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축구 版!] 박주영에게 드리운 '제2의 동팡저우' 그림자
입력 : 2012.04.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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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박주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소식도 잘 들리지 않는다. 샤막이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벵거 감독에게 걸려서 방출 위기라는 이야기, 그래서 박주영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 난무한다.

사실 박주영은 언론을 통해 자주 입을 여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광래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던 시절에는 주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나섰지만, 그 이후 입은 굳게 닫혔다. 그리고 최근 한 매체를 통해 입을 열었는데, 병역 문제와 관련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박주영은 천 마디 말 보다 하나의 행동이 더욱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때문에 언론과는 조금 거리를 두었고,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 실력으로 말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주영은 말 보다 축구를 더 잘 하고, 축구를 제일 잘 한다.

박주영의 병역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본인의 선택이다. 결과도 본인의 몫이다. 축구라는 주제 하나로만 박주영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현재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문득 추억의 이름, 한때 ‘대륙이 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동팡저우가 생각난다. 비교 자체를 불쾌하게 느낄 독자도 있겠지만, 사실만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둘의 궤적은 매우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박주영, 동 팡저우 그리고 기시감
동팡저우는 2004년 맨유의 첫 번째 아시아 선수라는 타이틀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바로 맨유에서 뛰지는 못했다. 워크 퍼밋 문제가 걸려있어 벨기에 로얄 안트워프에서 임대 생활을 하게 된다. 동팡저우는 안트워프에서 약 세 시즌 동안 71경기에 출전해 34골(리그 기준)을 넣었다. 2005/2006 시즌에는 리그 최다 득점자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나름 팀과 리그에서 ‘골 좀 넣는다’는 선수로 이름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2006년 12월, 영국 워크퍼밋이 나오자 퍼거슨 감독은 동 팡저우를 소환했다. 안트워프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정말 ‘맨유맨’이 된 것이다. 동팡저우의 입단 자체가 맨유의 입장에서는 유망주의 영입이었다.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입장에서 안트워프에서 좋은 기록까지 거두고 있고, 워크 퍼밋까지 나온 선수를 멀리 둘 필요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데려와 조련하고 싶었을 것이다.

동팡저우는 안트워프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맨체스터로 날아갔다. 당당히 맨유의 1군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의 수준은 분명 다르지만, 동 팡저우는 분명 안트워프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꾸준히 노력했다. 맨유에서도 땀은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을 것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아시아 선수로 이름을 올린 박지성 역시 잘 적응하고 있으니 자신도 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적응기를 위해 리저브 팀에서 훈련했는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한 달이 됐다. 한참을 보내고 맨유 복귀 다섯 달 만에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첼시. 솔샤르와 짝을 이루어 공격에 나섰다. 수 많은 중국 팬들이 스탬포드 브릿지를 찾았고, 동팡저우는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내달렸지만 달리기만 했다. 비난이 쏟아졌고. 퍼거슨 감독은 다시 그를 2군으로 보냈다. 1군 경기 후보 명단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주로 2군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2007년 12월, 7개월만에 1군 경기를 소화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였다. 루니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올랐지만 다시 혹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 칼링컵 무대에 나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맨유에서 실제 있었던 두 시즌 동안 세 번 출전이 모두였다. 2008/2009시즌을 앞두고 동팡저우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를 한다. 즉시 중국으로 복귀한 ‘사라진 대륙의 별’ 동팡저우는 유럽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유럽행 비행기에 다시 올랐다. 폴란드, 포르투갈, 아르메니아를 거쳤고, 지금은 다시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박주영, 병역 설화 때문이 아닌 실력이 위기

박주영과는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각각 모나코와 안트워프에서 실전 경험과 실력을 쌓고 빅 리그, 빅 클럽의 주전으로 도약하기 희망했고, 또 노력했다. 리저브 팀에서 지속적으로 기회를 잡고 득점 역시 간간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내의 치열한 경쟁과 감독의 판단에 의해 1군 출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둘의 공통점이다.

분명 비슷한 궤적을 그렸지만, 동팡저우와 박주영 사이에는 배경적으로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입단 당시의 레벨이 다르다. 맨유가 동팡저우와 계약했던 이유는 그가 꽤 괜찮은 ‘유망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한 아스널의 판단 배경에는 ‘유망주’가 아닌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가 있었다. 아스널로 이적하기 전에 당시 박주영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인 월드컵을 제대로 경험했고, 아시아 최강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그런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 박주영이 위기라고 한다. 영국 ‘데일리 메일’이 최근 박주영을 올 여름 아스널의 방출 예상자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새로 영입될 선수들의 소식도 들려온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분명 위기는 위기다. 사실 박주영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복잡하지도 않다. 앞서 언급했듯 박주영이 제일 잘 하는 것이 바로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긍정적으로 보면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겠다. 힘들겠지만 2군 경기에서, 훈련장에서 흘릴 땀이 남아있음을 증명하고 있기를. 그래서 동팡저우와 같은 궤적을 그리며 ‘사라진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가 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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