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용수-유상철 라이벌전, K리그 새 흥행카드
입력 : 2012.03.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내 패션감각을 의식하더라.(유상철)” vs. “와 닿지 않는 멘트다.(최용수)”
"가서 한방 먹이고 오겠다.(유상철)" vs. "줄기 자체를 끊어버리겠다.(최용수)"


깔끔한 정장, 팀을 상징하는 붉은 색 넥타이와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그라운드에 선 두 남자의 아우라가 남다르다. 위트와 흥분, 긴장감이 넘친 라이벌전이다. 경기 전부터 장외전쟁이 치열했다. 아직까지는 현역 선수로 더 익숙한 이름, 한국 축구의 영웅 최용수와 유상철이 감독 지휘봉을 잡고 K리그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동갑내기인 둘은 한국 대표 선수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함께 뛰었고 J리그 생활도 같은 기간에 보내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현연 은퇴 이후 볼 수 없었던 두 영웅의 재회를 보기 위해 상암벌에는 2만 여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들었다.

감독 대결은 이번이 첫 만남은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후반기 맞붙었고 서울을 이끌던 최용수 감독이 대전의 유상철 감독에 4-1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아니었다. 당시 최 감독은 대행 꼬리표를 달고 있었고 유 감독은 갑작스럽게 팀을 맡았다. 두 감독 모두 자신의 색을 녹여낼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다. 올 시즌 대결이야 말로 진정한 첫 맞대결이라 할 수 있다.



자존심을 건 한판,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

참패를 당한 유 감독은 속이 더 쓰렸을 것이다. 유 감독은 “그때는 해 볼만큼 해보고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문제 진단과 처방을 내린 유 감독은 “이번에는 한방 먹이고 오라고 말했다”며 강한 설욕 의지를 보였다.

강팀 서울을 이끄는 최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한방을 먹이겠다? 우리는 줄기를 모두 끊어버리겠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자만하지는 않았다. “멋모르고 덤비는 팀이 기세를 타면 더 무서운 법이다. 자신감을 얻게 되면 그게 90분 내내 이어진다”며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지만 강한 투쟁심과 집중력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서울은 무패(1승 1무), 유 감독의 대전은 무승(2패)인 상황에서 충돌했다. 전적이나 상황, 전력에서 최 감독의 서울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거둔 성공이 더 큰 법”이라며 이변을 기대하라 말했다. 유 감독의 대전은 비록 패했지만 2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최 감독도 “전북전 대전의 경기력이 대단하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변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안된다”며 필승의 각오를 보였다. 현역 시절 투쟁심과 정신력에서라면 단연 최고였던 두 감독 다웠다.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서울이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대전도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응수했다. 기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수준 높은 경기였다. 최용수와 유상철, 두 스타 선수가 스타 감독으로 성장하며 한국 축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승장 최용수, "매경기 죽기살기"...패장 유상철, "마지막에 배부를 것"

결과는 이번에도 서울 최 감독의 승리였다. 집중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후반 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대전 수비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 데얀의 마크에 집중하다 몰리나의 프리킥 크로스를 빠트렸다. 몰리나의 왼발 킥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유 감독은 후반전에 세 장의 공격 카드를 꺼냈지만 몰리나에 추가골을 내주며 분루를 삼켰다. 공격 역량에서 스타 군단 서울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최 감독이 또 한번 웃었다.

최 감독은 패배한 유 감독에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하며 언론에 위로를 당부했다. “우리 젊은 감독들은 절실하다. 요즘 프로팀은 20~30년씩 장기 집권을 할 수 없다. 하루, 한 주, 한 시즌마다 어떻게 마치느냐, 결과에 평가 따른다. 매 경기 우리는 죽기 살기로 준비한다.” 하지만 유 감독은 대전을 이끌며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마지막에 배부르겠다"며 다음 기회를 도모했다.

친한 사이지만 맞대결을 앞두고 전화통화는 없었다.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전화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전화가 온다면 "내 식대로 농담 한마디 던져주겠다"고 답했다. 선전하고도 또 한 번 분루를 삼킨 유 감독이 대전에서의 리턴 매치에서는 설욕할 수 있을까? 2012시즌 K리그는 뜨겁게 하는 새로운 흥행카드가 탄생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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