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펩의 완벽한 생일...정신력 약한 레알
입력 : 2012.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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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펩 과르디올라에게 엘클라시코 승리만큼 좋은 생일 선물이 있을까? 과르디올라 감독이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선수단은 마드리드 원정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궈내며 멋진 생일 선물을 안겼다. 현지 시간으로 1월 18일, 41번째 생일을 맞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3연승을 기록했다. 지도자 경력이 시작된 이후 통산 9번째 승리다. 그리고 이 승리로 바르사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통산 전적에서 동률(86승 45무 86패)을 이루게 됐다.

2011/2012시즌이 시작된 이후 이미 세 차례나 엘클라시코 더비가 펼쳐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이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두 차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경기에서 1무 1패로 트로피를 내줬고, 15연승을 달리던 라리가 무대에서도 전반기 안방 맞대결에서 1-3으로 패했다.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결승전을 통해 유일하게 설욕에 성공했던 무리뉴 감독은 올 시즌 코파 델레이 8강 1차전에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안방에서 2연패다.

무리뉴의 마드리드는 분명 개선되고 있다. 천하무적으로 불리는 바르사를 상대로 계속해서 득점하고 있다. 최근 안방에서 치른 두 경기에서는 선제골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번번이 뒷심 부족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안방에서의 연속된 역전패에 레알 마드리드는 큰 심리적 타격을 받았다. 결승골을 허용한 뒤 무리뉴 감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경직됐고,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카시야스의 말처럼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결과다.



개선된 마드리드, 바르사 징크스 떨쳐낸 호날두

벌써 9번이나 엘클라시코 더비를 치른 무리뉴 감독은 매번 다른 전술을 구사해왔다. 이번 경기의 라인업은 정말로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리며 필승의 의지를 보였다.

매번 실점의 빌미가 된 마르셀루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파비우 코엔트랑을 레프트백으로 배치했고, 멀티플레이어 하미트 알틴톱이 라이트백 포지션에서 선발 출전했다. 부상에서 막 회복해 선발 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베테랑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가 세르히오 라모스와 센터백 콤비를 이뤘다. 수비진에서 무려 3명의 선수가 예상을 깨고 선발로 나왔다.

미드필드진은 예상대로 트리보테 시스템이 가동됐다. 사비 알론소를 중심으로 부지런한 라스 디아라와 거친 페페가 나섰다. 공격진에는 최근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보여준 곤살로 이과인과 카림 벤제마가 동시에 출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스리톱을 이뤘다. 반면 바르사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섰다. 호세 핀토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것을 제외하면 지난 해 12월 마드리드 원정에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했다.

전반전은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강한 설욕 의지로 무장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섰다. 특히 호날두의 의욕이 대단했다. 무리뉴 감독이 경기 전 기자 회견에서 표현한대로 ‘짐승처럼 뛰었고, 사력을 다해 뛰었다’. 전방에서 거센 압박을 시도했고, 후방 수비까지 지원하며 부지런하게 뛰었다. 전반 11분에 벤제마의 패스를 받아 힘찬 질주에 이어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바르사전에 약하다는 비난을 일축했다. 엘클라시코에서 자신의 4호 득점을 터트렸다. 역대 4골 가운데 가장 시원스런 골이었다. 베르나베우는 다시 호날두에게 갈채를 보냈다.

레알 마드리드의 기본 자세는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세 명의 미드필더는 바르사의 패스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두 명의 풀백도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공수 간격을 좁혀 타이트한 밀집 수비를 구사했다. 페페는 특히 거친 플레이로 바르사의 미드필드진을 괴롭혔다. 바르사가 대부분의 시간동안 볼을 소유했지만 레알 마드리드 수비망을 쉽게 흔들지 못했다.



불안정한 오프사이드 트랩, 연이은 헤딩 실점

바르사는 중원 패스 플레이의 전개가 어려워지자 수비 배후를 겨냥한 침투 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오프사이드 트랩 구사로 응수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측면 수비 불안, 마무리 집중력 부족이라는 지난 경기의 문제를 해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려 3명의 선수가 생소한 레알 마드리드의 포백 라인이 구사한 오프사이드 트랩은 불안정했다. 결국 에릭 아비달에 내준 역전 결승골은 후방에서 달려들어온 선수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이루어 지지 못해 발생했다.

경기의 분수령이 된 것은 후반 4분 만에 터진 카를라스 푸욜의 헤딩 동점골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유독 헤딩에 이은 실점이 잦았다. 바르사전을 포함해 2012년 들어 치른 5차례 공식 경기에서 5골을 헤딩으로 내줬다. 말라가전에서 2골 모두 헤딩으로 실점했고, 최근 라리가 그라나다, 마요르카전에서도 헤딩으로 실점했다. 지난 번 엘클라시코에서도 세스크 파브레가스에 헤딩골을 허용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4분 차비의 코너킥에 이은 푸욜의 다이빙 헤딩 슈팅 시도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바르사는 고공 공격에 큰 강점이 있는 팀이 아님에도 무력하게 당했다. 전반전에 바르사의 단신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의 헤딩슈팅도 골대가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바르사의 헤딩 실점 경향을 보면 높이의 문제가 아니다. 배후에서 달려들어오는 선수의 헤딩 시도를 속수무책으로 허용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바르사의 두 골은 모두 평소 득점과 인연이 많지 않은 수비수들에게서 나왔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사의 화려한 공격 라인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배후에서 넘어온 수비수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여전히 문제는 정신력

동점골 실점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밸런스는 급격히 무너졌다. 히카르두 카르발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바르사는 푸욜의 골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았다. 베테랑 수비수 카르발류의 가세, 알론소의 호통, 라모스의 분전에도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의 팀 정신은 약했다. 여전히 바르사의 푸욜에 대적할만한 정신적 구심점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중반까지 역대 바르사전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던 호날두가 부상을 입으면서 제 기량을 내지 못했다.

결국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였다. 최근 연속된 득점행진에도 휴가 복귀 이후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메시는 라스 디아라와 페페의 집중 견제에 고전하며 크게 눈에 띄지 못했다. 하지만 감각적인 로빙 스루패스로 아비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엘클라시코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해결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문제는 이번에도 정신력이었다. 역전골을 내준 뒤에도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추가 시간까지 공격을 주도한 쪽은 바르사였다. 무리뉴 감독은 계속해서 공격적인 교체를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미 팀은 와해된 상태였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플레이는 시간이 갈 수록 과격해질 뿐이었다.

정신력은 단순히 투혼을 불사르고 온 몸을 던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신력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엘클라시코를 보면 양 팀 선수단 개개인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았다. 바르사는 정신력에서 단연 앞서는 모습이다. 선제골을 내줘도 동요하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를 펼친다. 라울이 떠난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정신려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바르사 선수단은 엘클라시코 승리와 함께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대한 생일 축하 파티를 벌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2차전이 열리는 25일(현지시간 기준) 다음 날이 무리뉴 감독의 생일(1월 26일)이다. 무리뉴 감독 역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으로부터 엘클라시코 승리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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