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日 축구 근간도 흔들
입력 : 2012.02.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일본 축구 발전의 산실인 'J-빌리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대응을 위한 전진 기지로 탈바꿈했다. 이제 J-빌리지에서는 더 이상 국가대표를 꿈꾸는 일본 축구 꿈나무들의 땀방울을 발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일본축구협회는 2002 한일월드컵을 5년여 앞둔 지난 1997년, 후쿠시마현에 J리그, 후쿠시마현, 도쿄전력 등과 함께 축구발전을 위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축구 훈련센터를 건립했다. 일본축구협회가 축구 선진국 진입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한 '백년구상'의 일환이었다.

J-빌리지에는 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포함해 천연잔디구장 10면, 인조잔디구장 1면, 풋살 경기장 2개, 실내 연습장, 숙박시설, 체력단련센터, 축구박물관은 물론 동시통역시설을 갖춘 국제회의장도 구비되어 선수는 물론 일반인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각급 국가대표팀은 물론 J리그 팀들 역시 이곳에서 훈련하며 일본 축구의 미래를 도모했다.

하지만 지난 해 3월 동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지역이 초토화되었고,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후 J-빌리지는 원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남쪽으로 20Km 지점에 위치한 탓에 선수들의 방사능 피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J-빌리지는 원전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복구 작업에 나서는 작업원들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J-빌리지는 숙박 시설은 물론 의료 시설과 식당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고 대응 기지로 적합했다.

현재 J-빌리지에는 수 천명의 작업원들은 물론 현장 통제를 위한 자위대원과 경찰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곳에는 사고 이후 인체 외부와 내부의 방사능 피폭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각종 인원의 현장 출입과 작업을 지휘 감독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축구 선수들의 땀방울이 흐르던 12면의 천연잔디구장에는 사고 직후부터 쌓인 50만 벌이 넘는 방호복과 각종 방사성 폐기물들이 컨테이너와 봉투에 담겨져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실상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하루 3000 명 이상의 작업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수습하는데 최소 3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J-빌리지 역시 향후 적어도 수 십 년동안 본래 기능인 국가대표팀 축구 시설로 활용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재 일본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원을 받아 미야기현 마츠시마 마치에서 축구센터를 보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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