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멤버' 유상철, “박주영, 스펀지가 돼라”
입력 : 2012.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윤진만 기자= 2004 아테네 올림픽 8강 주역 유상철 현 대전 시티즌 감독(41)이 2012 런던 올림픽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 떠오른 후배 박주영(27, 아스널)을 향해 조언을 남겼다. 한국 축구의 외국인 귀화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9일 오후 구단 숙소인 대전광역시 유성구 장동 인력개발원에서 만난 유상철 감독은 “팀에 와일드카드가 합류하면 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잘하지 못하면 벽에 튕겨져 나올 수 있다. 주영이는 경험자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 융화를 잘 해야 한다. 모든 걸 흡수하는 스펀지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감독은 지난 2004년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팀에 와일드 카드로 뛰었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셋. 23세 이하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띠동갑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박용호(부산), 김치곤(상주) 등과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그리스, 멕시코, 말리와 속한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행을 이끌었다. 올림픽팀은 8강에서 파라과이에 2-3으로 패해 탈락했다.

그 이면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주영이의 나이차는 약과다. 나는 (이)천수, (조)재진과 같은 후배들과 열 살이 넘게 차이가 났다. 벽이 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도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 후 서서히 은퇴를 고민할 시기에 한번도 뛰지 못한 올림픽 욕심이 앞서 도전했다가 올림픽 후 부상이 도져 은퇴 시기만 앞당기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출전한 것이 후회가 된다. 그러나 대표팀 입장에선 결과를 얻었다. 유 감독은 박주영도 기회를 잡은 만큼 출전 기회 제한 및 군 면제에 관련된 시련을 딛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위해 헌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누구보다 주영이 본인이 힘들다. 그리고 이런 일은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며 “주영이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본선에서도 책임감 있게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9일 ‘스포츠서울’ 단독 보도로 불거진 에닝요(31, 전북) 귀화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에닝요 귀화설은 대한축구협회가 2007년부터 K리그에서 활약한 에닝요가 귀화 조건(5년)을 충족해 ‘특별귀화’ 대상자로 선정하여 태극마크를 달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 감독은 “과거에도 신의손이라든지 몇몇 선수가 귀화를 했고 대표팀에 뽑힌다는 설은 많았지만 실제론 된 선수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뗐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과거 일본 대표팀 사례 때문이다. 일본 대표팀은 지금도 귀화 선수에 대한 문을 열어 놓고 있다. 과거 로페스, 알렉스, 라모스가 뛰었고 지금은 네덜란드 출신 귀화 선수 마이크 하베나르(비테세)가 활약하고 있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과 숱한 한일전을 치르면서 “실력이 출중한 선수라면 모를까 저 정도 되는 선수는 일본에도 많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귀화 선수들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귀화는 세계 축구 추세 중 하나다. 유 감독도 플러스 알파가 될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유 감독은 “장단이 있는 것 같다. 의사소통, 문화 같은 부분에서 대표팀에 합류해서 잘 맞을 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에닝요는 K리그에서 오래 뛰면서 좋은 선수라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대표팀 입장에선 선수층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다. 플러스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내가 대표팀 감독 입장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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