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자일, K리그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입력 : 2012.05.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자일(24, 제주)이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변신했다.

제주는 13일 강원과의 K리그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자일의, 자일에 의한, 자일을 위한 무대였다. 유효슈팅 3개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켜 해트트릭을 완성한 데 이어 후반 4분 산토스의 추가골까지 도우며 팀의 4골을 홀로 책임지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 제주에 입단한 자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슈팅을 겸비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첫 해외 진출이라는 기대감도 잠시 자일은 제주에 쉽사리 녹아들지 못한 채 문제아로 전락했다. 낯선 환경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향수병이 심해졌고 통역이 코칭스태프의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며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구단과 상의 없이 시즌 중반 브라질로 돌아가 버린 것. 무단이탈에 당황한 제주는 선수 신분 박탈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까지 검토했고 자일 역시 반 년 가까이 새로운 둥지를 구하지 못하며 양쪽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놓였다.

하지만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계속된 대화로 오해를 푼 자일이 작년 말 다시 제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고 제주는 1년 계약 연장과 함께 자일을 다시 품에 안았다. 원활한 소통과 팀 적응을 돕기 위해 새로운 통역도 구했다. 박경훈 감독 역시 전폭적인 신뢰로 자일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주에 복귀한 자일은 말보다 행동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고 한국말도 배우며 동료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아내 페르난다의 내조도 큰 힘이 됐다. 자일은 지난해 결혼한 뒤 아내와 함께 제주로 돌아왔다. 심리적 안정은 물론 아내의 훌륭한 요리솜씨 덕분에 향수병도 훌훌 털어냈다.

근심이 사라지자 골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 12경기에 출전해 7골 4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2골 2도움(11경기 출전)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일은 신뢰와 믿음이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고 손꼽았다. 그는 "지난해 같은 경우 구단과 오해가 있어서 생긴 일이다. 올해는 사장님을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모두 도와주고 있다. 마치 하나가 된 느낌이다. 지금은 오로지 승리만 생각하면서 제주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경훈 감독의 환한 미소에서도 자일의 변화가 감지됐다. 그는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다. 하지만 달라진 자일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골과 도움이 아닌 팀을 위한 헌신적인 자세다. 팀이 졌을때 누구보다 마음 아파한다. 진정한 팀원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강한 신뢰와 그에 보답하고자 하는 힘. 이제 자일의 발 끝에 탄식이 아닌 기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기사제공=인터풋볼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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