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대전서포터, ‘최은성타임’…전반 21분부터 응원 재개
입력 : 2012.03.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한준 기자= 뒤집힌 걸게, 침묵한 응원석. 용광로 같은 열기를 자랑하는 대전시티즌의 홈 경기장 ‘퍼플아레나(대전월드컵경기장)’는 갑작스레 찾아온 3월의 한파와 함께 얼어붙었다. 대전 서포터즈 ‘퍼플크루’는 11일 전북 현대 모터스와의 홈 개막전에 ‘퍼플크루’는 입을 다물었다. ‘레전드’ 최은성의 갑작스런 은퇴에 항의표시로 응원 보이콧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은 시즌 개막전이었던 경남 원정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팬들의 응원 없이 외로운 싸움을 벌인 대전은 평보다 훨씬 힘겨운 원정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응원 보이콧은 홈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퍼플아레나의 침묵은 전북전 전반 21분을 기점으로 해제됐다. 최은성의 등번호 21번에 맞춰 준비한 퍼포먼스다. 대전 팬들은 최은성의 모습이 담긴 대형 통천을 내걸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퍼플아레나에 최은성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퍼플크루’의 응원이 재개됐다. 응원의 함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대전은 더 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27분 전북 골문을 위협한 김재훈의 슈팅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



15년 동안 대전만을 위해 헌신해온 최은성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과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은퇴 위기에 몰렸다. 대전 팬들은 반발했다.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대전 구단주 염홍철 시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최은성은 결국 대전과의 결별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대전 팬들의 투쟁은 당초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은성이 직접 나서 “나는 떠나지만 남은 대전 선수들을 응원해달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파문의 중심에 있었던 대전 김광희 사장이 사퇴했다. 홈 개막 식전 행사에는 염 시장이 재차 대전 팬들에게 불미스런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퍼플크루의 응원과 함께 강추위 속에도 만2천여 관중에 모인 퍼플아레나는 신명 나는 축구 축제를 벌였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닥공’을 완벽하게 봉쇄한 대전의 철통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은 2012시즌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응원의 함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축구특별시’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의 분위기를 회복하는 듯 했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내준 대전은 뼈아픈 2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선수단과 팬들은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굳는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올시즌 대전을 수식하기에 가장 걸맞은 이야기다. 최은성은 떠났지만 그 정신을 이어 받은 대전 축구는 유상철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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