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꿈꾼 청주직지FC, “홈 경기 개최 불발 아쉽다”
입력 : 2012.05.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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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챌런저스리그 클럽 청주직지FC가 2012 하나은행 FA컵 32강전 대진 추첨 결과를 받아 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FA컵 역사상 처음으로 2라운드 경기에서 내셔널리그 클럽 안산FC를 제압한 청주직지 FC는 ‘강호’ 포항 스틸러스와 만나게 됐다. 한숨의 이유는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염원했던 홈 경기 개최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FA컵 32강전은 16개 K리그 클럽이 9개의 내셔널리그 클럽과 7개의 2라운드 통과팀이 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16경기 중 8경기는 K리그 팀이 홈에서 개최하고 남은 8개 경기는 하부리그 팀이 홈에서 개최한다. 하지만 홈 경기 개최를 포기하거나 대진 추첨식에 불참한 팀은 홈 경기 개최권을 박탈당한다.

대한축구협회는 32강전부터 FA컵 홈 경기 개최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천연잔디와 조명시설 보유가 필수다. 저녁 7시 야간 경기 개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조도는 최소 밝기(1,500 lux)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재정 상황과 경기장 시설이 열악한 일부 내셔널리그 클럽과 챌린저스리그 클럽들은 홈 경기 개최를 미리 포기했다.

청주직지FC는 홈 경기 개최를 강하게 열망했다. 도민구단으로 확대해 K리그 입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청주직지FC 의 조석호 사무국장은 대진 추첨에 앞서 “저희 팀은 여건이 열악하다. 만약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가 결정되면 원정에 나설 비용 마련 자체도 어려운 문제가 된다. 만약 원정 경기 대진에 들어간다면 K리그 클럽에서 홈 경기 개최권을 양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석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차장은 “대진 추첨은 준비한대로 진행하겠다. 원정 경기가 배정될 경우 해당 구단에 의향을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청주직지FC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2라운드 진출 클럽 중 몇 안되는 원정 경기에 청주직지FC가 포함됐다. 상대는 포항으로 결정됐다. 포항 측은 대진 추첨 후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홈 경기 양보 요청을 거절했다. 청주직지FC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원칙을 거스를 명분이 없었다.

조석호 사무국장은 대진 추첨 후 ‘스포탈코리아’와 만나 “전력상으로 포항을 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K리그 진출을 위한 도민구단 창단의 기폭제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잉글랜드 축구를 보면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하위 팀에 원정 경기 개최 우선권을 준다. 축구협회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는데 아쉬운 결정이다. 청주직지는 FA컵 역사상 2라운드에서 내셔널리그팀을 꺾은 첫 번째 챌린저스리그 팀이다. 하위팀의 반란과 파란을 도와줬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말을 이었다.

청주직지FC는 K리그 입성을 위한 장기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는 월드컵 경기 응원에 앞선 오프 경기 개최로 챌런저스리그 경기에서 2만 여명의 관중 동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홈 관중의 열기가 경기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다.

올시즌 챌린저스리그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청주직지FC는 챌린저스리그 클럽 중에서도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FA컵에 진출한 챌린저스리그 클럽 중에도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이다.

조석호 사무국장은 “5월 23일에 홈경기를 개최해 열기를 보여줬다면 시장과 도지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 K리그 진출 시길 앞당길 수 있는 기회였다. 청주는 축구 열기가 대단하지만 판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 그런 판을 만들고 싶었다. 홈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1~2만 명의 관중을 모을 자신이 있었다”며 재차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맺어야 한다. 한탄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조석호 사무국장은 “모든 걸 비우고 원정 경기를 편하게 준비할 것이다. 포항 원정에서 후회 없이 치르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청주직지FC와 포항의 FA컵 32강전은 5월 23일 저녁 7시 포항축구전용경기장 ‘스틸야드’에서 열린다. 청주의 꿈이 이변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이연수 기자, 청주직지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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