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시즌 리뷰] 레알과 바르사, 역사 새로 쓴 축구계의 어벤저스
입력 : 2012.05.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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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3년 천하가 끝났다. 부임 첫해 코퍼 델레이 우승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무관행진을 끝낸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가 2년차 성공의 전통을 이어가며 스페인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사의 우승 경쟁은 스페인을 넘어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타워즈’였다. 하지만 2011/2012시즌 라리가는 두 팀의 경합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 무리뉴의 마드리드, 역사상 최고의 팀
무리뉴의 마드리드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기록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라리가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승점 100점 고지에 도달했고, 121골을 몰아쳐 최다 득점 신기록도 세웠다. 38경기 중 32번의 승리로 최다승 우승팀이 된 마드리드는 19개 구단을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챔피언의 위용이다.
2009년 여름 회장직으로 복귀해 명성을 잃고 흔들리던 팀을 갈락티코 정책으로 부활시킨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수완, 3시즌 만에 라리가 101경기에서 112골을 몰아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경이로운 득점력 등 마드리드 성공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다. 페레스가 모은 ‘어벤저스’급 스타 선수들을 뭉치게 했고, 적재적소에 기용했다. 호날두가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전술을 펼쳤다. 무리뉴의 마드리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무려 13개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불리던 바르사에게 코파 델레이 트로피와 라리가 챔피언 타이틀을 차례로 빼앗아 오며 마드리드 역시 ‘역사상 최고의 팀’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격을 입증했다. 무리뉴 감독은 벌써 다음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라리가를 다시한번 우승하고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겠다.”



▲ 50골 몰아친 메시, 바르사 떠나는 펩
완벽한 마드리드에 한 가지 부족했던 것은 득점왕 배출 실패다. 지난 시즌 바르사의 우승을 바라보며 40호골로 득점왕 등극에 성공한 것에 자위해야 했던 호날두의 바통을 이번에는 리오넬 메시가 이어받았다. 메시는 2011/2012시즌 라리가 무대에서 무려 50골을 몰아치며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새로 썼다. 메시는 2011/2012시즌 59차례 공식 경기에서 도합 72골 28도움을 기록했다. 100개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유럽 축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바르사는 2011/2012시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UEFA 슈퍼컵, FIFA 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뤘지만 가장 중요한 라리가 무대에서 준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준결승 진출에 그쳤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영입으로 스쿼드의 깊이를 더했던 바르사는 다비드 비야의 시즌 아웃, 에릭 아비달의 간종양 수술, 카를라스 푸욜와 제라르 피케의 잦은 부상 등으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바르사는 지배하는 축구를 구사했지만 터프한 전원 수비 방어벽 돌파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계속된 성공시대 속에 정신적 피로를 호소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아직 바르사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 코파 델레이 결승전이 남았다. 펩의 바르사가 14번째 우승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2011/2012시즌 스페인 축구는 마지막 드라마를 남겨두고 있다.

▲ ‘스페인판 맨시티’ 말라가, 사상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돈 없이 성공할 수도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4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중심으로 스타 군단이 강한 정신력으로 응집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공로가 UAE 왕자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빈 술탄 알나얀에게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만수르의 자금력이 맨체스터 시티가 이룬 모든 성공의 근원이다.
스페인 라리가에도 맨시티가 있다. 카타르의 왕자 셰이크 압둘라 빈 나세르 빈 압둘라 알 아흐메드 알 타니가 2010년 인수한 말라가는 두 번째 시즌만에 클럽 사상 최고의 성적인 4위를 기록하며 2012/20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출전 티켓을 따냈다. 비야레알의 전성시대를 이끈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실패 아닌 실패를 딛고 말라가에서 다시금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베네수엘라 공격수 론돈은 타깃형 공격수로 11골을 뽑아냈고, 현란한 테크니션 산티 카소를라는 9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창조성을 불어 넣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온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프랑스 대표 출신 미드필더 제레미 툴랄랑이 팀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말라가는 다음 시즌 더욱 화려한 스쿼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 아틀레티코와 빌바오의 부활, 비야레알은 침몰
‘박쥐군단’ 발렌시아가 3년 연속 3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유지한 가운데 라리가 역대 우승 기록에서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가 부활에 성공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다비드 데헤아, 세르히오 아구에로, 디에고 포를란, 호세 레예스 등 2010년 유로파리그를 제패한 영웅들이 모두 떠났지만 시즌 도중 부임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수완, ‘신입생’ 라다멜 팔카오와 지에구, 티보 쿠르투아의 성공적인 연착륙과 함께 또 한번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뤘다. 지난 두 시즌동안 9위와 7위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아틀레티코는 말라가에 승점 1점이 뒤져 아쉽게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챔피언스리그 무대 복귀를 위한 좋은 흐름을 탔다.
아틀레틱 클럽은 라리가를 10위로 마쳤지만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도 진출한 상태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부임 이후 패스 축구에 효율성을 가미해 또다른 스타일의 아름다운 축구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전통의 강호들이 선전한 시즌이었지만 비야레알은 지독한 부진을 겪으며 12년 만에 강등당했다. 2010/2011시즌 리그 4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무대까지 나섰던 비야레알은 바르사와 시즌 첫 경기에서 0-5 참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6전전패를 당했고, 시즌 내내 두 번이나 감독을 경질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안방 최종전에서 아틀레티코에 패하며 무너졌다. 비야레알이 비극적이 강등을 당하면서 승격팀 그라나다와 라요 바예카노는 다음 시즌에도 라리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사진=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캡쳐,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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