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돋보기] 흐름 놓친 서울, 스스로 무너져
입력 : 2012.06.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FC서울과 수원 삼성과의 치열한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수원이 2-0 승리였다. 경기 내용이 조금 거칠기는 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두 팀의 경기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흐름을 잡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서울과 수원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2 하나은행 FA컵 16강전을 치렀다. 경기는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먼저 불길을 잡은 쪽은 홈팀 서울이었다. 수원의 라돈치치가 5분만에 부상으로 교체됐고, 몰리나가 전반 18분에 페널티킥을 얻었다. 골을 얻으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몰리나의 페널티킥은 정성룡에게 막혔다.

분위기는 탄력 좋은 공과 같았다. 수원쪽으로 다시 튀어올랐다. 수원은 마음이 급해진 서울을 차츰차츰 압박했다. 수원 특유의 축구를 했다. 중원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면서 측면에 있는 빠르고 기술 있는 선수들을 십분 이용했다. 확실한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야금야금 승부의 추를 자신들 쪽으로 가져왔다.

전반 40분, 수원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이날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던 오범석이 일을 냈다. 오범석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후 골키퍼와 수비 사이로 강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김주영의 왼발과 김용대의 손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원은 환호했고, 서울은 고개를 떨궜다.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서울은 분위기를 쉽게 잡지 못했다. 후반 초반에 기세를 올리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후반 8분에는 추가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오범석이 있었다. 오범석은 김진규에게 파울을 얻어냈고, 스테보가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조금 기울었던 승부의 추는 수원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했다.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한 골만 터뜨리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은 측면에서 과감한 크로스를 올리지 못했다. 수원 선수들의 높이와 체격을 의식한 듯 무리한 중앙 돌파만 고집했다. 김현성을 투입하고도 확률 높은 공격만을 고집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결국 경기 후반에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추격의 동력과 의지를 잃었다.

냉정하지 못했던 것도 서울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은 후반전에 몇 번의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성공시키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후반 17분과 20분 기회다. 김태환은 데얀과 박희도의 완벽한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몰리나는 강력한 슛을 고집하다 골망이 아닌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결국 경기 막판에는 체력과 의지가 분리됐다. 반면 수원은 끝까지 침착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급한 사람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서울은 수원에게 이기려는 의지가 너무 강해 유연하지 못했다. 수원이 힘에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은 좋았으나 결정적으로 자신들의 발도 무디게 만들었다. 최용수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승부는 계속된다.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복기를 잘하는 사람이 고수라는 사실이다. 축구는 흐름의 경기다. 경기의 흐름과 정신적인 흐름을 모두 제대로 타야 승리할 수 있다. 서울과 수원 모두 이날 경기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파악해야 다시 웃거나, 다시 울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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