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통신] 고요한 폴란드, ‘풋볼 피버’로 달아오르다
입력 : 2012.06.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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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바르샤뱌(폴란드)] 홍재민 기자= 폴란드 위인들은 대부분 지적이거나 정적이다. 프레데리크 쇼팽, 퀴리 부인, 레흐 바웬사 등 신(身)보다는 심(心) 쪽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그렇게 고요한 폴란드가 역동적인 축구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폴란드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쇼팽의 이름을 딴 쇼팽 공항 입국장부터 유로2012 열기가 물씬 풍겼다. 시선 가는 곳마다 대회 스폰서의 각종 홍보물들이 보였다. 입국 청사에 들어서자 유로2012 안내 데스크가 금방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개막전 장소인 바르샤바 국립경기장 가는 방법을 유창한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공항에서 국립경기장으로 통하는 기차역과 차량 모두 새집 냄새가 날 정도로 깨끗했다. 20분 정도 달리자 창문 너머로 바르샤바의 젖줄 비스와 강과 웅장한 국립경기장이 동시에 등장했다. 독일의 유명 건축설계회사 ‘게르칸, 마르그 & 파트너스’의 작품으로 2011년 재개장했다. 총공사비 7천350억원이 투입된 국립경기장은 이번 대회 개막전(폴란드-그리스)를 비롯해 다섯 경기를 치른다. 수용 규모는 58,500석이다.



경기장 안에 설치된 미디어 센터에 들어서니 세계 각국의 미디어들이 대회 취재를 위한 마지막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TV방송 매체들은 조금이라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전송하기 위해 최적의 ‘스팟’을 찾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 날아온 취재진도 많이 눈에 띄었다. 머나먼 극동 아시아에서까지 취재진을 현장 파견할 정도로 시장 경쟁력을 갖춘 유럽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 개막 하루 전(6월7일)이 휴일(성체 축일, Corpus Christi)였던 덕분에 바르샤바 시내는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았다. 운행 차량 수가 적어 시내도 한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녁부터 최중심가 문화과학궁전 앞에는 수 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곳에 설치된 공식 팬존(Fan Zone)에서 열리는 전야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유럽의 유명 밴드와 디제이들에 의한 신나는 음악 축제가 열렸다. 팬존 출입구에서는 보안요원들이 삼엄한 몸수색으로 훌리건의 출입을 통제했다.

팬존 내 곳곳에는 바르샤바의 상징인 인어 동상이 시민들에게 좋은 기념촬영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방패와 칼을 든 바르샤바의 인어 동상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약간 모습을 바꿨다. 방패에는 대회 참가국의 국기를 그려 넣었고, 오른손에는 칼 대신 축구공이 얹혀졌다. 바르샤바의 수호신으로 통하는 인어도 유로2012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듯 보였다.



팬존 안을 거니는 바르샤바 시민들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남녀노소, 가족동반으로 축구 축제를 즐기는 표정이 보기 좋았다. 바르샤바 시민들에겐 사실 가족동반으로 축구를 즐기는 일 자체가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폴란드에선 지금까지 축구와 경기장은 모두 훌리건의 독차지였기 때문이다. 인종차별도 공공연히 저질러졌다. 하지만 유로2012를 통해 폴란드의 축구는 이제 ‘깡패’들의 손을 떠나 온 가족의 품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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