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이병 김형일, ‘아빠의 힘’으로 달린다
입력 : 2012.03.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창원] 배진경 기자= “추우우웅서어어엉!”

경남FC와 상주상무가 1-1로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던 후반 11분. 미드필드 우중간에서 차올린 김치우의 프리킥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앞으로 떨어졌다. 공격 진영에 가담했던 수비수 김형일이 타점 높은 헤딩슛으로 경남의 골망을 갈랐다. 상주가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김형일은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무는 골세레모니를 펼쳐 보였다. 이어 본부석 쪽으로 달려와 거수경례를 한 뒤 기합이 잔뜩 실린 목소리로 ‘충성’을 외쳤다.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지난 겨울 동안의 변화를 동시에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 사이 김형일은 ‘아빠’이자 ‘군인’이 되어 있었다.

김형일은 지난해 12월 만삭의 아내를 남겨두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주 선수들과 동계 훈련을 소화하는 동안 득남했다. 1월 말이었다. 세상에 나온 아들 승민이를 만나기 위해 잠깐 휴가를 얻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출산으로 고생한 아내를 뒤로 하고 다시 팀으로 복귀해야 했다. 책임감이 생겼다. 김형일은 “상무에 입대한 후 아기가 태어났다. 가족들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졌고 책임감도 생겼다”면서 변화상을 전했다.

시즌 1호골을 기록한 감격은 고스란히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감동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축구를 통해 병역의무를 다할 수 있는 환경 덕이었다. 새삼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김형일은 “군인 신분으로 K리그에서 게임을 뛸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말로 골을 기록한 소감을 대신했다.

김형일의 골로 2-1의 리드를 잡은 상주는 곧이어 터진 고차원의 추가골까지 묶어 스코어를 더 벌렸다. 경기 막판 까이끼에게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3-2로 승리했다. 시즌 첫 승이었다. 역전승의 기쁨까지 더해졌다. 팀 승리에 기여한 김형일은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김형일은 “선수들 모두 승리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컸다”면서 “경남에 먼저 실점한 후 선수들이 (위기를)극복하기 위해 더 뭉쳤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2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오늘 승리로 보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본업이 수비수인 탓에 골에 대한 욕심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팀의 또다른 공격 옵션이 될 수 있다. 김형일은 “지난해 한 골도 못 넣었는데 경남전 골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팀에는 김치우, 이종민, 김재성 선수처럼 프리킥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 호흡을 맞춘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시즌 첫 승으로 반전에 성공한 만큼 연승으로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다음 경기 상대는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포항이다. 김형일은 “포항에서 선수로서 많은 걸 이뤘고 주장까지 했기 때문에 좀 벅찬 감정이 생길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상무 소속이기 때문에 상무 선수로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것 같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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