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강희호’에 금칙어가 생긴 사연
입력 : 2012.02.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영암] 홍재민 기자= 국가대표팀에 금칙어가 생겼다. ‘해외파’와 ‘노장’이다.

전남 영암에 캠프를 차린 ‘최강희호’는 당초 예상대로 국내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K리그 명장 최강희 감독이 불러 일으킨 새 바람이다. 변화는 금방 나타났다. 훈련 첫날부터 팀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다. 이런 개선의 뒤에는 최강희 감독의 또 다른 원칙이 존재했다. ‘해외파’와 ‘노장’이란 단어를 입에 담지 말라는 세부 행동강령이 전달된 것이다.

소집훈련 첫날 최강희 감독은 현장 인터뷰에 함께 나서는 이동국과 별도 차량으로 훈련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다. ‘해외파’라는 단어를 절대로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해외파’의 금칙어 지정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파 선수에 대해 자칫 있을지 모를 국내파의 소외감 방지다. 이전 대표팀에서 국내파는 이른바 ‘찬밥 신세’였다. 국내파에겐 노력해도 안 된다는 피해의식이 없지 않았다. 팀 주변에선 “식사할 때도 해외파와 국내파가 다른 테이블로 모인다”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최강희 감독이 이런 분위기에 철퇴를 내렸다.

최강희 감독은 “해외파라는 말을 쓰지 마라. 그렇게 따지면 이동국, 김두현은 ‘전(前) 해외파’라고 불러야 하느냐”라며 불만을 터트렸다는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선수 이적이 잦아져 국내파-해외파 구분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상황 변화도 ‘해외파’ 금칙어 지정의 또 다른 이유다. 어느 날 갑자기 국내파와 해외파의 경계를 넘나드는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구분법이 무의미하다는 게 최강희 감독의 생각이다.

‘노장’의 금칙어 지정도 비슷한 맥락의 시대 변화를 반영한다. 이번 대표팀 소집에 최강희 감독은 김상식, 이동국 등의 경험 많은 베테랑을 대거 발탁했다. 조광래 감독 시절 25세 이하였던 평균연령이 28.3세로 쑥 올라갔다. 1986년생인 한상운(성남)은 “형들이 많아져 내가 후배로서 마음 편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며 선배들의 합류를 반겼다.

현대의학과 선수들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보태진 덕분에 최근 현역 은퇴 시기가 몰라보게 늦춰졌다. 김기동(1972년생, 2011년 은퇴)과 김병지(1970년생)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라이언 긱스(1973년생), 필리포 인차기(1973년생) 등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서른 살만 넘으면 ‘노장’ 소리를 듣는 한국적 정서에 비해 현실이 너무 앞서가게 된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서른 줄에 접어든 선수들도 대표팀 내에서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영암 캠프에서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최덕주 수석코치는 "코칭 스태프들이 병풍처럼 선수들을 가로막으면 안 된다"라며 소통을 중시했다. 22일 훈련장을 찾은 서정복 전남축구협회장은 "선수단 격려차 연습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전남 도지사를 말렸다. 훈련에만 매진해야 할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박준영 도지사가 이런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영암 캠프에는 '고위인사'란 말도 없어진 셈이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