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없는 수원, 총대로 마구 부수다
입력 : 2012.06.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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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수원] 홍재민 기자= 방아쇠가 없다. 그런데 굵어진 총대를 무섭게 휘두르니 더 세다.

27일 수원은 홈구장에서 전남을 3-2로 꺾고 전북과의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2실점을 허용했지만, 이용래와 에벨톤, 스테보로 이어진 득점 행진으로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승점(39점) 동률의 불똥 튀는 선두 다툼에서 뒤처지지 않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윤성효 감독은 드문 만족감을 표시했다. 3-2라는 긴박한 스코어라인과 달리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다. 수원은 4-2-3-1 포메이션에서 허리 다섯 명의 콤비 플레이가 빠르게 돌아갔다. 패스 연결이 부드러웠고, 공수 전환 속도도 빨랐다. 힘으로 압도하는 모습보다 플레이 자체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윤성효 감독은 “강원전(23일, 4-1승)부터 내가 원하는 축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흡족해 했다.

윤성효식 패싱 게임이 살아나게 된 계기가 최전방 공격수 라돈치치의 부상 공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날 수원의 몸통은 2선에 에벨톤, 오장은, 서정진이 포진했다. 박현범과 이용래가 그 뒤에 버텼다. 투톱 파트너를 잃은 스테보는 최전방 원톱으로 뛰었다. 팀의 주포가 빠졌으니 엄밀히 말해 차선책이다. 하지만 한 명 늘어난 미드필드가 라돈치치의 공백을 메운 것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공격력 상승이란 보너스를 낳았다. 인터뷰 중 “라돈치치가 없는 점이 오히려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는 계기가 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윤성효 감독은 “그런 느낌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다섯 명의 미드필더들은 공수에서 모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돋보였다.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이용래는 “수비에서 올라갈 때 킥보다 패스로 나가기 시작했다”고 경기력 향상 원동력을 설명했다. 후반전 3-1로 앞서있던 상황에서 수원은 두세 번의 원터치 패스를 이용해 순식간에 전남 측 위험 지역까지 도달했다. 예전의 ‘킥 앤 러시’ 스타일이 아니라 빠르게, 잘게 썰어간다. 윤성효 감독은 “오장은이 부상 복귀하면서 유기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살아나 좋은 장면을 만들어주고 있다”라며 오장은 효과를 지목했다. 박현범과 이용래가 잘해주고 있어 오장은의 공격 능력이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20일 FC서울과의 FA컵 16강전에서 다친 라돈치치는 2~3개월 후라야 실전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마이너스보다 플러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동건이 돌아오고, 경찰청을 제대하는 김두현까지 가세하면 선발 11인 구성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물론 조합이 중요하지만 워낙 개인 능력치가 좋은 선수들이라서 전술 구사의 정교함을 보탤 수 있다. 서서히 전북, 수원, 서울의 3강 체제로 좁혀지는 올 시즌 K리그 판세 속에서 윤성효 감독과 수원이 웃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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