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감독, “K리그, 기준 없이 승강제 도입하나”
입력 : 2012.01.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승강제가 없는 한국축구에서 승격과 강등을 모두 경험한 이가 있다. 현재 J리그 사간 토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정환(39) 감독이다.

윤정환 감독은 세레소 오사카에서 선수로 뛸 때인 2001년, 2부리그로 강등되는 경험을 맛봤다. 이듬해에는 다시 1부리그로 올라서는 기쁨도 누렸다. 지난해에는 감독으로서 만년 2부리그 중하위권 팀이던 토스를 1부리그로 승격시켰다.

K리그는 올해 말 승강제의 첫 출발인 하위 2개팀 강등을 실시한다. 하지만 출발부터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시도민구단의 반발 속에 4팀을 강등시키는 원칙에서 물러난 생색내기용 제도 도입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출발을 한 K리그를 향해 윤정환 감독이 조언을 남겼다. J리그에서의 경험 그리고 J리그의 시스템을 통해 승강제에 필요한 것을 아는 만큼, K리그가 이를 참고해 내실 있는 준비를 하길 바라서였다.

-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승격 경험을 했는데 언제가 더 어려웠나?
2000년부터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었는데 2001년에 최하위를 기록해 강등됐다가 2002년에 다시 올라왔었다. 선수 때는 자기관리만 하면 괜찮았다. 지금은 지도자니 모든 선수를 관리해야 한다. 경험 없는 선수가 많으니 동기부여를 주고 집중해서 끌고 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분위기가 좋아 꾸준하게 가게 됐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도자가 힘들다. 여러 가지를 경험했다.

- 승격을 하는데 고비가 있었을 텐데?
6월에 홈경기가 굉장히 많았는데 거의 이기지 못하고 비기거나 지는 경기가 많았다. 그 때컨디션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 시기에 구단 사장이 바뀌었는데 선수들이 동요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시기를 넘긴 뒤로는 잘 나아갔다.

- 고비가 생겼을 때 어떻게 넘겼나?
지진 피해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동기부여를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얘기했다. 목표 의식이 한국선수보다 약하다. 목표 의식이 있지만 그걸 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1부리그로 올라가는 목표만 있고 목표를 위해 훈련을 어떻게 하고 게임을 어떻게 할 지 몰랐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개막전을 치른 뒤 지진이 일어나 리그가 두 달 정도 중단 됐다. 팀을 다시 정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또 선수 구성이 잘 됐었고 개막전을 졌지만 경기 내용이 괜찮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 2부에서 1부로 승격하면서 환경적인 변화가 있는가?
J리그에는 승격 조건이 있다. 운동장, 연습장, 클럽하우스 있어야 하고 채무가 없어야 한다. 2부에는 채무 있는 팀이 많다. 이런 부분 깨끗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롭다. 운동장도 몇 만 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클럽 라이선스 제도가 있는데 그것이 있어야 승격할 수 있다. 우리 홈 경기장은 2만 5,000석이다. 토스 지역 인구가 7만 명인데 매 경기 7~8000명씩 왔다. 지역 인구 1/10이 온 셈이다. 이번에 승격하면서 전용훈련장이 생긴다. 연습장은 있었지만 훈련장이 없었다. 천연잔디 2면에 클럽하우스도 새로 짓는다.



- K리그도 승강제 실시에 맞춰 클럽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좋은 제도는 받아들여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면 좋을 것이다. J리그의 클럽 라이센스 제도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기준으로 만들었다. (모든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런 기준을 만든 것 같다.

- 사간 토스는 어떤 부분을 1부에 맞춰야 하나?
운동장은 기본적으로 2부도 2만 명 이상이다. 우리팀 지적은 화장실이다. 2만 명 이상 들어가는 곳에서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구단 환경의 변화는 성적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어느 팀이든 결과가 나와야 지자체에서 해준다. 팀은 재정의 한계가 있으니 지차체에서 협조를 받아야 한다. 물론 구단에서도 마케팅에 신경 쓴다. 구단 사장님이 그 부분에 열정적이다.

- 올 연말 K리그 최하위 두 팀이 강등된다. 승강제는 K리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인데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예를 들어 수원, 서울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축구는 모르는 일이다. 이 팀들도 떨어질 수도 있다. 떨어진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이 2부에서 경기하다 올라갈 지 아니면 팀을 해체할 지 모르는 일이다. 일본은 큰 기업팀은 없지만 시민들의 작은 스폰서가 모여서 팀을 만들었다. 축구를 사랑하고 팀을 걱정하면 어느 리그에 있든 사랑을 계속 보낸다. 스폰서도 가능하다. 팀이 더 좋게 가는 게 스폰서가 할 일이다. 한국은 큰 기업 하나가 중심이 되어 있다. 하부리그에 있다면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그게 걱정이다. 선수들도 떨어졌다고 창피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더 노력해서 남고 올라가려고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초기 몇 년간은 이런 분위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 것이다.

- 승강제를 하려면 상하부리그가 탄탄해야 하는데 현재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K리그는 어떠한 기준도 없이 승강제를 하려는 것 같다. 시민구단을 보면 어떤 기준도 없이 창단한다. 그러다 보니 숙소도 없고 훈련장도 없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운동을 한다. 잘 된 곳도 있지만 말은 프로인데 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 시스템이 진작에 바뀌었어야 한다.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세우고 모든 부분에서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비전이 없다. 프로팀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출범을 한 다음 뭔가 만드는 상황이다. 그래서 밑바탕이 잘 되어있지 않다. 사소하지만 그런 점이 크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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