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90일 침묵 깬 박주영, ''이민도, 병역 회피도 안한다''
입력 : 2012.06.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침묵하던 박주영(27, 아스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속팀에서의 입지 불안과 병역 연기 논란으로 빚어진 축구 인생 최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을 시작했다.

박주영은 13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정한 자켓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으로 염려한 축구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예를 갖췄다.

"안녕하세요, 축구 선수 박주영입니다"라는 인사로 준비해 온 글을 읽어내려간 박주영은 "병역 연기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들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와 관련한 입장과 마음 속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기자회견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이 된 병역 연기와 관련, "프랑스 모나코에서 3년간 생활하면서 선진 축구를 배웠다. 더 나은 선진축구를 배워 국위선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리인을 통해 법률을 검토한 결과 모나코에서 체류한 시간에 따라 장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유럽 생활의 연속성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병역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박주영은 "병역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마음으로 (장기연장을)요청한 것이다. 병무청과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한 부분이다"라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귀국 후 침묵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주영의 기자회견에는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이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은 앞서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의 필요성을 흘려왔던 상황.

홍 감독은 "시리아전이 끝난 후 박주영을 만나 가슴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에 대한 논란에 대한 해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박주영을 설득했다기 보다 (이 자리에 서겠다고)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얘기한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지만, 거기에 대해 용기를 주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축구선배, 올림픽팀 감독으로서 내가 해야 할 몫이었다"며 애정을 보였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 이전까지 침묵하다가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는 부분이 제일 중요했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도 구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 국가대표팀이나 올림픽팀이나 (선수 선발)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부분이다. 이 자리를 통해서는 정리된 내 마음을 말씀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병역 연기 방안이 법률대리인의 추천이었다고 했는데.
연장 허가를 받은 당시에 (대외적으로)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부족한 점이었다. 병역의무는 축구선수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다 느끼는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축구선수이다 보니 (유럽생활의 연속성을 위해)그런 결정을 내렸다. 많은 시간 동안 생각해왔다. 국민들께 기쁨을 돌려드리겠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하게 됐다.

- 기자회견을 여는 시점이 올림픽팀 최종엔트리 발표 전이다. 런던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내게 올림픽팀 선수들은 엄청 중요한 존재들이다. 개인적으로 축구선수로 지내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있는 시간이었다. 축구선수로서 승패를 떠나 경기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올림픽팀 선수들과는 모든 것을 떠나 가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선수들뿐만 아니라 보시는 분들도 느꼈을 거다. 그 시간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 많은 분들이 같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홍명보 감독이 동석한 구체적인 배경은.
홍명보 감독) 박주영이 군대 안가면 내가 대신 간다고 말씀드리려고 나왔다. 나 역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제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박주영이 35명(예비명단) 안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주영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 마음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했다. 그 전에, 박주영과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된다. 팀을 택할 것인지 박주영을 택할 것인지. 만약 그랬다면 기본적으로 팀을 선택했겠지만, 며칠 전 박주영을 만나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해결됐다). 이런 어려운 자리에 혼자 보내는 게 안타까웠다.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내가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박주영은 한국축구에서 많은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선수다. 솔직히, 혼자 보내는 것이 마음 아팠다.

- 지난 1년 동안 아스널에서 못 뛰었다. 몸 상태는 어떤지. 여름 이적시장에 아스널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지금 몸상태를 떠나 개인적으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올림픽팀에서 훈련하면서 몸 상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독님을 믿고 있겠다는 부분이 제일 크다. 본선에서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적에 관해서는 사실 지금 진행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 일단 계약기간에 충실하고 싶다.

-해외장기체류가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은 아니다 논란에 대한 생각은. 법적으로 60일 이상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면 취소될 수 있는데, 대표팀 수당 환원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은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으로나 다른 부분에서 활동하면서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또 이민을 가기 위한 연장은 아니지만,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축구선수로서 좀더 뛰기 위해 연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변호인의 조언을 들은 것이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병무청에 자필로 쓴 내용과 음성으로 나간 인터뷰들 모두 거짓말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획득하면 면제가 되는데. 그 부분이 어떤 작용을 조금이라도 했는지.
동메달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 많은 배려와 신뢰를 주신 감독님, 또 함께했던 선수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열게 했다. 그 선수들과 함께 아주 좋은,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축구를 가장 하고 싶었다.

- 국가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는데.
최강희 감독님이나 국가대표팀, 올림픽팀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 선발 전에 선수가 먼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당시 내 입장을 나서서 밝히기 곤란했기 때문이지 특별히 감독님에 대해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뛰거나 안뛰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을 정리해서 언제 어떻게 말씀드리는게 중요했다. 이 자리를 가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금 편안해진 마음이나 생각을 잘 정리하고, 다시 한번 제 마음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말주변이 없다 보니…. 그 동안 좀더 정리할 수 있었고, (오늘)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려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