부정한 셈이다. 이들은 어느 나라의 승강제를 꿈꿨던 것일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점진적이라는 수식어도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승강제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2013년부터는 무조건 시행돼야 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승강제에 반대하며 계속 밀어붙이면 독립리그를 구성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것은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단기적인 목적은 달성했지만. 집단 이기주의의 그림자가 선명하다.

연맹과 K리그 팀들이 잘 사용하는 ‘대승적’이라는 형용사는 이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설명이 필요한 개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끌어 쓰기를 주저 하지 않았던 이 말을 정말 필요할 때는 숨겨버렸다. K리그의 대승적 발전 차원에서 꼭 필요했던 승강제는 결국 반토막이 났다. 연맹의 무능과 구단의 집단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큰 그림이 어그러지니 채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결국 2014년에 승격을 위해 필요한 2부 리그 구성도 힘겹다. K리그는 2011년 승부조작과 같은 큰 위기를 겪었고, 변화의 과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결국 K리그의 물줄기가 향하는 곳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제 ‘K리그를 사랑해달라’는 말은 어떻게 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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