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舊)’자철 떠난 자리 ‘형들’이 채웠다
입력 : 2012.03.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가 단 두 경기만에 ‘다크호스’로서의 면모를 되찾았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깨끗이 털어낸 모습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K리그 준우승까지 올랐던 2010년의 분위기와도 비슷하다.

▲ 2010 삼다 축구 vs 2012 방울뱀 축구
박경훈 감독의 축구는 매 시즌 조금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010년에는 ‘삼다축구’에 운영 철학을 담았다. 제주도를 달리 일컫는 삼다도에 빗대 바람처럼 빠른 공수전환, 돌처럼 단단한 조직력, 여자처럼 아름다운 축구를 구현하겠다는 의지였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프로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그해 제주를 K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는 ‘방울뱀 축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방울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상대를 위협한 뒤 빈틈을 찾아 한 방에 먹이를 낚아채는 방울뱀에 착안했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를 옥죈 뒤, 허점을 발견하면 단 한 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원샷원킬’ 축구다. 개막 후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주변 평가가 좋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짜임새 있는 움직임으로 타팀들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큰 틀에서는 2010년의 맥을 잇고 있다. 박경훈 감독은 “삼다 축구에서 연결되는 축구다. 바르셀로나 축구와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구(舊)자철은 없지만 ‘형들’이 있다
방울뱀 축구의 핵심은 미드필드다. ‘원샷원킬’을 위해서는 볼 소유권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0년 제주의 중원을 지휘했던 이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패스의 시발점이자 상대의 줄기를 차단하는 일선에 있었다. 박현범(수원)이 그 옆에서 보조를 맞췄다. 제주가 준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두 선수의 중원 장악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제주에는 ‘쌍형’이 있다. 권순형과 송진형이다. 권순형은 안정적인 볼 키핑과 공격 전개 작업으로, 송진형은 활발한 움직임과 세밀한 침투 패스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박경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권순형과 송진형 외에 정석민, 정경호 같은 미드필더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서 “볼 소유권이 좋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패스 능력, 기술이 뛰어난 이들”이라고 칭찬했다.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조직력에서는 더 기대할만하다는 설명이다.

▲ 3월 승점 확보 전략은?
운영 전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홈에서는 반드시 이기고 원정지에서는 지지 않는 것으로 승점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중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겨 승점을 챙겨야 한다. 2010년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다. K리그 챔피언십에 안정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박경훈 감독은 3월의 4경기(인천-부산-광주-수원)에서 3승1무를 계획했다. 지난 주말 부산전이 끝난 후 “부산과 비긴 것은 손해”라고 한 것도 경쟁 상대를 확실히 물리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남은 일정은 광주 원정 경기와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경기다. 계획대로라면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박 감독은 “부산전에서 (3점을)못 쌓았기 때문에 남은 2경기에서 우리가 원했던 승점을 쌓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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