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컵] 올림픽팀이 ‘방콕’ 하는 이유는?
입력 : 2012.0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윤진만 기자= 태국의 중심 방콕은 볼 거리가 많은 도시다. 매년 전세계 여행객들로 붐빈다. 방콕의 가장 큰 수입원은 단연 관광으로 방콕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방콕 관광은 딴 나라 얘기다. 12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킹스컵 출전 차 방콕에 도착한 뒤로 경기 및 훈련 외에는 외출하지 않고 있다. 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방콕(※ ‘방에 콕 박혀 있음’에 줄임말)’이다. 전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방콕은 낯설고 한번쯤 들여다 보고 싶은 욕구가 치솟을 법 한데, 방콕의 문을 열기보다는 동료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여가를 즐긴다.

이들이 방콕 체험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트렌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 국제 경기에 참가하면 처음 보는 도시를 구경하기 바빴다.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귀가시간을 지키면 코치들도 허락했다. 최고의 경기를 위해선 여가도 잘 보내야 한다는 지론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숙소에선 TV 시청 빼고는 즐길 거리가 없는 것도 외출하는 이유였다. 1998년 킹스컵에 참가한 김태영 올림픽팀 코치는 “그때는 정말 할 게 없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첨단 기기가 수개월 단위로 새롭게 등장하고 급기야 숙소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가 나오자 선수들은 굳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되기 보다는 실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택하고 있다. 킹스컵 참가 선수들은 17일 동안의 합숙 생활 동안 동료와 함께 노트북 등을 이용해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긴장을 푼다. 또 다른 트렌드인 ‘티(Tea) 타임’도 빠짐없이 갖는다.

김태영 코치는 선수들이 ‘방콕’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시대와는 다르다. 사고 방식, 문화도 틀리다. 우리 때에는 그런 기기가 없었다. 이런 곳에 오면 쇼핑을 위해 나가려고 하는데 요새 선수들은 깔끔한 장소에 가서 선물을 사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깔끔한 장소란 면세점, 백화점, 쇼핑몰 등을 일컫는다. 김태영 코치는 “우리 때는 조금이라도 머리가 길어도 난리가 났다. 요새 선수들은 머리에 염색, 파마를 한다. 시대가 변했다.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 좋아하는 대로 해주고 경기장에서 집중적으로 잘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면 된다”라고 했다.

선수들이 호텔 잔류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의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 포 원(All for one), 원 포 올(One for all)’을 팀 이념으로 삼은 이들에게 개인행동이란 없다. 운동을 할 때나 쉴 때나 함께한다. 막내라고 해서 떼놓지 않는다. 누구 하나가 나가면 다같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코치진이 강제한 단합심이 아니다. 2012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 때까지 탄탄한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 스스로 똘똘 뭉쳤다. 주장 홍정호는 “우리는 움직일 땐 다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23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도 대의를 위해 작은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올림픽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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