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영 코치, “홍명보호 주인은 불굴의 선수들”
입력 : 2012.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홍명보호가 당당한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윤진만 기자= 배에선 엄격한 규율이 있다. 지위가 있고 그에 걸맞은 역할이 나눠진다. 선장은 곧 하늘이다. 선원은 순종적으로 선장의 명을 기다린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그 배는 위험을 뚫고 원하는 항구에 무사히 도착한다. 선장-선원의 수직적이면서도 끈끈한 관계는 필수불가결하다.

과거 수많은 한국 축구 지도자는 하늘 같은 선장이었다. 선수들이 쉽게 말을 붙이기 힘들다. 아니다 싶은 것도 군말 없이 따랐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또 대부분의 지도자도 선배로부터 물려 받은 악습을 당연한 듯 행했다. 뛰어난 선수가 나오고 인프라가 구축되는 과정에서도 불편한 동거는 계속됐다. 뿌리 깊은 단절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최근에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 사단이 중심에 섰다. 평균 나이 40대 초반으로 구성된 젊은 코치진은 올림픽 대표팀을 새롭게 바꿨다. 경기 전 미팅 때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신세대답게 ‘쌤(코치 선생님의 준말)’이라 부른다. ‘쌤’들도 자연스러운 게 팀 발전에 좋다는 생각 하에 마음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셔플댄스와 같은 최신 트렌드를 공부한다.

하나가 된 팀이 상승세를 타는 것은 당연지사. 올림픽팀은 전술과 슈퍼스타의 존재 외에도 분위기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10년 7월 말레이시아와의 평가전 패배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7승 3무)를 기록 중이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한 조에 속해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조 선두를 달린다. 1월 오키나와 전지훈련과 킹스컵 출전으로 2월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사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맡는 김태영 코치는 이 같은 고공 행진이 제자들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선장 홍명보 감독이 항로를 정하며 팀을 이끌지만, 선원이 없으면 배가 순항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코치는 “선장은 홍 감독님, 코치는 갑판장이다. 그래도 팀에 틀이라는 게 없다. 우리가 강요하고 짜려고 하지 않아도 선수 본인들이 런던에 가기 위해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선원'들의 불굴 투지를 높이 샀다.

김 코치는 선수들을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15일 태국, 18일 덴마크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태도를 보면서 흐뭇해져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김 코치는 “17일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각자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웨이트 트레이닝, 조깅 등을 하더라. 선수들이 하려고 하는 행동이 눈에 보이니까 희망이 생긴다”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사우디와의 올림픽 최종예선 3차전 때도 느꼈던 감정이다. 당시 한국은 사흘 전 카타르 원정을 다녀와 사실상 원정과 다름 없는 환경 속에서 경기를 했다. 조영철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1-0 신승했지만, 선수들은 승점 3점도 기쁘지 않는 듯 고개를 떨궜다. 김 코치는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경기 내용이 안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안쓰러웠다. 코치들이 오히려 승점 3점을 땄으니 괜찮다고 달래줘야 했다”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코치진이 선수를 위한다고 올림픽팀이 자유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지켜야 할 규율이 있다. 사생활에서 보이던 편안 행동을 훈련장에서 보이면 홍명보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공과 사를 구분했을 때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김 코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운동장까지 가져가지 말고, 운동장에서 180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홍 감독님의 철학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수들을 칭찬, 또 칭찬했다.

올림픽팀은 선장부터 막내 선원까지 꾸준히 교감을 한 덕에 지금과 같은 팀을 만들 수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코치들은 선수들을 칭찬하고, 선수들은 코치들을 존경하면서 자연스레 올바른 길로 향한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홍명보호의 쾌속 항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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