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의 눈] 유럽 점령한 스페인 축구, 경쟁 상대가 없다
입력 : 2012.04.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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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역사상 첫 엘클라시코 성사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스페인 라리가 무대의 거함이 나란히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두 시즌 연속 동반 진출이다.

지난 시즌 준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올시즌 사상 첫 결승전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8강전에서 다른 팀들과 비교되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럽의 주요 스포츠베팅업체들은 2011/20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확률에서 ‘디펜딩 챔피언’ FC 바르셀로나의 우승확률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평균 1.86의 배당률이 책정되었다. 뒤를 잇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로 3.34다. 바이에른 뮌헨이 5.60, 첼시 10.70으로 우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준결승 대진표는 바르셀로나와 첼시,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의 대결로 구성되어 있다. 1차전은 첼시와 바이에른의 안방에서 열린다. 그럼에도 승리 확률이 더 높게 책정된 것은 원정팀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다. 실제 돈이 오가는 베팅업계의 매우 ‘객관적인’ 분석 결과다.

통계기록에서도 올시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압도적이다. 8강전까지 총 10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바르셀로나가 33골, 레알 마드리드가 32골을 넣었다. 바이에른(22골), 첼시(21골)과 10골 차이가 난다. 실점도 적다. 레알 마드리드가 6실점으로 최소실점을 기록했고, 바르셀로나도 7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 기록에서는 바이에른(7실점)과 첼시(9실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볼 점유율에서 바르셀로나는 평균 675로 독보적이고, 레알 마드리드도 58%로 그 뒤를 잇는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볼 소유권을 장악하는 두 팀이다. 첼시(57%)와 바이에른(56%)에 근소하게 앞선다.

다른 스타일, 압도적인 강력함

하지만 두 팀의 우위를 점치는 이유는 단순한 수치상의 우위 때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균형 잡힌 스쿼드,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들과 감독, 안정된 재정상태를 기반으로 흠 잡을 곳 없는 팀을 구축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강점은 자체 육성 스타들을 기반으로 한 패스 플레이와 중원 장악 능력이다. 차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푸욜, 피케, 발데스 등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수년간 발을 맞추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고 있는 리오넬 메시의 경이로운 플레이와 득점력이 화룡점정이 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어떤 선수가 뛰어도 일관된 경기력을 선보인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기를 장악한다. 바르셀로나의 축구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리더십도 탁월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과 주제 무리뉴 감독의 용병술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카림 벤제마, 곤살로 이과인, 메주트 외칠, 사비 알론소,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 이케르 카시야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찰 만큼 스타 선수가 많다. 레알 마드리드는 빠르고 효율적인 축구로 기계처럼 골을 뽑아내고 있다. 메시만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을 호날두의 골폭풍도 무시무시하다.

유수의 스타 선수들을 하나이 유기체로 묶어낸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도 대단하다. 상대에 따른 기민한 전술적 대처와 다채로운 선수기용이 장점이다. 다양한 스타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여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잘 꿰어 낼 수 있는 무리뉴 감독의 존재가 스타 군단을 강하게 응집시켰다. 무리뉴 감독은 스스로 자처했듯 지난 10년간 유럽대항전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감독이다. 과르디올라의 최근 우승행진이 인상적이지만 무리뉴는 여러 클럽과 리그를 거치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럽 안에 견제 세력없다

두 팀 모두 경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약점이 없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반면 두 팀의 견제 세력들은 모두 안팎으로 내홍이 심하다.

첼시의 경우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정신무장에 성공했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 및 컨디션 저하, 불안정한 중앙 미드필드진의 수비력이 아쉽다. 디디에 드로그바, 프랭크 램파드, 존 테리 등 첼시 황금시대의 주역들은 이미 전성기 기량에서 내려오고 있다. ‘스페인 콤비’ 페르난도 토레스와 후안 마타의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 위안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와 중앙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후방의 중심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의 측면 플레이가 화려하지만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며 이들을 지원할 중앙 미드필드진의 기본 역량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에 비해 떨어진다. 최전방 공격수 마리오 고메즈는 빼어난 득점력을 보이고 있지만 전방에서 민첩성과 활동력이 부족해 고립되는 경향이 심하다.

올시즌 결승전을 개최하는 바이에른은 최근 기세가 좋다. 만약 결승전에 오른다면 익숙한 그라운드에서 심리적 이점을 안고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다. 하지만 1992년 챔피언스리그로 새롭게 대회가 출범한 이후 결승전 개최 경기장 소유 팀은 우승한 일이 없다. 바이에른에는 달갑지 않은 전통이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독주 체제로 스페인 라리가의 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라리가 중위권 팀들의 유로파 리그 활약은 이 같은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 현재 유럽 축구계의 내로라하는 열강들 가운데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챔피언 AC 밀란은 판정 논란 속에 8강전에서 탈락했지만 기본적으로 패배의 원인이 된 것은 전력 차이였다. 조별리그를 포함해 네 차례 맞대결을 펼쳤으나 단 한 경기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수세에 몰렸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영입으로 공격진에 무게감이 생겼으나 중원의 패싱력과 측면의 속력에서 뒤졌다.

잉글랜드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원이 헐겁고 수비진도 과거의 견고함을 잃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강력한 스쿼드를 구축했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크다. 라리가에서 날아온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경기력이 요동친다. 새로 모인 선수들이 많고 팀의 정신적 구심점도 빈약하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럽 축구계의 유아독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뿐이다. 2008/2009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바르셀로나가 우승에 실패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며, 그 중 두 번이 무리뉴의 팀(2010년 인터밀란, 2011년 레알 마드리드)에 당한 것이다. 인터 밀란은 무리뉴가 떠난 이후 급격한 쇠락을 겪으며 경쟁 구도에서 떨어져 나갔다.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뒤 무리뉴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하나 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다른 리그였다면 더 쉽게 많은 우승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리그 안에 있기 때문에 트로피 수집이 더 치열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게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패했고, 올시즌에도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코파델레이 무대에서 바르셀로나에 패하며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절대무적의 팀은 아니다. 라리가 무대 내에서 의외의 패배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기, 최선의 자세로 임하는 경기에서 두 팀과 정면승부를 감당할 수 있는 팀은 없어 보인다. 특히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최근 양 팀의 모습은 무적에 가깝다.

바르셀로나는 5년 연속 4강에 올랐고, 이 사이 두 차례나 우승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무리뉴 부임 이후 챔피언스리그 두 시즌 동안 치른 22경기에서 17승 4무 1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올여름 대대적인 투자와 팀 재정비 작업, 혹은 두 팀의 핵심 전열 이탈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독주 시대를 저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픽=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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