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억울한 현영민, “아디형”을 외친 이유는?
입력 : 2012.03.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구리] 류청 기자= 나이가 들면 서럽다. 수식어도 달라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비좁은 노약자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 운동선수세계에서는 나이 듦이 더 급격하고 갑작스럽다. 서른만 넘어도 ‘노인네’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한국 나이로 34살에 접어든 현영민(서울)도 요즘 부쩍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나이가 많다’라는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14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영민은 “나는 아닌데 자꾸 주위에서 나이가 많다라고 한다”라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운동선수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똑 같은 실수를 해도 나이 탓을 듣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영민의 동기들은 여전히 노장이라는 수식어와 거리가 멀다.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가 된 이동국과 서울에서 함께 뛰는 김용대는 모두 현영민과 동갑내기 친구다.

“이동국과 옆에 앉아 있는 김용대 선수와 동갑이다. 친구들도 잘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이가 많다고 한다. 어느새 팀에서도 아디를 빼고는 최고참이 됐다. 그래도 (김)한윤이형과 아디를 보면 몸관리 잘 하면 나도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영민은 최 감독에게도 노장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현영민은 두 아이(한 명은 아내 배 속에)의 아버지다. 최 감독은 이 부분을 노려 농을 던지곤 한다는 이야기. “경기장에서 승리해야 집에서도 좀 편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역할을 잘 해내겠다. 감독님이 ‘팀이 이겨야 집에 장난감이라도 하나 더 사간다’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억울한 현영민은 갑자기 한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다름 아닌 팀 동료 아디다. 그는 “나이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아디형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자신이나 아디나 나이에 관계없이 건재한데 노장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갑작스러운 현영민의 ‘형타령’에 기자회견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현영민은 웃음 속에서 칼을 갈고 있다. 그는 지난 1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결장했는데, 이것은 프로 데비 이후 첫 결장이었다. 현영민은 “지나보면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내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 운동장에서 어필해서 꼭 경기장에 나서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마무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최 감독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일요일 경기에도 잘 해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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