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스타] 발로텔리의 개화, 이탈리아가 웃는다
입력 : 2012.06.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행실이 나쁘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아이를 가리킬 때 '악동'이라는 표현을 쓴다. 경기장 안팎의 기행으로 문제를 일삼지만 그 재능만큼은 아껴주고 싶은 발로텔리(21)에게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악동' 발로텔리가 이탈리아의 역전 8강행을 견인했다. 아일랜드와의 유로2012 C조 최종전에서 팀이 1-0으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28분 교체 출전해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디아만티의 크로스가 중앙으로 올라오는 순간, 문전에서의 싸움을 버텨내면서 중심이 뒤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시저스킥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프란델리 감독이 왜 그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였는지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발로텔리는 유로2012에 참가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유로나 월드컵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매번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스타로 등극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번 대회에서 그 차례는 발로텔리의 몫이라는 기대감이 실린 기용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경기에서 발로텔리는 묘기에 가까운 기술과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요구되는 지점에서 그는 머뭇거렸다. 팀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마음 먹고 때린 슈팅은 잔뜩 힘이 실려 골대를 벗어났다. 긴장감이 높은 무대에 대한 경험 부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에 스스로 위축됐다.

프란델리 감독은 3차전에서 발로텔리 대신 노련한 디나탈레를 선발로 세웠다. 카사노의 선제골로 1-0의 리드를 잡고서도 아일랜드의 추격에 안심할 수 없었던 상황, 추가골을 노리며 꺼내든 마지막 교체카드가 발로텔리였다. 이번에는 실수가 없었다. 후반 막판 자신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슈팅까지 공을 들이는 집중력을 보였다. 스페인이 크로아티아를 꺾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탈리아는 역전 8강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골이 아니었지만 이후 토너먼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발로텔리가 조별리그에서 득점력 부진으로 애를 먹었던 이탈리아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재능을 움직이는 힘은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발로텔리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발로텔리의 개화와 함께 8강을 넘어 우승까지 넘보는 이탈리아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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