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히딩크 감독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
입력 : 2012.05.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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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목포] 한준 기자= “산낙지를 먹겠다고 한 적 없다!”

허정무-거스 히딩크 축구재단과 목포시의 협약식 참석을 위해 29일 목포국제축구센터를 방문한 히딩크 감독이 자신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화제가 됐던 ‘산낙지 공약’에 대한 이야기다.

히딩크 감독은 허정무 감독, 정종득 목포시장과 함께 이날 협약식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행사 및 기자회견 진행은 전인석 KBS 캐스터가 진행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월드컵 경기를 중계한 베테랑 전 캐스터는 10년 전 히딩크 감독과 산낙지에 얽힌 일화에 대해 물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산낙지를 먹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과거 팀 성적에 따른 공약을 내걸었던 전력으로 이미 유명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며 멋진 콧수염을 자랑했던 히딩크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한 뒤 도요타컵에서 우승해 세계 챔피언이 되면 콧수염을 밀겠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한 이후 히딩크 감독의 콧수염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과 나눈 산낙지 공약은 어떻게 된 것일까?

히딩크 감독은 이 질문을 듣고 “산낙지를 먹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는 “당시 나의 코칭 스태프 중 한 명에게 산낙지를 먹거나, 먹기 싫으면 집으로 가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의 진실은 이렇다.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때 살아서 꿈틀거리는 산낙지 메뉴는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코칭 스태프를 기겁하게 했다. 히딩크는 이때 대표팀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얀 룰프스에게 산낙지를 먼저 시식할 것을 강권했었다.

얀이 산낙지를 먹는데 성공하자 다른 이들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전 대표팀 감독 핌 베어벡은 “4강에 오르면 먹겠다”고 말하며 피했고 히딩크 감독은 “목표가 낮다. 난 결승에 오르면 먹겠다”고 말하며 피했다. 한국 대표팀은 4강전에서 독일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공약 이행 여부는 히딩크 감독이 아닌 베어벡 감독에게 물어야 할 이야기였다. 베어벡 감독은 과연 공약을 지켰을까?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베어벡 감독은 내한을 주저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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