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쓰라린 첫 패배에 어금니 꽉 깨문 이흥실
입력 : 2012.03.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류청 기자= 전북 현대의 이흥실 감독대행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후 두 경기만에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그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전북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광저우 헝다와의 2012 AFC챔피언스리그(이하 ACL) H조 1차전 경기에서 1-5로 패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전주성은 무성 영화의 무대가 돼 버렸다.

이 대행은 데뷔 무대였던 지난 3일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개막전에서 성남 일화에게 3-2 승리를 거뒀기에 이날 패배가 더 아팠다. 4일 만에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대행은 기자회견장에서도 중국 기자들에게 곤욕을 치렀다. 중국 기자들은 승리를 만끽하면서 여유롭게 질문했고, 이 대행은 담담하게 답했다.

표정의 변화도 없고, 목소리의 떨림도 없었지만 이 대행의 속은 불타고 있었다. 이 대행은 온화한 미소 뒤에 엄청난 승부욕을 숨기고 있는 이다. 선수 시절에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대행은 “오늘 우리가 홈에서 졌지만 광저우 원정경기에서는 자존심을 걸어 멋진 승부를 하겠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이 대행을 따라가면서 그의 커다란 의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는 “첫 패배가 너무 쓰라렸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라면서도 “다음에 꼭 이겨야지”라고 했다. 이 대행은 동향 선배 이장수 감독에게 패배를 돌려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제 자존심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이 대행이 불면의 밤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분함에 잠을 못 이룰 거라는 설명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이 선생님은 누구보다 지는 걸 싫어하는 분”이라며 “온화해 보이지만 마음 속에는 엄청난 악바리 근성이 있다.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홈 팬들 앞에서 참패를 당한 만큼 상처도 클 수 밖에 없을 터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다. 이날 패배는 이 대행에게 아픔보다는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패배는 승리의 밑거름이다. 악바리 이 대행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전북의 패배가 실망스럽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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